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생태계교란 유해식물 ‘가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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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변하지 않는 하나의 사실은 ‘밤이 지나면 아침은 틀림없이 온다’는 것. 

 

전곡리의 아침.

어제 한탄강 답사의 끝 지점이었던 좌상바위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쪽빛 물여울도 세월을 싣고 좌상바위를 휘돌아 나간다. 

 

끄리낚시.

강물이 허리춤까지 닿는 부분에서는 견지낚시에 여념이 없는 사람도 함께한다. 견지는 ‘대쪽으로 만든 납작한 외짝 얼레’인데, 여기에 낚싯줄을 감고 이것을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물고기를 낚는 낚시법이다. 견지낚시의 주요 대상 고기는 끄리·누치·모래무지·피라미 등이며, 미끼는 구더기를 많이 사용한다.

 

가시박넝쿨.

한탄강을 답사하면서 처음부터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다. 강변의 숲을 뒤덮어 버린 ‘가시박’이다. 원산지가 북미로 1980년대 후반 병충해에 강한 특징 때문에 오이나 호박 접목묘의 대목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된 외래귀화식물이다. 

 

모든 생물 종들이 그러하듯 생소한 외지에서 현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바로 도태한다. 반면 환경에 적응하면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좋은 생태계의 폭군으로 등극해 기존 생태계를 교란한다. 

 

가시박은 호숫가 주변의 들판이나 비탈진 강변에서 수 십 미터 높이의 큰 나무까지 뒤덮어 햇빛을 차단해 다른 식물을 말라 죽게 한다. 


가시박 자체에서 다른 식물을 고사하게 하는 물질을 분비해 주변의 다른 식물들이 살 수 없게 만드는데, 이를 타감작용(他感作用, allelopathy)이라 한다. 환경부에서는 토종식물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생태계교란유해식물로 지정(2009년 6월)했다.

 

좌상바위 앞에서 강변을 따라 숲을 헤치며 앞으로 나갔으나 멀리 가지 못하고 길이 막혀 되돌아 나와 전곡대교 부근으로 이동한다. 

 

전곡대교.

전곡대교는 청산면 장탄리에서 전곡읍 은대리를 연결하는 한탄강 위의 37번국도 교량이다. 전곡대교 밑으로 강을 따라 남으로 향한다. 가시박이 세상을 온통 휘감아도 자연은 말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자연의 그 침묵은 가까운 장래에 재앙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청산면 장탄리와 전곡읍을 연결하는 고탄교를 건너 한탄강 우안(右岸)으로 방향을 바꾼다. 전곡읍(全谷邑)은 연천군 중남부에 있는 읍으로 조선시대에는 양주군 소속이었다.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연천군에 편입됐고,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북한 땅이었다. 1985년 전곡읍으로 승격됐으며, 8곳의 법정리를 관할한다. 한탄강 유역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용해 조성된 공원이 많다. 문화재로는 전곡리 선사유적지, 은대리성(隱垈里城), 양원리(兩遠里) 지석묘 등이 있다.

 

한탄강과 고탄교.

수심이 얕은 지역에는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아 한탄강의 여울소리가 더 정겹게 한다. 철조망에는 철모르는 장미가 수줍어하고 물가에는 ‘고마리’가 물을 정화한다. 

 

고마리.

고마리는 양지바른 들이나 냇가에서 자란다. 줄기의 능선을 따라 가시가 나며 털이 없다. 꽃은 8∼9월에 피는데, 가지 끝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뭉쳐서 달린다. 꽃의 형태와 피는 시기, 잎의 생김새 등에 변이가 많으며 메밀과 비슷하다. 어린 풀은 먹고 줄기와 잎을 지혈제로 쓴다.

 

칡넝쿨에 덮힌 주상절리.

정성으로 세워놓은 자갈.

길옆 큰 바위 위에는 사람의 하체 같은 돌멩이를 정성들여 올려놓았고, 강 건너에는 주상절리 단애가 칡넝쿨에 휘감은 채 서 있다. 

 

그 아래 강물에는 카약이 열심히 노를 젓는다. 카약(kayak)은 에스키모인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에서 유래한 무동력 소형 배로 대개 1인승, 또는 2인승으로 여름철 바다 수렵에 사용하는 선박이다. 조종자는 방수 재킷을 입고 배의 가운데에 있는 동그란 구멍 속에 발을 뻗고 하반신을 파묻듯이 앉는다. 

 

한탄강전철교.

수중보 아래로는 서울전철 1호선 전곡까지의 연장선 전철교가 개통을 앞두고 기다리며, 물억새는 이삭을 내밀어 영글어 간다. 그 건너편으로 신천이 합류한다. 신천(莘川)은 양주시 백석읍에서 발원해 동두천시와 연천군 청산면을 거쳐 한탄강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양주시 백석읍 양주 대모산성에서 근원해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신천에 이어 한탄강으로 합류해 임진강으로 유입된다.

 

신천과의 합류지점 아래로는 하중도가 발달돼 있다. 하중도(河中島)는 하천 안에 있는 섬으로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퇴적물이 쌓여 강(江) 가운데에 만들어지는데, 주로 큰 강의 하류에 많이 생긴다. 하중도는 하천의 유량과 유속에 따라 쉽게 없어지거나 생겨나기도 하며, 비교적 규모가 큰 곳은 비옥한 농경지가 되거나 취락이 들어선다. 경기도 하남시의 미사리 선사시대 주거지가 대표적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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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17 09: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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