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저널=서울】오는 10월 19일(토)인 ‘국제 수리의 날’이다. ‘국제 수리의 날’은 오픈수리국제연맹 ORA(Open Repair Alliance)이 지구적으로 폐기물이 야기하는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수리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7년부터 지정한 날로, 매년 10월 세 번째 토요일이다.
수리할 권리에는 ▲기업이 수리가 쉽도록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하도록 의무화하는 것 ▲소비자가 수리 방식 및 업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 ▲소비자가 제품을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것 등 다양한 권리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순환기본법이 수리할 권리가 포함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으로 전면 개정돼 2022년 12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개정 당시 법안은 보증기간 내 부품을 확보 및 부품의 배송 기한을 의무화하는 내용만 담고 있으며, 이 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만 일단락됐다.
지난 8월 19일부터 9월 30일까지 수리할 권리의 핵심 법안, 제20조(지속가능한 제품의 사용)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내용을 담은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가 진행됐다. 시행령 개정안 내용은 소비자기본법의 분쟁해결기준을 중심으로 대상과 부품보유기간을 결정했다. 분쟁해결기준은 말 그대로 소비자와 기업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기준이다. 이 기준들이 제품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품 대상 및 부품보유기간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추가적으로 ‘제품을 제조하는 경우 수리용이성을 고려하여 설계할 것’을 준수하라고 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수리용이성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 수리용이성을 고려한 설계인지 평가하는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자세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이는 5호·6호에서 다루고 있는 자가수리 문항에도 마찬가지이다. ‘자가수리의 경우, 가능한 부분에 대한 정보 및 필요한 장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자가수리 가능한 제품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또한 필요한 장비에 대한 정보 제공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자세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이는 7회의 ‘소비자에게 수리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 부분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현재 수리할 권리 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자는 제품의 지속가능한 사용을 위해 그 제품이 조기에 폐기되지 않고 수리돼 사용될 수 있도록 다음 각호의 사항에 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이는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권고에 그치고 있다는 뜻이다. 원래 법안 취지에 따라 제품이 조기에 폐기되지 아니하고 수리돼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들이 이 법안을 준수하도록 의무조항으로 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 수리할 권리는 한정된 자원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선순환할 수 있는 순환 경제의 핵심 개념으로 유럽,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법률로 채택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단순히 허울뿐인 법안을 넘어 원래 법안의 취지인 한정된 자원을 선순환 시킬 수 있도록, 수리가 일상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2024년 10월 18일
서울환경연합 이사장 최영식·사무처장 이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