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사고 직후 정부 대응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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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방사선영향에 관한 유엔과학위원회(UNSCEAR), 유니세프 등은 지난 '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주변 3국(벨라루시, 우크라이나, 러시아)에서 갑상선암 급증추세의 원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기관들이 지난 '02년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98년까지 체르노빌주변에서 발생한 1천8백건의 어린이 갑상선암은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요오드(I-131) 노출에 기인하며, 향후에도 8천∼1만명 정도의 갑상선암 건수가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엔 기구들은 사고가 발생한지 15년 후에도 이 지역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근거로서 일본 원폭피해자들이 피폭이후 15∼29년경에 이르러서야 갑상선암 증가추세를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UNSCEAR 2000).


더욱이 최근에는 체르노빌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낙진의 노출수준과 갑상선암 발생위험이 비례해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들도 제출되고 있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Fred Hutchinson Cancer Center)는 작년 9월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선 흡수선량과 갑상선암 위험의 증가 간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이 센터는 그 증거로 방사선 흡수선량이 가장 높은 그룹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45배 더 높다는 사실을 제시한 바 있다.


이밖에 식생활문화의 차이로 평상시 요오드 섭취가 적은 국가들의 경우, 그만큼 방사성요오드에 의해 받는 영향이 크다는 의학적 설명들이 있으나, 미역 등 평상시 요오드 섭취량이 많은 국내 식생활습관을 볼 때 적절한 설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로부터 약 8,000km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능 낙진은 국내 상공까지 이르렀다. 사고 후 미국의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등 국제전문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 후 6일∼10일째 기간동안 한반도 상공은 체르노빌 사고에서 발생한 방사능 낙진으로 덮여 있었다(별도 그래픽 참조). 실제로 체르노빌 사고 직후인 5월 5일경 국내의 강수와 낙진에서도 방사능 함유가 측정됐으며, 갑상선암과 관련 있는 I-131이 서울, 충주 등의 지역에서 검출된바 있다.


녹색연합은 이처럼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능 낙진이 5월초 수일간 한반도 상공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당국(과학기술처)은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해 국민들을 잠재적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한다.


당시 과학기술처는 아직 방사능 낙진이 이동하고 있는 시점인 5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순히 "빗물에 방사능낙진이 없으니 안심하라, 우리나라는 별 피해가 없다"고 발표해 국민들이 적절히 대비할 수 있게 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5월 5일 충주 관측소에서 빗물 중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된 뒤에도, 가장 주의해야할 우유의 섭취 특히 학교 급식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 없이 "빗물을 마시지 말라"는 등 현실성 없는 지침만 내렸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녹색연합은 체르노빌 사고 후 방사능 낙진에 대한 국가차원의 조사 역시 매우 부실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가 11개의 관측소에서 주로 빗물에 대한 조사만 벌였을 뿐, 우유에 대한 조사는 충주, 대전 등 불과 2개 지역에서 각각 5월 6일, 12일 한차례씩만 진행했다는 것. 기타 채소에 대해서는 서울, 충주, 대전 등 3개 지역에서 역시 각 한차례씩만 조사됐고, 공기 부유진도 대전 1개 지역에서 한차례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반면 사고지점에서 우리보다 더 멀리 떨어진 일본은 체르노빌 사고 직후, 30개현을 포함 총 35개의 관측소에서 빗물뿐만 아니라 우유, 채소, 식수 등에 대한 체계적 오염조사를 벌였다. 특히 일본은 방사능 낙진이 일본에 처음 강하한 5월 5일 전후부터 6월 5일경까지 약 1개월간 35개 지역 중 30개 지역에서 우유에 함유된 요오드-131의 오염수준을 조사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같은 기간 토양에 대한 조사를 벌여 약 20가지의 방사성핵종을 검출했다.


원전의 대형 재난시 각국 정부들이 공공 안전을 위해 가장 우선하는 조치들은 방사성 요오드의 갑상선 축적을 막기 위해, 잠재적 낙진 확산지역에서 요오드 대체제(요오드화 칼륨, potassium iodide)를 지급하는 것이다. 요오드 대체제를 복용하게 되면 충분한 요오드를 축적한 갑상선이 방사성 요오드 등으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이다. 또한 방사성 요오드의 주요 축적경로인 우유의 음용을 자제하도록 당부한다.


실제로 구소련과 인접해있던 폴란드의 경우 사고가 알려진 직후 약 1천8백만명의 국민들에게 요오드 대체재를 지급, 방사성 요오드의 갑상선 축적을 방지했다. 또한 그 이후에도 국민들에게 우유나 채소류 등의 오염가능 식품 섭취를 삼가도록 당부했다. 폴란드는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등 체르노빌 피해당사국들과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년간 갑상선암 발생률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이밖에 스웨덴을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체르노빌사고 직후 국민들에게 요오드 대체재를 지급하고 음식물 섭취에 대한 주의지침을 제공했다. 이 지역에서도 갑상선암이 다른 암에 비해 특별히 상승하지는 않고 있다.


해외에서의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장기적 인체피해에 대한 연구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지난해 링코핑 대학(Linkoping University) 등이 체르노빌 방사능 낙진이 가장 많이 검출된 스웨덴 북부지역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인 바 있다. 조사결과 북부지역 주민 1백14만여명중 2만2천여명이 '88∼'96년 기간동안 암환자로 등록했으며 단기간동안 이 같이 높은 증가율은 방사능 낙진에 노출된 집단에서만 목격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만약 다른 교란요인이 없다면 낙진에 의한 방사선이 이미 형성된 초기단계의 종양의 성장을 촉진시켰다는 결론을 내렸다.(스웨덴학술협회 Sweden Research Council 2004.11.).


프랑스의 경우, 지난 '01년 평균 30대의 갑상선암 환자들로 이루어진 214명의 소송단은 국가를 상대로 체르노빌 사고 시 부적절한 정부대응으로 인한 갑상선암 획득에 대한 피해배상 소송을 벌였다. 그 뒤 2002년 프랑스 보건부(Ministry of Health)는 체르노빌 피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조사위원회는 체르노빌 방사능 낙진과 갑상선암 증가사이에 충분한 연관관계를 찾지 못했으나 이후 갑상선암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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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5-04-27 1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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