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남 바이오워터 부사장.(양평군정책자문위원)
【에코저널=서울】매년 3월 22일은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WHO는 “20세기가 주로 석유가 전쟁의 원인이었다면 21세기 전쟁은 깨끗한 물의 쟁탈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현대인들은 경제적 이익과 관련해서는 많은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물과 관련해서는 관심이 적다.
WHO에 따르면 안전한 물을 공급받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23%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유엔보고서에서는 지구상에서 매일 2만5천명이 오염된 물로 인한 수인성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도 “ ‘오염된 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1년에 530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WHO 보고서가 깨끗한 물을 마시기만 해도 질병의 80%를 제거할 수 있고 밝힌 후 1955년에는 ‘깨끗한 물은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구호를 채택하기도 했다. UN은 깨끗한 물만 공급한다면 현재 아동 사망률을 90% 감소시킬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간의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지탱하는 데 있어 ‘물’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강우가 집중되는 상황으로 인해 지역과 계절에 따라서는 일시적인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과거 수도시설이 발달하기 전에는 봄·겨울 물을 못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상대적으로 수원 확보나 수도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시골이나 지방 소도시들에서는 아예 단수나 제한 급수 사태가 벌어지는 경우도 잦다.
2019년과 2020년 겨울을 제외하고, 겨울 가뭄이 과거보다 연례행사로 심하게 일어나는 현상 탓에 겨울철 물 부족은 해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다. 2022년 전남지역 많은 섬에서는 생활용수 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물 부족 국가는 아니지만, 지역적, 시기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국가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환경부는 올해 3월 12일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에서 지난해 기후대응댐 추진계획을 내놨던 예정부지 14곳 가운데 9곳을 후보지로 확정하는 내용을 담은 ‘제1차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의결했다. 댐 증설은 기후변화에 따른 충분한 물의 확보 필요성, 수도권에 건설하거나 추진 중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에 소요되는 물의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력용인 화천댐을 용수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무척이나 고심하고 있다.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이를 두고 최근 두 방송사가 각각 다른 입장에서 보도했다. 과연 어느 내용이 과연 옳을까?
한 방송사는 ‘추가 댐 없어도 물 공급...사후대응댐, 정말 필요?’, ‘댐 철거 열흘만에 생긴 놀라운 변화, 클레머스 강의 기적’ 등 댐 건설에 회의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반면에, 또 다른 방송사는 “세계 최대 들어서는데... 반도체가 부른 한강 ‘물 부족’ ”, “한강에 물이 동이 났다....“반도체가 부른 ‘물 부족’ 삼성·SK 용인 클러스터, 서울 물 사용량의 60%”라는 내용으로 댐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매년 강우량이 7월과 9월 사이에 집중되는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상 물의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일부에서 미국의 오래된 댐 해체 사례를 거론하며 추가적인 댐 건설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각 나라만의 기후, 지형 특성이나 인구 밀도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서 비교하거나 검토한 내용의 제시는 하지 않고 있다. 필자가 볼 때 4대강 사업 이후 물 문제가 진보와 보수의 이념 문제로 변질된 경향이 있어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팔당댐.
필자가 팔당상수원 관리를 직접 담당하던 2015년 역대 최대 가뭄으로 전국이 몸살 앓았던 적이 있다. 보령댐은 충남 서부 지역 8개 시·군에 용수를 공급하는데, 저수율이 22.5%에 이를 때 단수에 들어갔다. 이 지역주민들은 무려 132일 동안 큰 고통을 겪었다.
당시 팔당 상류 소양강, 충주댐도 저수율이 24%에 이르러 수도권 용수공급에 비상이 걸려 초긴장 상태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자칫 수도권 지역에 제한 급수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수도권 지역에 제한 급수 사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다. 생활용수는 물론 산업시설 전반에 미칠 피해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지난해 아들이 거주하고 있는 캐나다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엄청남 규모의 오대호를 비롯해 풍부한 물을 갖고 있는 이 나라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 밀도는 매우 높다. 일정한 시기에 집중되는 강우 유형과 전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하천은 서부 유럽 등과 비교해 하상계수가 매우 높아 물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여건을 갖고 있다. 게다가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많은 물이 필요하다. 따라서 충분한 물 확보는 우리나라의 국운과 직결되는 문제다.
정부는 추진하고 있는 댐 건설은 상·하류 지역, 전문가, 시민단체 간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적극적인 홍보와 충분한 설명, 설득 과정을 거쳐 국민의 공감대 형성하에 원만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물에 대한 슬로건은 ‘빙하보존(Save Our Glaciers)’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우리에게는 무서운 위협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모두가 물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고, 물 절약 등 작은 실천 방안이라도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