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햇살이 옆으로 누워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릴 때 발길은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에 위치한 고려청자박물관에 도착한다.
강진 고려청자박물관.
1997년 개관한 고려청자박물관(高麗靑磁博物館)은 1913년~1914년 강진군 청자 요지 발견·일제강점기 당시 이왕직(李王職) 박물관의 현지 조사 이후 1959년부터 1992년 사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주도로 진행된 조사·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1997년 ‘강진청자자료전시관’으로 설립됐다. 2007년 강진청자박물관으로 이름을 변경했다가, 2015년 고려청자박물관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박물관 정원의 홍가시나무.
고려청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도자기사(陶瓷器史)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강진군 대구면의 용운리·계율리·사당리와 수동리 일대는 고려 시대에 관요(官窯)가 있던 곳으로, 전라북도 부안의 보안면 유천리와 함께 고려청자 생산의 중심지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견된 옛 가마터 400여 곳 중 이곳에서는 180여 곳의 가마터가 발견된 것은 고려청자 생산의 본거지라는 뜻 같다. 박물관에는 강진군에 분포한 청자요지에서 발굴된 청자 및 파편 3만 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 연못.
마감시간에 쫓겨 고려청자박물관을 찾아 바삐 이동한다. 박물관 앞 사각 연못 중간에 원형의 섬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 이는 우리 선조들의 우주관인 천원지방을 나타낸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뜻이다. 섬에 나무를 심은 것은 천지인(天地人)을 표방하는 원방각을 표시한 것으로, 원(圓, ○), 방(方, □), 각(角, △)은 우리민족 고유의 문화코드다.
고려청자 장인상.
박물관 입구에는 청자 장인상이 고려의 세상을 빗고 있다. 고려청자는 흙을 다루는 장인의 손길에서 시작해 1300℃의 높은 온도에서 예술성이 결정된다. 혼을 담아 청자를 빚어내는 고려 도공의 장인정신을 함께 느껴보기 위해 이곳에 건립했다. 고려청자의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청자매병을 만들고 있는 도공의 모습으로, 강진지역에서 채취한 점토를 사용해 2010년 목포대학교 조형미술연구소(전병근 작가)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고려청자박물관은 고려청자의 발생과 발전, 쇠퇴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에서 청자를 가장 먼저 만든 중국인마저 ‘천하제일’이라 칭송한 고려청자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박물관에 고스란히 담겼다. 청자는 중국 송나라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하는데, 옥을 흙으로 빚어보려는 시도가 그 시작이라고 한다. 도자기를 구울 때 표면에 달라붙은 나뭇재가 푸른색으로 변한 데서 힌트를 얻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