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우연한 ‘전곡리 선사유적’ 발견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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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무서리 내리고 기온은 아침저녁으로 차갑게 살갗으로 파고든다. 조반을 마치고 전곡리 선사유적지로 향하는데, 그 입구 맞은편에는 국화가 너른 밭을 이뤄 발길을 돌리게 한다. 

 

전곡리 국화축제.

국화(菊花)는 매화·난초·대나무와 함께 일찍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불리어왔다. 많은 꽃이 다투어 피는 봄·여름에 피지 않고 날씨가 차가운 가을에 서리를 맞으면서 홀로 피는 국화의 모습에서 선조들은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전곡리 국화축제.

연천군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매년 10월에 열리는 국화축제는 연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한 약 4만개의 국화화분과 5만점의 국화꽃을 주제로 한다. 대국, 현애국, 분재국, 석부작, 다륜국 등 다양한 품종의 국화꽃이 색깔별로 식재돼 있다. 국화꽃으로 장식된 캐릭터, 동물 등의 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연천국화축제 행사장에는 국화꽃전시회, 농산물직거래장터가 열리며 연천지역의 유명한 가을축제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개장 준비에 바쁘지만 국화밭을 빠져나온 발길은 선사유적지로 향한다. 선사유적 축제는 10월 말까지 열린다.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축제를 임하는 주민이나 관계자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표정 없는 군상들의 아침 표정이 아니라 내일을 기약하는 활기찬 모습들이 행사장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린다. 구석기인들의 생활상, 맘모스와 대적하는 모습 등은 손에 쥔 도구만 다를 뿐 지금 우리가 사는 방식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전곡리 선사문화.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30만 년 전의 구석기문화유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지다. 이곳은 구석기 문화와 선사문화를 교육, 놀이, 체험 등을 통해 배우고 즐기는 곳으로, 전곡리 구석기 축제는 프랑스와 더불어 세계 2대 구석기 축제다. 구석기문화의 결정체인 ‘아슐리안’ 주먹도끼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석기인류와 동화되는 느낌의 ‘숨소리’로 표현함으로써 구석기 문화를 공감하는 ‘전곡리안의 숨소리’가 이 축제의 주제다. 

 

맘모스.

이곳의 구석기 유물은 1977년 1월 당시 주한미군 공군 상병이었던 그렉 보웬(Greg Bowen, 1950∼2009)은 한탄강에서 데이트하던 중 한국인 애인이 주운 이상한 돌을 유심히 살폈다. 그렉 보웬이 프랑스 고고학자에게 돌에 대한 편지를 보낸 후 그 프랑스 교수 소개를 통해 서울대 교수에게 유물을 보내 조사를 요청한 결과, 그 돌이 약 30만 년 전 것이라고 추정된 전기 구석기시대의 유물인 ‘전곡리 주먹도끼’로 밝혀졌고, 사적(제268호)으로 지정됐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은 전곡리 일대에서 유물 4500여 점을 발굴했다. 

 

전곡리 선사문화 움막.

전곡선사유적지에서 바쁘게 나와 ‘연천은대리성’으로 가기 위해 한탄강 우측 호안(湖岸)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길이 자꾸 끊긴다. 어렵게 ‘길 없는 길’을 찾아 올라선 곳이 연천군보건의료원 뒤편이다. 

 

연천군보건의료원.

연천군보건의료원(漣川郡保建醫療院)은 1963년 연천군 보건소가 설치됐고, 1989년 4월 농어촌지역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연천군보건의료원이 출범했다. 2010년에는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이 지정, 운영되고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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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24 08: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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