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학 많았던 연천군 ‘학곡리(鶴谷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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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가을의 아침은 약간의 한기가 있지만 하늘은 높고 상쾌하다. 

 

감악산의 아침.

어제 걷기를 멈췄던 백학면 ‘학곡리(鶴谷里)’는 예전에 학이 많이 날아 깃들었던 철새 도래지가 있었다고 해서 ‘해골’ 또는 ‘학곡’이라고 했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의해 연천군 백학면에 편입됐다. 1945년 해방 후 북한에 편입됐다가 한국전쟁이 끝난 후인 1954년 11월 ‘수복지구임시행정조치법’에 따라 행정권이 수복됐고, 1960년 11월 연천군 백학면에 편입돼 오늘에 이른다. 현재 1개의 행정리, 2개 반으로 이뤄져 있다. 

 

학곡리 노아로.

백학면 노곡리와 미산면 아미리를 잇는 ‘아미로’를 따라 임진강으로 향해 돌마들마을로 접어들자 적석총(績石塚)이 반갑게 맞이한다. ‘연천학곡리적석총(漣川鶴谷里積石塚)’은 학곡리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자연 제방 위의 모래 언덕에 있는 돌무지다. 모래 언덕은 남쪽에 접해 있는 임진강의 방향을 따라 가늘고 긴 형태인데, 길이가 약 30m, 폭은 최대 17.5m 정도고, 남서쪽으로 가면서 점차 좁아지는 모양이다. 

 

학곡리 적석총.

무덤의 원래 크기는 25×10m 정도로 추정되나 잦은 강물의 침범과 주변 개발로 파괴되면서 무덤의 상당부분이 유실됐다. 2003년 발굴 당시 경질무문토기를 비롯해 유리제 구슬이 나왔다. 고구려계 유물이 발견되지 않아 백제의 건국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마귀할멈이 치마폭에 돌을 날라 와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주민들은 ‘활짝각담’으로 부르며 신성시하고 있다. 

 

학곡리 고인돌.

돌마들마을의 적석총을 지나 마을 중간쯤 다다랐을 때 어느 집 안마당 같은 곳에 고인돌이 서있다. 연천학곡리고인돌 또는 지석묘(支石墓)는 고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양식으로 땅위에 굄돌과 막음돌을 세워 무덤방을 만들고 그 위에 대형 덮게 돌을 얹어 만든 대표적인 탁자식이다. 

 

고인돌 덮개 돌 위의 생명.

고인돌로 사용된 석재는 이곳 주변에 많은 현무암(玄武巖)이다. 덮개돌은 약간 각이 진 6각형에 가깝고 크기는 길이 2.8m, 너비는 2.7m, 두께는 0.45m로 북동방향으로 길게 놓여 있다.

 

서로의 간격이 50㎝인 양쪽 긴 벽의 굄돌은 약간 기울어진 상태로 비교적 완전한 편이다. 현재는 막음돌은 사라지고 두 개의 굄돌만 남아 있고, 고인돌 내부에는 잔자갈만 쌓여 있다. 마을에서는 ‘굄돌’이라고 부르며, 만복 할머니가 옮겨온 것이라 믿고 마을에 재난이 생길 경우엔 이곳에서 동네 굿을 행한다고 한다. 현재는 파괴됐지만 여러 개의 고인돌이 주변에 분포했었다고 하며, 이와 유사한 형태의 고인돌은 연천 지역에도 분포한다. 

 

매연(鳶).

마을을 벗어나면 기름진 옥토 위에는 아직 추수하지 못한 농작물들이 애타게 손길만 기다리는 것 같다. 허수아비 대신 바람으로 하늘에 날리는 매 형상의 연(鳶)은 침입자를 매섭게 노려본다. 

 

학곡리 임진강.

강 건너 임진강 주상절리도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세월을 켜켜이 쌓아간다. 남과 북의 소통 공간이었던 더덜나루는 임진강이 되어 왜 말이 없는가?

 

노박덩굴 열매.

길가의 울타리에는 노박덩굴 열매가 가을과 함께 익어간다. 노박덩굴은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덩굴나무로 다른 나무나 바위를 감고 자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열매는 새들의 좋은 먹이다. 덩굴의 열매가 아름다워 담장녹화용 또는 조경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노박덩굴은 햇빛을 좋아하는 나무로 숲 가장자리나 숲 길 주변에서 주로 자란다. 노란색 껍질이 세 개로 갈라지면서 빨간 씨앗이 예쁜 모습을 드러낸다. 어린 잎은 나물로, 열매는 치료제로 사용하는 산야초다. 

 

확장 공사하는 비룡대교.

잠시 후 우리는 확장 공사 중인 비룡대교를 건너간다. 북쪽의 연천군 백학면 노곡리에서 지방도로(371호)를 남쪽으로 연결된 비룡대교를 건너면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주월리다. 지방도로 제371호선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지축교와 경기도 연천군 중면 적거리를 잇는 경기도의 지방도로이나, 실질적으로 연천군 백학면 석장리까지만 통행 가능하다. 이후부터는 민간인통제구역이기 때문에 통행 할 수 없으며, 도로 또한 개설되어 있지 않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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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07 08: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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