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하륜·조준 혁명 도모한 ‘하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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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하륜·조준 혁명 도모한 ‘하조대’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39)   편집국 2024-06-23 09:43:24

【에코저널=서울】명승 제68호로 지정된 양양 ‘하조대(河趙臺)’는 온갖 기암괴석과 바위섬들로 이뤄져 있는 암석돌출해안으로 주변의 울창한 송림과 어울려 동해안의 절경을 이룬다. 

 

하조대.

하조대의 기암.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河崙, 1347∼1416)과 조준(趙浚, 1346∼1405)이 은둔해 혁명을 도모한 곳이라고 해서 하조대란 이름이 붙여졌다. 많은 설화와 전설이 서려 있는 역사문화의 경승지다.

 

하조대 등대.

하조대 주변 기암괴석.

하조대에서 바닷바람을 쐬고 내려와 좌측 길로 들어섰다. 구름다리를 건너 절벽을 따라 들어가 새하얀 등대와 주변을 둘러본 뒤 광정천 하륜교를 건너면 백사장을 만난다. 

 

동호해변.

을지인력개발원.

규모가 크고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피서지로 적합한 하조대해변과 모래질이 뛰어난 동호해변을 지나 을지인력개발원까지 단숨에 당도해 오전을 마감한다.

 

양양남대천 하구.

오후에는 양양국제공항 배후해변으로 수산항 입구를 지나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을 거쳐 양양 남대천에서 시작한다. 남대천은 오대산 두로봉(頭老峰)에서 발원해 양양읍 남쪽을 지나 동해로 흘러간다. 

 

남대천은 우리나라로 회귀하는 연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장소다. 이곳에서 산란한 연어는 동해를 거쳐 베링해에서 3∼5년 간 성장한 후 11월쯤이면 하루 수 천 마리씩 다시 돌아온다. 둔치에서 10월 말부터 11월 초순 사이에 매년 연어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남대천을 건너는 낙산대교.

낙산대교. 멀리 좌측이 설악산.

남대천 낙산대교를 건널 때 멀리 구름사이로 눈이 쌓인 설악산이 아른거린다. 

 

남대천 하구의 기수역.

남대천 하구는 우리나라에서는 몇 안 되는 기수역(汽水域)으로, 많은 물새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대부분의 큰 강들은 수자원 확보라는 명목 아래 하굿둑이나 방조제로 해수 유입을 막아버려 바닷물과 민물이 소통하는 곳을 없애버렸다. 

 

낙산대교를 건너 우측으로 꺾어 들어가면 낙산해수욕장이 나온다. 동해안 지역의 많은 해수욕장 중에서 경포대 해수욕장과 함께 명소로 꼽힌다. 

 

낙산 해수욕장.

낙산 해수욕장은 울창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명사십리가 펼쳐진다. 1963년 해수욕장으로 개장한 이래 수심이 얕고, 안전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부근에 관동팔경(關東八景)의 하나인 낙산사가 있어 오르막길로 올라간다.

 

낙산사 지도.

낙산사(洛山寺)는 양양군 강현면 오봉산(五峰山)에 있는 사찰로 조계종 신흥사의 말사다. 해변에 위치한 특이한 구조를 갖춘 사찰로, 우리나라 3대 관음기도도량 중의 하나다. 오봉산을 낙산이라고도 하는데 범어 보타락가(補陀落伽, Potalaka)의 준말로서 관세음보살이 항상 머무르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671년(문무왕 11) 의상(義湘)이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다.

 

의상대 주변.

의상대는 낙산사를 창건할 당시 의상이 좌선했다는 자리에 세운 정자다. 홍련암은 의상대사가 붉은 연꽃에서 나온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세운 암자로, 관음굴이라고도 한다. 의상대와 홍련암은 소나무 숲이 우거진 해안 절벽에 자리 잡고 있어 아름다운 주변 풍광과 일출 경관이 멋진 곳으로 이름나 있다. 해안에는 촛대바위가 발달해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낙산사 의상대.

낙산사 매표소를 지나 의상기념관 앞을 지나 의상대로 향한다. 의상대(義湘臺)는 의상이 당나라에서 돌아와 낙산사를 지을 때 이곳에 이르러 산세를 살피고, 좌선(坐禪) 수행한 곳이라고 한다. 낙산사에서 홍련암의 관음굴로 가는 해안 언덕에 있다. 주위 경관이 매우 아름다워 예로부터 ‘관동 팔경’의 하나로 꼽히면서 시인 묵객이 즐겨 찾았다. 지금도 낙산사를 찾는 사람이면 반드시 들러 보는 곳이다.

 

홍련암.

홍련암(紅蓮庵)은 낙산사의 부속암자다. 의상대사가 동굴 속으로 들어간 파랑새를 따라가 석굴 앞 바위에서 기도하다 붉은 연꽃 위의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세운 암자다. 676년(문무왕16)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후 수 차례 중건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의 전각은 2002년에 중간된 것으로 관음굴이 있는 해안가 절벽에 세워진 흔치 않은 건물이다. 불전 내부의 바닥에 난 구멍의 유리를 통해 절벽 아래 관음굴을 볼 수 있다.

 

낙산사 보타전 전경.

낙산사 보타전.

다시 돌아 나와 1500관음을 모신 보타전(寶陀壂)으로 향한다. 전각 아래로 사각 연못이 있고 연못 안에는 둥근 동산이 마련됐다. 이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뜻으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모형은 동양의 오래된 우주관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단(神壇)이나 정원의 연못 등에 많이 쓰였다. 보타전 우측 높은 언덕에는 15m 높이의 해수관세음보살 입상이 우뚝하다.

 

보타전 연못.

해수관세음보살.

2005년 식목일에 일어난 산불로 소실됐다가 복원된 낙산사 원통보전 등 다른 전각들을 보지 못하고, 북쪽의 설악해변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지름길로 접어들었는데 길이 아니다. 

 

명감(망개) 열매.

가시덩굴로 얽힌 길을 뚫어가며 생채기를 낸다. 그래도 붉은 명감열매는 때론 미끄럼 타듯 내려오고, 때론 절벽을 기어오르듯 네발로 기며 악전고투하는 우리를 위로한다. 힘든 고행 끝에 아래로 내려오니 마을 주민들이 놀란다. 길도 없는 곳에서 낯선 사람들이 귀신같이 빠져나오니 그럴 만도 하다.

 

길에서 길을 묻다.

낙산사에 들어가면 가운데 두 그루의 소나무 아래에는 “길에서 길을 묻다”라는 글귀가 큰 돌에 새겨져 있다. ‘길이 아닌 곳은 가지도 말고 묻지도 말라는 경고 같다. 또 잔꾀를 부리지 말고 정도를 걸으라는 부처님의 설법 같다. 

 

설악해변.

설악해변에 도착해 안도의 숨을 쉴 때 ‘너무 편한 길을 가는 것도 좋지 않지만 무리하게 만용을 부리는 것이 더 나쁘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그래도 가끔은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새 길을 찾는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자.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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