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25>미국·캐나다, 갈길 먼 ‘재활용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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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보고 25>미국·캐나다, 갈길 먼 ‘재활용 후진국’ 이정성 기자 2022-06-04 20:14:22

【에코저널=베리어】미국과 캐나다를 다니면서 대한민국이 ‘재활용 선진국’임을 재차 깨닫는 계기가 됐다. 두 나라 모두 넓은 땅 곳곳에 비경을 가진 아름다운 나라이지만, 자원 재활용에 있어서만큼은 아직 갈 길이 먼 후진국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에어비앤비(Airbnb) 숙소 대부분에서 쓰레기를 버릴 때 매우 당황스러웠다. 분리수거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 음식물쓰레기와 재활용 가능한 페트병 등을 같은 쓰레기통에 버릴 때마다 죄의식을 가져야했다.


미국·캐나다 일부 국민들의 자원 재활용 의식은 수준 미달이었다. 뉴욕 등 대도시에는 자원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곳곳에 비치돼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한 재미교포는 “미국의 광활한 사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폐자동차를 비롯해 수명을 다한 캠핑카, 타이어, 냉장고 등 온갖 쓰레기들을 만날 수 있다”며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여서 그런지, 그냥 내다버리면 그만인 경우가 많다. 아직도 이런 의식이 곳곳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시를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보면 한적에 곳에 방치된 쓰레기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환경적·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한국에서는 전혀 용납되지 않는 일들이 미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캐나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9년, 캐나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플라스틱 폐기물 관련 경제 보고서(Economic Study of the Canadian Plastic Industry, Markets and Waste)’에 따르면 캐나다는 연간 약 30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다. 이중 폐플라스틱 87%는 대규모로 매립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재활용률은 10% 정도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 폐플라스틱 재활용률 2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재활용 가능 자원 중간수집소 ‘보틀 디포’에 수거된 페트병.

폐플라스틱 발생 요인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포장부문이 47%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어 자동차(9%), 섬유(7%), 전기· 전자 장비(7%), 건설(5%) 산업 순이다.


물론 도시가 아닌 농촌 등 한적한 마을에서 발생하는 재활용품을 한 곳에 모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기 위해 2시간∼3시간 이상을 차량으로 움직여야 하는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북동쪽으로 록키산맥을 지나 450km 떨어진 작은 타운 ‘베리어(Barriere)’의 한 주택 마당에 방치된 폐자동차 더미.

그렇기 때문에 캐나다의 농장이 많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고, 오래 사용하는 근검한 모습도 찾을 수 있다. 아껴 쓰고, 지역사회에 기부(donation)하는 좋은 모습은 귀감이 되기도 하지만, 고장난 농기계나 폐자동차 등 고물을 방치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비영리 조직 ‘Encorp Pacific’의 재활용 가능 자원 수집 벌크.

최근 들어서는 캐나다 대도시 보다 한적한 시골 지역에서의 자원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 노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주민들의 의식 개선과 함께 브리티시컬럼비아주(Province of British Columbia) 등 지방정부에서의 친환경정책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로부터 폐용기 재활용을 위탁받은 비영리 조직 ‘Encorp Pacific(일반적으로 Return-It으로 알려짐)’은 재활용 가능 자원 중간수집소 격인 ‘보틀 디포(Bottle Depot)’를 관리하면서 다양한 재활용 활성화 정책을 발굴·적용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한편 캐나다에서는 연간 150만개의 비닐봉지와 5700만개의 빨대가 소비되고 있다. 이 품목들은 해안가 쓰레기의 3%를 차지하는 등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정성 미주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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