<와야(瓦也) 연재>넓은 백사장 망상해변과 옥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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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넓은 백사장 망상해변과 옥계해변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29)  
  • 기사등록 2024-05-19 09: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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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서울 숭례문(남대문)의 정동방(正東方)에 위치(국립지리원 공인, 1999년 10월 26일)한 까막바위는 왜구를 물리친 설화가 얽혀 있다. 

 

숭례문 정동방.

어느 해 왜구가 쳐들어와 주민을 학살하고 마을을 약탈하자 이에 항거하는 호장을 배에 싣고 떠나자 호장이 “내 비록 육신은 죽어도 너희들이 다시는 이곳에 침범하지 못하게 하리라” 하며 꾸짖자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고 파도가 들이닥쳐 배에 탄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까막바위.

이때 남은 한 척의 배가 도망가려 하자 큰 문어 한 마리가 나타나 배를 내리쳐 산산조각을 내니 왜구가 모두 죽고, 까마귀 떼들이 시체를 뜯어먹었다. 그 뒤 이 마을에는 왜구의 침입이 끊어졌다고 한다. 

 

문어공원.

까막바위 밑에 있는 두 개의 큰 굴속에 문어가 된 호장의 혼이 살고 있다고 전한다. 까막바위 부근에는 호장이 죽어서 문어가 됐다는 문어상이 있다.

 

대형 가오리.

해안에 늘어선 횟집과 펜션들의 호위를 받으며 낚시의 명소로 알려진 어달항에 당도한다. 어민정주어항인 어달항은 다른 어항이나 해변보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어느 횟집 앞에는 어림짐작으로 100㎏이 훨씬 넘을 것 같은 대형 가오리가 벌렁 누워 있다. 어달항에서는 낚시로 가자미가 많이 잡히고, 항구에 나가기만 하면 언제든지 바다낚시를 할 수 있는 배가 준비돼 있다고 한다.

 

구기자.

간혹 길가에는 하수오, 인삼과 더불어 3대 명약으로 여겨지는 구기자가 잡초처럼 내버려 둔 채 붉게 열매가 익어간다. 구기자는 콜린대사물질의 하나인 베타인이 풍부해서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억제해 준다고 한다. 어달해변과 대진항을 뒤로하고 계속 걸으면 망상역 부근에 노봉해변이 나오고 슬픈 전설을 간직한 노고암(老姑岩)이 나온다.

 

노고암.(영감바위)

노고암에는 옛날에 임씨 성을 가진 노인이 늘그막에 아주 젊고 예쁜 여자를 만나 10년 정도 깨가 쏟아지게 잘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말하기를 “나는 천년 묵은 구렁이로 내일 밤 자시에 승천하니 절대 날 부르지 마시오”하며 눈물로 당부했다. 그러나 노인은 그간 쌓인 정 때문에 그냥 보낼 수 없어 “여보 가지 말고 같이 삽시다”하며 붙잡는 순간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져 두 사람을 휩쓸고 갔으며, 그 자리에는 바위 두 개가 솟아났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길에서는 영감바위만 보이고 할미바위는 잘 안 보인다.

 

망상해변.

노봉해변을 지나면 망상해변이 넓은 백사장을 펼쳐 보인다. 수심이 얕고, 깨끗한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망상(望祥) 해변은 남쪽의 대진(大津)항 암초에서 북쪽의 옥계(玉溪)까지 최대 폭 500m, 길이 5㎞의 좁고 긴 백사장이 길게 펼쳐진다. 

 

망상해변 한옥촌.

망상해변의 오토캠핑리조트 부지 내에는 기존 숙박시설과 연계해 한옥촌(2017년 10월 21일 개장)이 조성돼 있다. 바다와 소나무를 배경으로 한 고품격 한옥에서 휴식과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옥계로 가는 철길.

한옥촌 앞으로 도직해변에 도착하면 동해시를 벗어나 강릉시 옥계면으로 해안 길을 벗어나면 철길이 나온다. 

 

철제가교.

철제가교 바닥.

어느 작은 하천을 건너는 곳에는 철제구조물로 되어 있는 가교(假橋)가 나오는데, 바닥의 철판이 삭아 발이 푹 빠지려고 한다. 해안 철조망은 한 사람이 지나가는 폭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래도 정해진 해파랑길이 아닌 것 같다.

 

걷기도 힘든 철책길.

망상리조트 앞에서 해변을 벗어나서 망운산자락을 맴돌아 옥계초등학교로 가는 길이 정해진 코스였는데, 모래와 해변에 푹 빠져 무심코 앞으로 가고 말았다. 

 

시멘트공장.

되돌아설 수 없어서 앞으로 나가는데 대형시멘트공장이 보이고, 저유(貯油) 탱크에서 기름을 실어 나르는 탱크로리 유조차량들이 바쁘게 들락거린다. 

 

옥계(玉溪)라는 지명은 1782년(정조6)에 강릉현 우계면이라 칭한 후 줄곧 불리다가 1914년 일제가 행정구역 개편 시 ‘옥천우계(玉泉羽溪)’의 의미로 강릉군 옥계면으로 개칭됐다.

 

주수천.

석병산(石屛山, 1055m)에서 발원해 옥계면을 가로지르는 주수천(珠樹川)을 건너 옥계해변 입구에서 다시 해파랑길과 조우한다. 

 

솔밭.

여성수련원.

천국.

강원도 여성수련원이 있는 소나무 숲을 지나 금진항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길가에 핀 천국(天菊)은 가을향기를 마음껏 발산한다. 

 

금진1리마을.

금진초등학교가 있는 금진1리는 해안에 자리한 촌락이지만 어촌보다는 농촌풍경이 더 짙게 풍긴다. 주수천 하류에서 시멘트 물류항구 조성 공사 때는 모래 속에서 동전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갯바위 낚시.

금진해수욕장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해안의 갯바위에서는 낚시꾼들의 손놀림이 한결 바빠진다. 금진항 뒤 언덕에는 대형호텔 같은 빌딩이 하늘을 향해 뻗는다. 

 

금진항과 호텔(?)

그곳을 차지하는 사람들이야 사적으로는 매우 흡족할지 모르지만, 전망 좋은 언덕 등은 되도록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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