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귀한 자손 이어준 ‘종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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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귀한 자손 이어준 ‘종자산’ 한탄강과 임진강(18)  
  • 기사등록 2023-12-03 08:46:12
  • 기사수정 2023-12-23 07: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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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운산전망대 입구는 운산리 ‘구라이골’로 한탄강 8경 중 하나인 ‘구라이협곡’이다. ‘굴’과 ‘바위’의 합성어인 굴바위가 변형된 ‘구라이골’은 여름에는 나무가 우겨져 숲이 굴처럼 느껴진다. 


구라이골.

한탄강 본류를 흐르던 용암이 지류로 역류하면서 형성된 침식 지형을 품어 독특한 매력을 품어낸다. 내륙임에도 불구하고 현무암주상절리, 폭포, 협곡이 함께하고 있다. 숲길을 지날 때는 원시림을 거니는 착각도 할 수 있다. 


구라이골 억새.

지난달에 들렸던 구라이골은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시냇물이 있던 작은 계곡에 용암이 흘러들어와 현무암이 만들어진 곳이다. 이후 오랜 세월동안 다시 하천이 흐르면서 현무암층이 깎여 작은 계곡이 만들어진다. 한탄강을 흐르던 용암이 아래에서 위로 가면서 세 부분의 암석이 서로 다르게 보인다. 이는 각각 다른 시기에 흘러들어온 용암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 식으면서 모양과 구조가 다르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유물로 막힌 데크길.

숲길을 따라 도착한 운산전망대는 그대로 있는데 강변을 따라 걸어야할 데크 길은 출입금지다. 지난번에 가을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려 강물이 범람했는지 우리가 가야할 길이 휩쓸려온 부유물이 길을 막았다. 


굴러온 돌에 막힌 데크길.

일부시설은 심하게 훼손됐다. 어느 계단에는 큰 바위가 굴러와 꼼짝하지 않는다. 가지 말라고 출입도 통제했다. 


미개통 운산출렁다리.

되돌아 나온 발길은 아직 미개통(글 작성 시점 기준)으로 한탄강 위로 어깨를 늘어뜨린 출렁다리로 가기 위해 관인면 중리로 이동한다. 이 출렁다리는 포천시 관인면 중2리와 창수면 운산리를 잇는 다리로 아직 준공을 끝내지 못한 미완의 다리다. 출입은 막았지만, 들어갈 수 있는 틈새가 있어 이를 이용한다. 


한탄강 RACE WAY.

입구인 중리 쪽에는 영어로 ‘RACEWAY’라는 간판이 보인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경주용 서킷이 완공됐는지는 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판단이 어렵다. 

 

아직 미개통된 다리를 거니는 재미는 어려서 남의 집 참외를 몰래 따 먹는 서리 같다. 그 당시에는 묵인된 놀이로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던 어른들의 훈훈한 인심이었다. 바닥에는 간간이 수십 미터를 내려보게 하는 투명유리가 깔려 있다. 출렁다리는 흔들림의 아찔함보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한탄강의 밑바닥이 가끔은 현기증을 유발한다. 아직 개통하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만약에 준공이 된다면 또 다른 명소가 될 것 같다. 

 

좀작살나무.

출렁다리를 건너면 창수면 운산리로 오늘 맨 처음 도착한 구라이골이다. 숲속에 있는 좀작살나무는 보라색 열매로 가을을 유혹한다. 좀작살나무는 한여름이 끝날 무렵 잎겨드랑이에 연보라빛 깨알 같은 꽃을 살포시 내밀고, 그 꽃을 벌과 나비는 용케도 찾아내 좁쌀 크기의 열매가 열린다. 처음에는 연두색이었다가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보라색으로 변해 점점 가을이 깊어가면 자수정 구술을 장식한 아름다움을 세상에 내놓는다. 


밤.

우거진 숲 아래로는 영근 알밤이 스스로 떨어져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밤(栗)은 씨 밤이 싹이 나면 그 나무가 첫 열매를 맺힐 때까지 뿌리 중앙에 붙어 자목(子木)을 보호해 ‘후손을 지극히 사랑’하는 조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종묘에 모신 왕과 왕비들의 위패와 사당의 위패도 밤나무로 만든다. 


대추.

대추(棗)·밤(栗)감(柿)·배(梨)는 제사상에 올려야 하는 필수품으로 가풍(家風)에 따라 감과 배의 순서가 달라진다. 그래서 남의 집 제사상을 보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종자산.

운산전망대에서 재인폭포까지의 걷기는 막힌 길이 되어 별수 없이 버스로 이동한다. 강 건너 종자산(種子山, 643m)은 연천읍과 포천시 관인면의 경계를 이룬다. 한탄강을 끼고, 병풍처럼 솟아올라 아침 햇살에 더 반짝인다. 

 

전설에 따르면 아기를 못 낳는 3대 독자 부부가 산 중턱의 굴속에서 백일기도를 드린 후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종자(種子)’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 사람들은 ‘씨앗산’이라고도 부른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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