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독도 파견 수토사 머물던 ‘대풍헌’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독도 파견 수토사 머물던 ‘대풍헌’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20)  
  • 기사등록 2024-04-20 08:56:16
  • 기사수정 2024-04-20 08:56:46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어제 날이 저물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평해읍 거일2리 대게공원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울진바다목장 해상낚시공원 입구.

‘울진바다목장 해상낚시공원’은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아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갈매기들의 망중한.

어촌계사무실도 한가하고, 덩달아 갈매기들도 백사장과 갯바위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해변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월송정으로 가기 위해 잠시 버스로 이동한다.

 

평해황씨대종회(좌) 황씨시조제단원(우).

월송정 가는 길목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 안에 평해황씨대종회(平海黃氏大宗會)와 황씨시조제단원(黃氏始祖祭壇園)이 있다. 평해 황씨는 후한시대 학사인 황락(黃洛)을 시조로 하는 황씨의 한 파다. 

 

추원재 재실.

연못과 솔밭.

황락은 풍랑을 만나 평해에 상륙해 신라에 귀화했고, 후손에 이르러 평해·장수·창원으로 분파됐다. 평해 황씨는 고려시대 태자검교를 지낸 황온인(黃溫仁)을 중시조로 하고 있다. 개인의 시조를 모신 제단인데,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정자와 연못으로 꾸며진 규모 있는 정원이다.

 

백련.

월송정 전경.

또 다른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울진 평해의 솔밭길을 걸어 월송정(越松亭)에 오른다. 신라의 화랑들이 이곳의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즐기며, 선유(仙遊)했다는 정자다. 조선 연산군 때 강원도 관찰사 박원종이 중창했다. 긴 세월의 찌든 때에 퇴락한 것을 당시 이곳 사람들이 다시 중건했으나, 조선말에 일본군이 철거해 버렸다. 

 

최규하 글씨의 월송정 현판.

1969년에 재일동포들이 정자를 다시 신축했으나, 옛 모습과 같지 않아 해체한 뒤 1980년 7월에 현재의 정자를 복원했다. 현판은 당시 대통령이던 최규하(崔圭夏)의 휘호로 되어 있다.

 

월송정에서 본 동해.

월송정에서 솔밭사이로 바라보이는 동해의 끝에는 누가 기다려 줄까? 떠오른 태양에 해맑은 미소를 듬뿍 머금고 다가 선 곳은 울창한 송림과 어울리는 구산해변이다. 

 

구산해변.

울진군 기성면 구산리에 위치한 구산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는 400m, 수심 1.5∼2m, 경사도 15∼20°의 아담한 규모의 해수욕장이다. 규모는 작지만 고운 모래와 해수욕장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송림으로 인해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피서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1991년 해수욕장으로 개장했다.


대풍헌.

구산항 북쪽 방파제 부근에는 대풍헌과 독도조형물이 있다. 대풍헌(待風軒)은 조선시대 삼척 진영에 속한 평해군의 기성면 구산리(邱山里)에 위치한 건물이다. 울릉도와 독도에 파견된 수토사(搜討使)들이 배를 타기 전 바람을 기다리며, 머물렀던 곳이다. 정확한 건립 연대는 확인할 수 없으나 1851년(철종 2) 중수하고, 대풍헌(待風軒)이라는 현판을 걸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독도조형물.

대풍헌에서 50여m의 거리인 대로변에는 독도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독도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방생법회.

구산항을 지나 봉산리 쪽으로 나가는데 해변 바닷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방생법회(放生法會)를 하고 있다. 음력날짜를 짚어보니 오늘이 음력 윤5월 16일이다. 보통 정월 대보름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뭇 생명들을 살려주는 법회에 대해 이유를 달 필요는 없다. 다만 방생법회 행사를 위해 외래종을 들여와 자연으로 마구잡이로 돌려보내 자연생태계를 교란하는 원인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살아가는 뭇 생명들에게 괴로움을 주지 아니하는 것이 진정한 방생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해변 바윗길.

갈매기들은 백사장 가장자리에서 파도와 밀고 당기는 놀이를 하고, 울진군 기성면 봉산리 항곡동마을로 가는 해변 길은 예리한 암석들이 디딤돌을 해준다. 

 

울진 표산.

마을 뒷산에 있는 ‘표산봉수대(表山烽燧臺)’는 작열하는 태양의 빛으로 다음 봉수대로 이방인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봉산1리 항곡경로당 앞에 당도하니 오전이 후딱 지났다.

 

점심을 마치고 봉산1리 항곡경로당에서 북으로 약6㎞ 떨어진 평해 황씨 해월종택에서 시작한다. 해월헌(海月軒)은 울진군 기성면에 있는 해월 황여일(黃汝一, 1556년∼1622년)의 별당이다. 1588년(선조 21)에 건립된 건물로 1847년(헌종 13)에 후손들이 현 종택 안으로 이축했다. 

 

해월헌.

해월헌 주위에는 토석 담장을 둘렀으며, 담장 앞면에는 1993년에 복원한 대문채가 자리 잡고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ㅁ’자형의 정침과 해월헌이 나란히 배치돼 있으며, 해월헌 뒤편으로 사당이 자리 잡고 있다.


거위.

배롱나무.

종택인 해월헌(海月軒) 입구에는 거위들이 낯선 손님을 바라보고, 배롱나무는 꽃을 활짝 피웠다. 해월헌에서 사동항 북쪽 해안 길로 접어든다. 산자락은 바다를 향해 급경사를 이룬다. 길옆의 바위는 움푹 파인 바위 속을 긁으면 쌀알이 떨어지듯 알갱이들이 떨어져 쌀바위라고 이름을 붙인다. 향나무 옆으로 난 길은 날 선 도끼가 하늘을 향한다.

 

절벽과 바윗길.

불규칙한 바윗길과 절벽처럼 우뚝 솟은 송곳바위를 유격훈련을 하듯 넘어야 하고 내려가야 한다. 세상을 이처럼 정신집중하고 살아간다면 무슨 일이든 못할 일이 없을 것 같다. 하루에 한 번쯤은 이런 길을 걷는다면 치매(癡呆)를 예방하는 좋은 훈련이 될 것 같다. 

 

절벽 올라가는 길.

절벽 내려가는 길.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가장 아름다운 길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해쳐 나온 길’이라고 생각해 본다. 대충 500여m의 거리를 넘어오는데 1시간 가량 소요된다.

 

울진 망양해수욕장.

바윗길을 지나면 울진군 기성면 망양해변이 펼쳐진다. 망양해수욕장은 1997년에 개장했으며, 경상북도 울진군 기성면 망양리를 지나는 동해안 7번 국도의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완만하게 펼쳐진 백사장은 길이 600m, 폭 80m다. 최대 1천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백사장 뒤 도로 주변으로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햇살을 피해 휴식하기 좋다. 야영장과 오토캠핑장도 마련돼 있다.

 

망양정 옛터.

망양해변의 북쪽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경사진 언덕마루에는 원래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望洋亭)이 있었던 곳이다. 망양정은 고려시대 때 이곳 해안가에 세워졌으나 오랜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허물어져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로 새로 지어 이전했으며, 옛날 있던 자리에는 정자를 지어 놓아 옛터가 있었던 자리임을 표시한다. 

 

망양정 옛터를 지킨 소나무.

관동팔경(關東八景)은 건물이나 정자 자체가 절경이 아니라, 그곳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경치가 절경이라는 뜻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4-20 08:56:16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기사 이미지 <포토>‘어도를 걸을 때’
  •  기사 이미지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