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남 바이오워터 부사장(양평군정책자문위원)
【에코저널=서울】과거 ‘쓰레기 분리배출’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은 물론 음식물쓰레기, 생활쓰레기 할 것 없이 모두 분리하지 않고 섞어서 배출했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전 상황
아파트에는 쓰레기 버리는 통로가 별도로 있어 모든 쓰레기를 함께 배출하는 방식이었다. 일반 주택 지역에서는 청소 차량이 새벽에 종을 울리고 지나가면 주민들이 직접 들고나와 차량에 버렸었다.
매일 새벽 청소 차량을 기다리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쥐, 파리, 바퀴벌레 등을 주거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가 있었다.
1990년대 초 필자가 성남시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하던 때 구도심은 지형상 경사지가 많아 청소 차량이 골목까지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소위 ‘따방’이라는 문화가 있었다. ‘따로 방문한다’라는 의미다. 즉, 전날 주택 앞에 용기나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놓으면 미화원이 수거해가는 방식이다. 가정마다 월 3천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했다. 이를 청소 차량에서는 리어카 1대당 일정 금액을 받고 매립지까지 수거해 주는 방식이다.
당시 미화원이나 청소 차량 기사의 부수입이 꽤 괜찮았다. 여담이지만 그들끼리 일과 후 고스톱 칠 때 딴 돈에서 회식하라고 청소계 직원들에게 일부를 나눠주기도 했다. 박봉의 공무원 봉급과 비교할 때 꽤 괜찮은 금액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오성수 성남시장이 ‘따방’이 불합리하다고 금지했다가 골목마다 쓰레기가 넘쳐나고 민원이 빗발치자 오래지 않아 굴복하고, 다시 허용한 바가 있다.
이렇게 수거해 매립지에 가게 되면 넝마주이가 쓸만한 물건들을 고르는 것이 우선이었다. 필자가 하산 운동 매립지 관리를 담당했는데 인근 남서울 CC에서 매립지에서 날아오는 파리 등으로 인한 민원이 거셌다. 시장이 지인들과 주말에 골프 치다가 전화로 지시하는 경우, 휴일임에도 소독차량 등을 동원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청소차에서 쓰레기를 쏟아 내리는 동시에 복토를 바로 하면 줄어들겠지만, 넝마주이들 때문에 사실상 곤란했다. 이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고, 조폭과도 연계돼 있다는 설도 있었기 때문에 손쓸 수가 없었다. 넝마주이는 약 20여 명이 매립지 내에 천막을 만들어 거주했다. 가끔 이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깔끔한 모습에 중형차를 타고 나타나곤 했다. 이때 주로 철이나 종이 등을 수거하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배경과 초기 모습
2025년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일제히 시행된 1995년 이후 꼭 30년이 되는 해다. 이 제도는 쓰레기 감량화, 재활용의 확대와 환경위생 측면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당시 쓰레기 문제는 매립지, 소각장 확보 문제 등으로 국가적인 이슈로 대두되고 있었다.
좁은 국토 여건과 님비현상 등으로 매립지 확보가 어려웠고, 소각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건설이 쉽지 않았다. 1994년 시행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쓰레기 대소동’이 발생했다. 새해부터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버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민들이 가능한 모든 쓰레기를 버렸기 때문이다.
시행 직후에도 민원이 빗발쳤고 가짜 종량제 봉투가 유통되거나, 쓰레기봉투만 훔쳐 가는 도둑까지 등장하는 등 혼란이 있었다. 얌체족들이 하천 변이나 야산에 불법으로 투기하는 행위도 일시적으로 늘어났다.
재활용 용기.
정책의 성공적인 안착…환경위생 개선 기여
이같은 혼란 속에서도 종량제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 나갔다. 시행 열흘 만에 종량제 봉투 사용이 평균 90%에 육박했다. 이 제도 도입 이전에 1인당 연간 778kg에 달하던 쓰레기 발생량이 350~350kg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쓰레기 배출량 감소와 함께 재활용률은 35% 증가해 연간 3천억원에 이르는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매립지의 사용기간 연장, 특히, 쥐, 파리, 바퀴벌레 등이 거의 사라지면서 위생적이며,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해외 언론 주목한 시스템
이런 우리나라의 쓰레기 관리시스템은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와 LA 타임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의 음식물 분리배출 시스템을 세계에서 가장 잘 된 제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가끔 캐나다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들이 한국에 오면 쓰레기 버리는 일이 가장 낯설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주거하는 건물에서 병이나 플라스틱만 간단히 분리하고, 나머지는 쓰레기 투입구에 바로 버리는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2023년 1월 키르기스스탄에 코이카 사업으로 폐기물 정책 ODA 참여했을 때 간담회 중에 환경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에게 이 제도를 직접 소개한 바 있다. 관계자 모두 제도의 효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국민에게 새로운 부담을 주는 제도 시행에는 부정적이었다. 여담이지만 환경부 차관 말로는 새로운 부담을 국민에게 주게 되면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새롭게 닥쳐온 쓰레기 문제와 앞으로의 과제
시대의 변화와 함께 쓰레기 문제는 날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사용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재활용률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배달 문화의 일상화 등 종이박스,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이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 또한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시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제도와 정책의 발굴, 정책에 호응할 수 있는 국민 인식의 변화를 통해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환경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보전해 나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