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물에 잠기는 마을 ‘물치(沕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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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물에 잠기는 마을 ‘물치(沕淄)’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40)   편집국 2024-06-29 08:54:55

【에코저널=서울】어둠이 극으로 달리는 이른 새벽에 조반을 마치고 양양설악해변으로 나간다. 음력 스무 아래 거꾸로 된 눈썹달은 낙산사 해수관음보살 머리 위로 여명을 부른다. 

 

설악해변의 여명. 낙산사 쪽으로.

지난번에 길이 아닌 길을 물어가며 미끄럼 타듯 내려왔던 낙산사 뒷산은 어둠을 삼키는 거대한 성채(城砦) 같다. 수심이 얕고 조용해 가족동반 최적지로 꼽히는 설악해변은 여명에 갑자기 찾아온 나그네 발소리에 놀랐는지 파도가 목청을 돋운다.

 

설악해변의 여명.

설악해변 북단에 있는 후진항 불빛도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편다. 어민정주항인 후진항을 지나 몽돌해변으로 더 알려진 정암해변을 어둠과 바람에 등 떠밀려 물치천에 다다른다. 

 

정암해변.

물치천(沕淄川)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발원해 동해로 흘러들어오는 하천이다. 물치(沕淄)는 ‘물에 잠기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1607∼1689)이 이곳을 지나다가 마을이 물에 잠긴 것을 보고 ‘물치’라고 한 것이 유래됐다고 한다.

 

물치항 원경.

물치천 하구 북단에는 생선회로 유명한 물치항을 지나 쌍천(雙川)을 건너는데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밝은 태양의 안내를 받아 속초시(束草市) 대포항에 당도한다. 

 

물치항 표지.

물치천과 설악산.

동해일출.대포항의 새벽.

대포항(大浦港)은 속초시 대포동에 있는 어항이지만 속초보다 먼저 있었던 어항이다. 청초호 입구에 속초항이 생기면서 위축돼 오다가 설악산이 유명관광지로 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아 동해안 북부의 활어 관광어항으로 발전한 곳이다.

 

속초해변.

속초(束草)라는 지명의 유래는 상록 양치식물인 속새(높이 30∼60㎝)가 많아 한자로 표기해 속초(束草)가 됐다는 설, 속초 동명항 인근에 있다는 영금정 옆의 솔산(소나무산)이 소나무와 풀을 묶어서 세워 놓은 형태라 붙여졌다는 설, 지형의 형태가 소가 누워있는 와우형(臥牛形)이라 소가 누워서도 편안하게 꼴을 먹을 수 있게 풀을 묶어 놓은 형상이라 ‘묶을 속(束)’자와 ‘풀 초(草)’를 썼다는 설이 있다.

 

속초 청초호와 울산바위.

조물주가 금강산을 만들 때 울산의 바위를 옮기다가 설악산에 떨어뜨려 지금의 울산바위가 됐는데, 설악산에 구경 왔던 울산의 원님이 “울산바위는 울산 것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라”고 하자, 신흥사 동자승이 “세금을 낼 수 없으니 도로 울산으로 가져 가라”고 대꾸했다. 이에 울산 원님이 “이 바위를 불에 타고 남은 재(회 灰)로 꼰 새끼로 묶어 놓으면 가져가겠다”고 하자, 동자승이 풀을 새끼로 꼬아 울산바위를 동여맨 후 불로 태워 재로 꼰 새끼처럼 만들어서 속초가 됐다는 설도 재미있게 전해 온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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