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서 “731부대,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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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서 “731부대, 악마를 보았다” 731전시관 찾은 중국인 분노·탄식 이어져  
  • 기사등록 2024-02-26 23:49:15
  • 기사수정 2024-02-27 10: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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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하얼빈】중국에서 사람이 모이는 곳은 으레 시끄러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곳은 잔잔한 목소리 외에 큰 소리로 대화하는 이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중국침략일본제731부대죄증진열관’ 신관.

하얼빈 지하철 1호선 종점인 신강대로(新疆大街)역에서 내리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중국침략일본제731부대죄증진열관(中國侵掠第七三一部队罪证陈列馆, 이하 ‘731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 모습이다.

 

731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

평일인 26일 월요일 오후임에도 불구, 전시관 내부에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일부 젊은 관람객은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해야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역사적 사실을 적은 문구를 읽다가 일본의 잔인함에 놀라 탄식을 하기도 했다.

 

731전시관(하얼빈시 평방구 신강대가 23번지) 신관은 2015년 8월 15일 개관했다. 3층으로 지은 건물에 ▲일본군의 세균전체계 ▲731부대 ▲인체실험 ▲세균무기의 연구와 제조 ▲세균전 자행 ▲증거인멸과 재판 등 여섯 부분으로 나눠 전람실을 꾸며 731부대의 만행을 알리고 있다.

 

중국어·영어·일본어·러시아어·한글이 쓰인 현판.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反人類暴行, INHUMAN ATROCITIES, 비인도적 잔학행위’ 등의 문구가 중국어와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한글로 적은 거대한 현판이 입구에 걸려있다. 

 

전시관 안내 데스크에서 한국인임을 밝히면 통역기를 무료 대여해준다. 보증금 100 위안(1만8480원)은 관람이 끝나고 통역기를 반납하면 돌려준다.

 

731전시관측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731부대 유적지 일대는 전쟁을 목적으로 세균 무기를 연구·실험하고, 제조한 최대 규모의 유일무이한 총사령부다. 

 

731전시관 전시물.

731부대 유적지는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전시관이 전시·소장하고 있는 문물, 문헌 등의 자료도 풍부해서 731부대가 벌인 세균의 연구·제조·사용과 세균전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 모든 과정의 역사적 진실을 밝혀주는 명백한 증거가 되고 있다.

 

731부대 이시이 시로(石井 四郎) 사령관이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이 전시되고 있다.

생체실험 대상이었던 중국인, 러시아인 등을 옮기는 수단으로 활용된 차량.

731부대 유적지는 일본의 대중국 식민침략, 잔혹한 약탈행위, 강제노역 동원 등을 보여주는 현대사의 증거자료다. 이 유적지 일대는 중국을 침략한 일본군이 저지른 범죄 증거이자, 그들이 범죄증거를 없애려 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731부대 유적지는 일본의 중국침략사, 일본군의 세균전 준비와 세균무기 사용, 일본군의 만행을 연구할 수 있는 실물 자료인 셈이다. 

 


중국 정부는 731부대 유적지가 중국과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의 항일인사, 무고한 민중이 수난을 당한 곳으로 기억되어야 할 장소라고 밝히고 있다. 이 유적지가 특별한 보편적 가치와 중대한 현실적 의미를 갖는 곳으로써 세계평화를 수호하고, 전쟁을 반성하는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누구나 특별한 절차 없이 입장 가능하고, 입장료는 무료다.

 

전시관 관람을 마친 중국 여대생은 “731부대 만행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전시자료를 꼼꼼하게 보게 되니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며 “731부대 일본인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이라고 말했다.

 

731전시관 바로 옆에는 731부대 건물 일부가 남아있다.

 

731부대 건물 본부동.

731부대 본부동 사령관실.

본부동 부관실을 비롯한 각 부서 사무실 표시가 복도 양 옆으로 보인다.

731부대의 핵심 지휘를 담당했던 ‘본부 중심동’은 거의 온전한 상태다. 본부 중심동은 세균실험과 세균전을 기획·조직·실시하던 731부대의 중추기구로, 당시 ‘1동’이라고 불렀다. 

 

731부대 감옥은 일본군이 만행을 지우기 위해 폭파시켜 폐허로 흔적만 있다.

본부 중심동과 연결된 무기고와 자재부 사무실은 ‘2동’으로 불렀다. 피실험자들을 감금하던 ‘특설감옥’은 ‘7동’과 ‘8동’이라고 불렀다.

 

본부 출입자들을 검문하던 위병소는 다섯 곳 중 단 한 곳 ‘남문위병소’만 남아있다.

 


731부대의 부대시설들은 이름만 들어도 소름끼친다.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동상실험을 했던 ‘동상실험실’, 소형 실험동물을 사육하던 ‘소동물지하사육실’, ‘이’를 비롯해 빈대·파리·모기 등 전염 매개물을 키우던 ‘동물번식실’, 결핵균을 연구·제조할 때 사용하던 ‘결핵균실험실’, 시체소각로·동물소각로 등의 시설은 흔적만 남아있다.

 

731부대 이시이 시로(石井 四郎) 사령관.

전시관을 거의 다 둘러보고 나올 때 전시관측이 제공한 통역기 이어폰에서 “미국이 731부대의 생체 실험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 이시이 시로(石井 四郎) 사령관 등 731부대와 직접적으로 연루된 범죄자들과 접촉했다”면서 “사실상 그들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성토했다.

 


731부대 유적지는 1982년부터 중국정부가 본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2006년에 ‘전국중점문화재보호구역’이 됐다. 2012년에는 ‘중국세계문화유산예비명단’에 올랐고, ‘국가국방교육기지’로 선정됐다.

 

731부대 유적지 앞 헌화.

한편 전시관을 나와 길을 걷다 보면 유적지 표시석 앞에 중국 국민들이 갖다 놓은 헌화가 즐비하게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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