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가계로 향하는 열차의 ‘도난당한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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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가계로 향하는 열차의 ‘도난당한 좌석’ 이정성 기자 2025-05-29 07:00:01

【에코저널=장가계】충칭(重庆, 중경)은 중국 4대 직할시 중 한 도시다. 북경(北京, 베이징), 남경(南京, 난징), 서경(西京 시안)의 북남서 방향과 수도의 의미인 ‘경(京)’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충칭은 ‘중경(中京)’이 아닌 중경(重庆)을 쓴다. 

 

중국 기차역에서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선 현지인들.

충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중국 호남성(湖南省, 후난성)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중국 산시성(陕西省)의 성도인 서안(西安, 시안)에서 시작된 일정은 쓰촨성(四川省) 성도 청두(成都, 성도), 구채구(九寨沟, 주자이거우)와 황룡(黄龙, 황룽), 충칭을 거쳐 중국 최고 비경으로 소문난 장가계(张家界, 장자제)로 향했다. 

 

중국 기차역의 ‘비즈니스석 전용통로’.

중국의 기차역에는 ‘비즈니스석 전용통로(Business Class Priority Channel)인 ‘商务座专用通道(상무좌전용통도)’가 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섞여 있는 느낌이다.

 

짐 검사와 신분증 확인을 위해 줄을 서 있는 중국 현지인들.

보안검색기를 통과하는 승객들.

보안검색기.

중국에서 지하철과 기차를 타려면 매번 가방 등 소지한 짐을 보안검색기에 통과시켜야 한다. 약간은 형식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기차를 탑승하기 전 승차권을 검사받는 승객들.

외국인이 지하철·기차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여권을 지참해야 한다. 중국 내국인들도 신분증이 없으면 이용할 수 없다. 승차권을 보여준 후 중국인은 신분증, 외국인은 여권을 스캔한 뒤 통과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여권 확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다.

외국인은 오른쪽이나 왼쪽 끝, 여권 스캐너가 있는 곳으로 통과해야 한다. 역에 들어가기 위해 한 번, 승차 직전 플랫폼 통과를 위해 한 번, 때론 기차 앞에서 승차권 검사까지 모두 두세 번의 절차를 거친 뒤 기차에 오를 수 있다. 

 

러시아워에 붐비는 시안 지하철 역사.

러시아워에 붐비는 시안의 전철 내부.

현재까지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계획한 일정을 큰 차질 없이 소화하고 있다. 시안에서는 러시아워에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압사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전철 안에 승객이 꽉 들어서 있는데, 역에 설 때마다 기다리던 승객들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온다. 신기하게도 절대 더 이상 탑승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마술처럼 가능했다. 

 

중국 고속열차.

중국 고속철도 출발시간은 대부분 정확했다. 오히려 정시보다 1분 정도 빨리 출발하는 사례를 두 번이나 확인했다.

 

객차에 충전코드가 있었던 고속열차.객차에 충전코드가 없는 고속열차.고속열차는 객차에 충전코드와 좌석 선반이 있어 노트북을 올려놓기 좋았다. 충전코드 없는 고속열차도 있었다.

 

시속 246km라고 표시된 고속열차 객차 내부 화면. 중국은 고속철도 최고 속도가 시속 350km라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 탐승 중 운행 속도가 290km 이상일 때는 확인하지 못했다. 중간중간 130km∼180km로 달리는 구간도 많았다.

 

무궁화급의 침대열차 내부.

충칭북역(重庆北驛)에서 ‘우룽역(武隆驛)’까지 이용했던 우리나라 무궁화급의 침대열차는 좌우 3칸씩 6개의 베드가 있는 구조였는데, 많이 불편했다.

 

무궁화급의 침대열차 내부.머리를 들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좁아 움직이기 힘들었다. 객차 등급이 낮을수록 실내가 더 시끄러운 느낌도 들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 해도 옆 칸에서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우룽역’에서 ‘장가계서역’까지 운행한 열차.

충칭 ‘우룽역’에서 ‘장가계서역’까지 운행하는 열차 선반에 여행자 캐리어가 올려져 있다.

충칭 ‘우룽역’에서 ‘장가계서역(张家界西驛)’까지는 우리나라 무궁화호 등급보다 낮은 열차를 이용했다. 디행히도 커다란 캐리어도 선반에 올려 놓을 수 있었다.

 

좌석을 찾아 자리로 이동했는데, 어떤 60대∼70대 초반의 남성이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정중하게 좌석표를 보여줬는데, 대각선 건너편 좌석의 5∼6살 정도 남자아이와 함께 있는 30대 여성과 뭔가 대화를 나눈 뒤 미동도 하지 않는다. 

 

잠시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해 봤다. 다른 좌석이거나, 입석인 그녀가 내 자리에 앉은 것으로 보였다. 내 자리를 차지한 남성은 옆자리의 부인과 나란히 앉기 위해 그녀에게 자신의 자리와 바꾼 것으로 추측됐다.

 

객차 복도에서 오리훈제를 판매하는 상인. 객차 내에는 과거 우리나라 홍익회에서 물건을 판매했던 것처럼 작은 카트가 수시로 이동했다. 도시락이나 과일을 소분해서 담아 팔았다. 마침 오리훈제를 파는 상인이 지나가기에 복도에 서 있기가 어려웠다.

 

내 좌석을 자기들끼리 바꿨다는 것에 화가 난 상태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빈자리가 보였다. 계속 서 있을 수 없어 그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중국 기차역 내부. 역대 부분이 규모가 상당히 크다.만일 어린아이와 함께 기차에 타고 있는 30대 여성이 정말 입석으로 승차했다는 가정을 해봤다. 내가 좌석을 돌려받기 위해 좌석을 차지한 남자와 다투는 것이 자칫 국제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빈 자리에 앉기로 했다.

 

장가계서역에 도착한 열차.

난 ‘우룽역’에서 출발해 ‘장가계서역’에 도착할 때까지 4시간 20분 동안 좌석 주인이 찾아오면 자리를 내어주는 일을 세 번 정도 반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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