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38°선 이북 걷는 ‘서글픈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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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38°선 이북 걷는 ‘서글픈 행운’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38)   편집국 2024-06-22 09:01:24

【에코저널=서울】밤새 오락가락하던 빗방울이 아침에는 멎었다. 몹시 쌀쌀할 것으로 여겼던 날씨도 오히려 어제 아침보다 기온이 올랐다. 

 

동해 일출.

조반을 마치고 죽도가 보이는 양양군 현남면 인구해변으로 나간다. 인구해변에서 남으로 해송천을 건너가면 어제 마지막 지점 휴휴암이다. 휴휴암 머리 위로 막 떠 오른 태양은 알찬 오늘을 선물하는 양 바다를 물들인다.

 

양양 죽도.

양양군 현남면 인구리에 있는 죽도(竹島)는 둘레 1㎞, 해발 53m로 옛날에는 섬이었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육지와 이어졌다. 송죽(松竹)이 사시사철 울창해 ‘죽도’라고 한다. 죽도의 장죽은 강인하고, 전시용으로 적격이므로 조선조에는 매년 조정에 진상했다. 정상에는 마을 부자들이 건립한 팔각정이 있다고 하나 올라가지 못했다.

 

죽도해변.

서퍼 조형물.

성황당 앞으로 죽도를 지나치면 ‘서핑하기 가장 좋은 곳’ 죽도해변이 파도와 함께 펼쳐진다. 넓은 해변과 탁 트인 동해바다가 서퍼들을 유혹하는 곳이다. 더욱이 잔잔한 파도와 얕은 수심으로 초보자들이 안전하게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서퍼들은 보이지 않지만, 서핑보드 위에서 파도를 타는 조형물이 인사를 대신한다.

 

조개굽는 마을.

죽도해변 북단에는 지방어항인 동산항이 한가롭고 고개를 하나 넘으면 청정수역해변이라 물속에 들어가 발로 모래를 비벼 조개를 캘 수 있는 동산리 해변이다. 

 

해난어업인위령탑.

경찰전적비.

동산리 해변마을은 전통어촌마을로 조개 굽는 마을로 유명하다고 한다. 도로변에는 해난어업인위령탑이 하늘로 우뚝 솟아 있고, 한국전쟁 때 조국 수호를 위해 산화한 경찰들의 전적비가 무궁화동산에서 바다를 지킨다. 그리고 국토가 두 동강이 나고 민족이 남북으로 갈린 38°선이 나온다.

 

38선 표지석.

38°선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패전국인 독일처럼 일본 땅을 승전국이 분할 점령해 통치해야 했으나, 불행하게도 일본 대신 한반도가 북위 38°선을 기준으로 북쪽은 소련(현 러시아)이 남쪽은 미국이 점령해 통치하다가 남북에서 각각 독립정부를 세웠다. 1950년에는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해 동족끼리 죽이고, 죽는 민족의 비극이 발생한다. 전쟁은 끝나지 않은 채 1953년 휴전협정으로 38°선 대신 휴전선이 그어져 지금에 이르고, 일본이 겪어야할 패전의 책임을 고스란히 우리가 안고 간다.

 

38선에서.

매년 10월 1일이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성대하게 열리는 ‘국군의 날’도 한국전쟁 때 제3사단 23연대가 양양지역에서 1950년 10월 1일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56년 당시 정부에서는 이날을 국군의 날로 제정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한국광복군이 창설(1940년)된 9월 17일을 국군의 날로 개정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하튼 자칫하면 갈 수 없었던 38°선 이북 수복지역을 두 발로 걸어간다는 것은 서글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기사문항.

38°선을 넘으면 한 때 명태잡이가 성행했던 기사문항에는 오징어를 잡으러 가는 배들이 때를 기다린다. 제7호 국도에는 자동차가 질주하고, 도로변 만세고개에는 3·1만세운동 유적비가 자주독립을 외친다. 

 

삼일만세운동유적지.

1919년 3월 1일 점화된 대한독립만세운동이 전국으로 퍼져 나갈 때 양양에서도 4월 4일 양양장날에 만세운동이 전개됐다. 이곳 만세고개를 넘어가던 만세행렬에 일경과 헌병이 발포해 9명이 피살됐고,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 때의 만세 함성이 들리는 듯 뒤로하고 고개를 내려오면 양양군 현북면소재지가 있는 하광정리가 나오고, 하조대 가는 방향이 선명하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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