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29>러시아 알래스카 매매, ‘바보 같은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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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보고 29>러시아 알래스카 매매, ‘바보 같은 거래’ 이정성 기자 2022-06-08 17:16:49

【에코저널=알래스카 주노】카메라에 모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풍경이 곳곳에 펼쳐지는 ‘알래스카(Alaska)’. 연안의 수많은 바위섬은 세계 최대의 바닷새와 물개 서식지다. 세계적 관광지 알래스카에는 석유는 물론 금·은, 아연 등 다양한 광산물이 많이 매장돼 있다.


이런 이유로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거래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러시아의 ‘알래스카 매매’다. 1867년 러시아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자원의 보고’이기도 한 알래스카를 미국에 720만 달러를 받고 넘겼다.


당시 거래를 주도했던 미국의 윌리엄 헨리 수어드 국무장관은 자국민들로부터 ‘얼음으로 뒤덮인 쓸모없는 땅을 사들인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비난은 시간이 지나면서 ‘위대한 거래’로 바뀐다.


한국시간 2022년 6월 8일 기준 환율로 계산하면 720만 달러는 90억원 정도다. 물론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올해 4월 28일 서울 강남 청담동 모 아파트(전용면적 273.96㎡, 16층)가 145억원에 직거래돼 아파트 역대 최고 매매가를 경신한 것을 생각하면 헐값은 분명하다.


알래스카 주노에서 태어난 우버기사 ‘크리스’.

알래스카 주도인 주노에서 태어났다는 우버기사 크리스(Chris, 53)는 “시애틀 오리건, 매사추세츠, 콜로라도 등 미국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생활하다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쾌적한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고향, 알래스카를 한시도 잊은 적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는 “주노는 해수면이랑 가까워 눈이 많이 쌓이지는 않는다. 다만 비는 많이 내리는 편이다”며 “1년 중 1월이 가장 춥다. 6∼7월은 따뜻한 날씨를 보이는데, 이번 주가 이상하게 더 따뜻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는 이어 “겨울에는 바람이 엄청나게 많이 불어 집 지붕이 날라 가지 않도록 미리 점검하고, 가능한 외출도 삼간다”며 “겨울철엔 자동차 브레이크 오일이 얼기도 한다. 배터리도 쉽게 방전돼 야외에 차를 주차하면 전기 핫팩을 붙여놓는다”고 덧붙였다.


‘주노(Juneau)’는 캐나다 퀘벡 출신의 금광 채굴자 ‘조 주노(Joe Juneau)’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사람들의 정착도 조 주노 일행이 금을 발견한 1880년부터였다고 한다.


온두라스 출신의 주노 택시기사 ‘페드로’.

알래스카를 떠나려는 사람도 있다. 19살에 주노로 삶의 터전을 옮긴 뒤 37년 동안 살고 있다는 온두라스 출신 택시기사 페드로(Pedro, 56)는 “알래스카 물가는 너무 비싸서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아틀랜타에 아들이 살고, 두 명의 딸은 텍사스 달라스에 살고 있다. 은퇴하면 달라스로 가서 딸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면적(171만 8천㎢)이 가장 넓은 주(state, 州)다. 한반도 전체 면적의 8배(22만 ㎢), 남한(10만㎢)의 17배에 달한다. 1959년 8월 21일 하와이가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기 이전까지 49번째로, 마지막 주의 위치를 지켰었다.


주노 관광객 안내센터의 다이애나.

주노 항구 앞 관광객 안내센터에 근무하는 다이애나(Diana, 66)는 “한국 사람은 자주 보지 못하는 데 너무 반갑다”면서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자연을 한껏 만끽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달라”고 말했다.


알래스카 인구는 2020년 기준, 73만4천명 가량으로,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주다. 주도인 주노에는 3만명 가량이 거주한다. 앵커리지 인구는 30만명 가량으로 가장 많다.


◆알래스카 원주민 ‘이누이트’족을 ‘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뜻의 ‘에스키모(Eskimo)’족으로도 부른다. 이는 서구 식민지 개척자들이 원주민을 야만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만든 표현이라고도 한다.


<이정성 미주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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