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남도의 금강산 ‘달마산’과 미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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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남도의 금강산 ‘달마산’과 미황사 남도 문화·낭만 따라 걷는 ‘남파랑길(5)’   
  • 기사등록 2025-04-06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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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항상 맞이하는 오늘이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모든 세상이 새롭다. 밤새 출렁이며 어둠을 삼키던 파도소리는 거대한 바다의 숨소리였던가. 

 

땅끝 일출.(메버릭 김종우)

섬 너머로 오메가(Ώ)를 그리며 솟아오른 오늘의 태양은 땅끝전망대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특전이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요 시작과 끝이라”(요한계시 22:13) 항상 끝이 있어 시작이 있고, 시작이 있어 끝이 있는 법. 또 다른 오늘을 위해 달마산 미황사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딘다. 

 

달마산 미황사 일주문.

미황사 주차장에 도착해 올라가면 처음 맞이하는 달마산미황사 일주문에서부터 사천왕문까지 이어지는 108계단이 있다. 아마 이 계단을 밟고, 오르내리면서 백팔번뇌에서 벗어나라는 뜻일 것이다. 

 

윤장대.

백팔번뇌가 끝나 사천왕사에 들어서면 중앙에는 윤장대가 자리한다. 윤장대(輪藏臺)를 돌리면 불경을 읽은 것과 같은 의미다. 글자를 모르거나, 불경을 읽을 시간이 없는 신도들을 위해 만들어진 불구(佛具)다. 

 

미황사 사천왕상.

사천왕상(四天王像)은 우주의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을 형상화했다. 동방 지국천(持國天)·서방 광목천(廣目天)·남방 증장천(增長天)·북방 다문천(多聞天) 등 사방의 천왕을 사천왕이다. 보통 사천왕상은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든지 입을 악다물거나, 포효하듯이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곳의 사천왕은 우아한 귀공자풍 사천왕상이다. 2020년 5월 2일 지금의 사천왕상으로 복장의식과 점안의식을 했다고 한다. 

 

미황사 자하루.

자하루(紫霞樓) 중앙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대웅보전(大雄寶殿, 보물 제947호)이 나오는데, 지금은 새롭게 단장하기 위한 불사(佛事) 중이다. 병조판서를 지낸 민암(閔黯, 1634∼1692)이 1692년(숙종 18)에 세운 사적비에 따르면 서역 우전국왕의 인도로 경전과 불상이 가득한 배가 사자포(땅끝마을)에 도착했는데, 의조화상과 100여 명의 향도가 그 배를 맞아 지금의 자리에 절을 세웠다고 기록돼 있다. 

 

미황사 대웅보전.

749년(신라 경덕왕 8)에 창건된 미황사는 달마산의 품에 안겼는데, 인도에서 금인(金人)이 가져온 불상과 경전을 금강산에 모시려다 이미 다른 절이 있어 소의 등에 싣고 되돌아가다가 이곳이 인연의 땅이 되어 사찰을 지어 봉안했다. 그때 소 울음소리가 아름다워 ‘미(美)’자와 금인을 상징한 ‘황(黃)’자를 써서 미황사(美黃寺)가 됐다. 

  

미황사 대웅보전 주춧돌의 거북이.

미황사 대웅보전 주춧돌의 게.대웅전 주춧돌에는 연화문(蓮花紋)과 함께 게와 거북문양 등이 새겨져 있어 바다가 가까이 있음을 암시한다. 대웅전과 맨 위쪽에 있는 응진전(應眞殿)은 보물로 지정됐다. 

 

부도암과 부도비(승탑비).미황사에는 27명 고승의 승탑이 있다. ‘부도(浮屠)’는 불타가 곧 부도이므로 외형적으로 나타난 불상이나, 불탑이 바로 부도다. 더 나아가 승려들까지도 부도라 부르는데, 요즈음은 부도 보다는 승탑으로 많이 부른다. ‘부도전(浮屠殿)’은 미황사 대웅보전 옆으로 부도암 근처에 남쪽과 서쪽으로 나눠 남쪽 부도전에 21기, 서쪽 부도전에 6기가 있다. 이 외에도 부도암에 1기가 있어 총 28기가 남아 있다. 승탑들은 모두 18~19세기에 조성됐다. 

 

불사약을 찧는 토끼.치우화상상.미황사 부도전 승탑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물고기, 게, 거북이, 귀면(鬼面) 등 다양한 생물이 조각돼 있다. 형태는 탑신부의 형태에 따라 크게 방형, 구형, 팔각원당형, 석종형으로 조성돼 있다. 남쪽 승탑에는 거북이, 물고기, 치우화상, 게, 새 등이 새겨져 있다. 서쪽 부도전에서 동물상이 조식(彫飾)된 승탑에는 거북이와 게를 비롯해 불사약을 찧는 토끼와 사슴 등이 있다. 

 

달마봉의 아침.미황사의 주산인 달마산(達摩山, 489m)은 남도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산으로 공룡의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암봉으로 형성돼 있다. 능선은 단조로운 산타기와는 달리 계속해서 정상으로만 이어지는 등반으로 멀리 해안 경관을 보는 즐거움이 함께해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산이다. 

 

달마대사상.

일설에는 모함으로 죽은 달마가 인도로 간 것이 아니라 해남 땅끝으로 왔다고도 하는데, 미황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손에게 달마대사는 또 오라고 손짓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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