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고려청자 대표 문양은 ‘학·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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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고려청자 대표 문양은 ‘학·구름’ 남도 문화·낭만 따라 걷는 ‘남파랑길(20)’   
  • 기사등록 2025-05-3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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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푸른빛 도자기 청자가 우리 땅에서 제작된 때는 신라 말에서 고려로 이어지는 9~10세기다. 당시 청자는 찻잔으로 사용하는 완(사발)이 대부분이며, 따로 문양을 새기지 않았다. 

 

청자음각모란문매병.

11세기 들어 청자에 문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려 비색(翡色)’으로 불리는 비취색 고려청자는 12~13세기에 본격적으로 만들었다. 음각한 도자기에 백토와 황토를 채워 각기 다른 색 문양을 만든 상감기법이 이때 등장한다. 

 

모란무늬매병.

청자는 문양을 장식하는 기법에 따라 종류를 구분한다. 크게는 조각적 장식의 순청자(純靑瓷)와 회화적 장식의 화청자(畵靑磁), 이 두 가지 장점을 응용한 상감청자(象嵌靑瓷) 세 가지가 있다. 상감기법은 고려의 도공들이 처음 창안해 낸 방법이다. 

 

청자상감보상당초문 대접.

상감청자의 처음 제작 시기는 12세기 중엽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1159년에 세상을 떠난 문유(文裕)의 묘에서는 청자상감보상당초문(靑磁象嵌寶相唐草文)의 대접이 발견된 데 근거하고 있다. 

 

고려청자 주전자.

상감(象嵌)한 도자기를 가마에서 구우면 백토는 흰색, 황토는 검은색을 띤다. 고려청자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瓷象嵌雲鶴文梅甁, 국보 68호)도 이 시기 작품이다. 고려청자의 전성기로 꼽히는 12~13세기에는 상감기법 외에 압출 양각, 투각, 철화, 백화, 퇴화, 철채 상감 등 청자를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조각 기법을 시도했다. 

 

청자퇴화연국문과형주자.

고려청자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에는 9세기 청자 완(사발), 12세기 청자상감여지문대접, 13세기 청자퇴화연국문과형주자, 상감청자가 쇠퇴해 분청사기로 변모해가는 14세기 청자상감용문매병 등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색과 문양의 변화를 통해 고려청자의 500년 흥망성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참외 모양 청자퇴화연국문과형주자는 백토와 황토를 붓에 묻혀 문양을 넣은 흔치 않은 작품 같다. 

 

매화 대나무 학무늬 매병.

청자범종과 청자인장 등 강진 고려청자 요지(窯址, 사적 68호)에서 출토된 유물 800여 점을 전시한 공간도 볼 만하다. 온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고려청자의 발달 과정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다. 강진 고려청자 요지는 대구면 용운리·계율리·사당리·수동리 일대에 분포한다. 점토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수비부터 1300℃에 청자를 굽는 재벌구이까지 청자 제작 과정도 재현해 볼 수 있다. 

 

순청자.

고려청자박물관 뒤쪽에 자리한 청자재현연구동에서는 도자기의 형태를 잡은 성형과 상형, 건조한 도자기 표면에 상감, 음각, 양각, 투각 등으로 문양을 새기는 조각 작업을 직접 볼 수 있다. 물레를 이용한 형태 잡기를 성형, 연꽃이나 거북처럼 물레로 할 수 없는 기물의 형태를 손으로 잡아가는 작업을 상형이라 한다. 

 

청자상감유로수금문병.

고려청자를 대표하는 문양은 단연 학과 구름이지만, 연꽃과 모란, 국화 같은 꽃도 즐겨 사용했다. 어깨 넓은 매병에 음각한 모란이 은은한 멋을 풍긴다면, 옥빛 대접에 상감한 모란은 섬세하고 야무지다. 부처님의 진리를 상징하는 연꽃과 군자의 고결한 덕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 청자도 눈에 띈다. 연꽃과 버드나무, 학, 갈대 등을 한 작품에 담아낸 청자상감유로수금문병은 수묵화처럼 아름답다. 

 

청자퇴화연국문과형주자.

멋을 위한 문양과 달리, 청자 표면이나 바닥에 특별한 의도로 글이나 기호를 새기는 명문(銘文)도 있다. ‘금(金)’자는 관청이나 사람 이름, ‘왕(王)’자는 왕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전시물 가운데 ‘정릉(正陵)’이라고 상감한 청자 조각이 눈에 띈다. 정릉은 공민왕의 왕비가 된 원나라 사람 노국공주의 능호(陵號)다. 

 

청자빚기체험.(강진군청 제공)

고려청자박물관에서는 물컵과 화병, 매병 표면에 글씨나 그림을 새기는 조각 체험, 흙 1kg을 물레로 성형해 나만의 그릇을 만드는 물레 체험, 가래떡 모양 흙을 차곡차곡 쌓아 그릇을 만드는 코일링 체험 등 아이와 함께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완성한 작품은 초벌구이, 유약 바르기, 재벌구이를 거쳐 60여 일 뒤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

고려청자박물관과 나란히 자리한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은 체험과 놀이가 가능한 디지털 미디어 복합관이다. ‘보물선 시간 여행, 그림 속의 청자, 완성된 청자를 구하라, 청자 이야기, 청자가 부르는 노래, 작은 영상관, 나만의 청자 공방, 물속 청자 문양 미디어, 청자 속의 숨은 그림 찾기, 비취빛 꿈을 담은 청자’ 등 10개 디지털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고 한다. 

 

고려청자운반선 수중발굴.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 내 ‘천년의 숨결’ 주요 청자 유물의 제작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영상이 상영된다.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은 관람료가 무료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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