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20>북미의 파리 ‘퀘벡’, 정체성 강한 ‘퀘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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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보고 20>북미의 파리 ‘퀘벡’, 정체성 강한 ‘퀘베커’ 이정성 기자 2022-05-30 21:56:34

【에코저널=토론토】사방에서 들리는 언어가 모두 프랑스어다. 분명 캐나다인데, 영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


몬트리올(Montreal) 숙소에서 자동차로 3시간 가까이 북동쪽으로 235km 달려서 도착한 퀘벡시(Quebec City, Ville de Québec) 주변 분위기다. 몬트리올에서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꼈지만, 이 곳은 많은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다.


퀘벡의 음식점과 상가 대부분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같이 표기한다. 17세기 건축물이 아직도 곳곳에 건재한 이 지역엔 심지어 파리의 명물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과 같은 이름의 ‘퀘벡 노트르담 성당(Basilique Notre Dame Quebec)’까지 있다.


퀘벡시 ‘쁘띠 샴플레인 거리’ 입구 계단.

국내 TV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퀘벡시 올드퀘벡의 ‘쁘띠 샴플레인 거리(Quartier Petit Champlain)’는 관광객들로 넘쳤다.


‘쁘띠 샴플레인 거리’에서 핸드메이드 실크스카프를 판매하는 ‘스와리 후오(Soierie Huo)’라는 상점의 주인 휴스 볼리우(Hugues Beaulieu, 67)씨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10개∼25개의 스카프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쁘띠 샴플레인’ 거리의 핸드메이드 실크스카프 상점 주인 휴스 볼리우씨가 작품을 만들고 있다.

아내 도미닉 휴옷(Dominique Huot)과 함께 25년 동안 가게를 운영해왔다는 휴스 볼리우씨는 “팬데믹 이후인 2020년 매출이 평소보다 85% 이상 줄었고, 작년에는 70% 수준까지 회복했다”며 “올해부터 조금씩 매출이 더 늘고 있어 희망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쁘띠 샴플레인 거리’를 걷다보면 간간이 한국어 대화가 귓가에 들린다. 요즘 해외에서 한국 사람들끼리 인사를 건네는 일이 드물다.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어 선뜻 다가서 말을 건네지 않는다. 한국말이 들리면 주변을 살펴 확인하는 정도에 그친다.


아시아 사람 중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을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본인인 경우도 있고, 반대인 때도 있다.


누군가 문득 “한국 사람이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40대 후반∼50대 초반의 여성이다. “맞다”고 답하니, “미국 뉴저지주에서 ‘Memorial Day(전몰 장병 기념일)’을 맞아 퀘벡으로 관광 왔다”고 말한다. 옆에는 백인 남편과 6∼7살 가량의 아들이 함께 서있다. 덧붙여 “입고 계신 바지 브랜드 보고 한국분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해 나도 모르게 입고 있는 옷을 살피게 된다.


일명 ‘도깨비 호텔’과 ‘도깨비 언덕’으로 불리는 곳에서 한국인들을 더 자주 만난다. 오래된 고성 느낌의 ‘샤토 프롱트낙 호텔(Château Frontenac)’과 ‘플레인스 오브 아브라함(Plains of Abraham)’ 등이다.


‘도깨비 언덕’으로 불리는 ‘플레인스 오브 아브라함(Plains of Abraham)’에서 바라본 ‘샤토 프롱트낙 호텔’.

샤토 프롱트낙 호텔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가 전쟁을 논의하기 위해 두 차례 회합한 장소다.


도깨비 드라마에 나온 크리스마스 샵 ‘브띠끄 드 노엘(La Boutique de Noël de Québec)’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불어 통역을 도와준 몬트리올 거주 교포 그레이스 리(Grace Lee, 33·여)는 “퀘베커(Quebecker)들이 사용하는 프랑스어는 프랑스 현지인들도 알아듣기 어렵다”며 “쉽게 말하면 한국의 서울 사람이 제주도 방언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레이스씨는 “퀘베커는 자신들의 identity(정체성)이 아주 강해서 외부인들이 프랑스인처럼 생각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심지어 캐내디언(Canadian)이기 전에 ‘퀘베커(Quebecker)’라고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퀘벡은 인디언 마을이 있던 곳을 프랑스와 영국이 번갈아 점령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정성 미주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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