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서울】현대바이오사이언스(대표 진근우)는 자사가 개발 중인 광범위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CP-COV03(개발명: 제프티)에 대해 베트남 보건당국으로부터 임상 2/3상 복합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로고.(현대바이오 제공)
이번 임상은 뎅기열, 지카 등 모기매개 바이러스뿐 아니라 코로나19, 인플루엔자A에 이르기까지 병리기전이 상이한 감염병을 하나의 약물로 동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세계 최초의 사례다.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는 감염질환이 급증하는 가운데, 단일 약물이 다질환에 대응하는 임상 설계가 공식 승인된 것은 의학계와 제약업계 모두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임상 설계 개요·구조
이번 임상은 뎅기열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한 2상 PART 1과, 이 결과를 기반으로 자동 전환되는 3상 구조로 설계됐다. 지카, 치쿤구니야 등 유사 바이러스 감염병은 동일한 프로토콜 내에서 개별적으로 2상을 병행하며,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A 환자군까지 포함된다. 이는 특정 질환 중심이 아닌 감염병 전반에 대한 통합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임상 시험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시도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2상 PART 1에서 치료 유효성이 확보되면 베트남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긴급사용승인 및 조건부 시판 허가를 추진할 예정이다.
감염병 대응 체계의 전환점
뎅기열은 현재 전 세계 80개국에서 풍토병화 되고 있다. 감염자 수는 연간 3억 9천만명, 사망자는 7천 여명에 달한다.
지카는 소두증 등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며, 치쿤구니야는 강한 관절통과 재발을 특징으로 한다. 이들 감염병은 대부분 무증상 감염률이 50~80%에 달해 확산을 막기 어렵고, 백신조차 제한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승인된 치료제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제프티의 임상 진입은 감염병 치료 전략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
제프티는 기존 구충제였던 니클로사마이드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약물전달기술(DDS)을 통해 생체이용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경구용 제형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자가포식작용(오토파지)을 통해 세포 내 바이러스를 직접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시험에서도 안전성과 증상 개선 효과를 사전 입증한 바 있다.
제프티는 향후 감염병 유행 시 진단을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투약함으로써 전파를 차단하고, 중증화를 예방하며, 입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감염병 대응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 국가에서도 투약이 가능한 경구 제형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보건 형평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베트남 임상을 시작으로, 중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 감염병 고위험 지역에서의 글로벌 임상 확대와 국제기구 협력 전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배병준 사장은 “이번 임상 승인은 범용 항바이러스제의 실현 가능성을 공식 인정받은 첫 사례로, 의학계와 제약업계 모두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라며 “감염병 대응의 결정적 순간에 누구나 쉽게 복용할 수 있는 약이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공공의료 시스템은 전혀 다른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