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성 기자
【에코저널=정선】국내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1회용품이 무분별하게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기관과 공기업 대부분이 적극적으로 일회용품 사용 억제를 추진하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공기업인 (주)강원랜드만 전혀 딴 세상에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국군의날인 1일 오후 7시께 찾은 카지노 내 무료 음료 부스에는 다양한 음료가 준비돼 있었다. 물과 콜라·환타 등 탄산수를 비롯해 헛개음료, 매실주스, 감귤주스, 석류주스, 시원한 커피·따뜻한 커피 등을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음료는 음료 부스에 비치된 종이컵을 사용해 마시도록 했다.
휴일을 맞아 카지노에는 많은 방문객으로 붐볐고, ‘슬롯 머신(slot machine)’의 빈자리를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음료수를 마시려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았다. 음료와 컵 모두 낭비가 심했다. 음료의 맛을 본 뒤 마음에 들지 않아 그대로 버리거나, 다 마시지 않은 채 버려지는 경우도 상당했다. 이에 종이컵 낭비가 뒤따랐다. 장시간 카지노를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많게는 5∼6개의 종이컵을 혼자 사용했다.
60대 남성 방문객은 “슬롯머신 하려고 1시간 이상 카지노 곳곳을 돌아다녀봤지만, 전혀 자리가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게임을 포기했다”며 “공짜 음료만 세 잔 마셨는데, 종이컵을 자주 사용하면서 마음이 썩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 연간 300만명 정도가 찾은 것을 감안하고, 방문객 1인당 2개의 종이컵을 사용한다면 연간 600만개 이상의 종이컵이 버려지는 셈이다.
정부는 국무총리훈령(제788호)으로 ‘공공기관 1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훈령은 공공기관이 1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등의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 등 ‘2050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훈령 제4조에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자는 다회용 컵·장바구니·음수대·우산 빗물 제거기 등 1회용품이 아닌 제품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강원랜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시장형 공기업이다. 한국광해관리공단과 강원도에서 설립한 강원도개발공사, 폐광지역인 정선군·영월군·태백시·삼척시 등 4개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하는 공공부문에서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방문객들은 입장료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현재 강원랜드 카지노는 9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입장료 결재는 현금만 받는다. 입장 후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
60대 여성 방문객은 “매출에 도움을 주는 고객들에게 입장료를 받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데, 현금만 달라고 하니 정말 거북했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언론팀 양승엽 차장은 “현재 일회용종이컵 사용을 대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고객들에게 다회용컵 제공을 시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카지노 입장료 징수와 관련, 양 차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개별소비세와 교육세에 부가가치세를 더해 모두 9천원의 입장료를 대리 징수하는 것”이라며 “국가 세금이기 때문에 현금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연간 입장객은 2011년 298만3천명, 2013년 306만8천명, 2015년 313만3천명 등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휴장을 반복했던 2020년 입장객은 59만9265명에 그쳤다. 이는 2019년 289만5191명보다 79.3% 줄어든 수치다.
올해 2분기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객은 57만6206명으로 전년 동기(49만2971명) 대비 16.9% 늘었다. 입장객 중 외국인은 5303명으로, 전년 3993명 대비 32.8% 증가했다. 올해 강원랜드 카지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