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하이난】중국 하이난(海南) 싼야시(三亚市) 도심을 걷다 보면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인도가 사람 한 명이 다닐 정도로 좁아져 동행한 사람은 차도로 걸어간다.
자전거, 오토바이 등 장애물로 가득한 인도.
인도가 갑자기 좁아지기도 하고, 넓은 인도를 만나도 각종 장애물이 가득해 걸음을 떼기 힘들다.
횡단보도에서 사진 촬영하는 보행자 한 명을 오토바위가 포위한 상태.
보행자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오토바이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면 어느 순간 오토바이에 포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횡단보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들.
좌측 여성이 오토바이 사이를 걸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대부분 전기오토바이라 소음이 나지 않아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도 많기 때문에 보행자들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이난은 사실상 겨울은 존재하지 않는다. 겨울철인 1월 평균 기온이 18도, 여름이 시작되는 6월 평균 기온은 29도다.
현지시간 4일 오후 4시, 하이난 싼야시의 기온은 영상 28도, 체감온도는 30도가 넘는다. 호텔 인근 싼야 시내를 걷는데, 무더운 날씨에 햇빛도 강해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쳤다.
바닥에 ‘자전거도로’ 표시가 돼 있지만, 오토바이가 많이 다닌다. 인도가 없어 보행자도 같이 이용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오토바이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가까운 거리도 걷는 것을 포기하고, 택시 또는 개인 자가용 차량(미국·캐나다의 우버와 같음)을 배차해 주는 중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 Chuxing)’을 이용해야 했다.
빌린 오토바이 옆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어제(3일) 하이난 싼야만(三亚湾) 중앙에 위치한 ‘서도(西島, Western Island)’를 찾았을 때도 전기 오토바이를 빌려 섬을 구경했다.
한국에서 중국 여행 필수 앱으로 꼽는 ‘위챗(WeChat, 중국어 발음 ‘웨이씬’), 중국 네비게이션 고덕지도(高德地图), 알리페이(Alipay) 등은 미리 휴대폰에 설치했었다.
오토바이를 빌릴 때 여주인과 위챗 친구를 만든 뒤 채팅으로 소통했다. 모바일 메신저로 신원을 확인해서인지 여권이나 면허증을 맡기지 않아도 됐다. 보증금도 받지 않았다.
서도 해변 곳곳에서는 중국 아가씨들이 예쁜 차림으로 사진촬영을 많이 한다.
오토바이 빌리는 값은 4시간에 30위안(한화 6천원)으로 합의했다. 주인이 제시한 가격은 2시간에 30위안인데, 가격을 깎는 대신 시간을 2시간 더 늘렸다.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5분 정도 달렸을 때 여주인이 위챗 영상통화를 걸어 왔다. 헬멧을 쓴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중국어로 정신없이 말했고,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차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들.
바디랭귀지(Body Language)를 한참 이어가다 “오토바이 안장 아래에 헬멧이 들어있으니 착용하고, 다녀야 한다”라는 뜻을 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안장을 여는 방법을 몰라 헤매다가 지나가는 중국인의 도움으로 열었고, 헬멧도 쓸 수 있었다.
서도는 섬 크기가 작아 1시간만 다녀도 더 이상 둘러볼 곳이 없었다. 좁은 골목길이 많았는데, 오토바이가 많아 정체도 심했다. 결국 점심식사를 한 뒤 예정된 반납시간보다 1시간 일찍 오토바이를 돌려줬다.
하이난 서도 해변에도 오토바이들이 많다.
오토바이를 대여한 여주인은 미리 오토바이를 끌고 온 우리 일행을 보더니 활짝 웃으면서 중국어로 연신 말을 이어갔다.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아마 오토바이를 온전하게 돌려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편 하이난성(海南省) 정부는 오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전면금지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사에 따르면 현재 하이난에는 순수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 연료전지차 등을 합한 ‘신에너지차(NEV; new-energy vehicle)’가 전체 운행 차량의 10%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