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이곡·이색 부자 배향 ‘문헌서원’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이곡·이색 부자 배향 ‘문헌서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산사·서원을 따라(48)  
  • 기사등록 2024-12-28 08:00:01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등 뒤로 찬바람을 느끼며 발길은 다시 충청남도 서천에 있는 문헌서원으로 옮긴다. 이런 것을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고 하는 걸까?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너무 멀다. 

 

이른 아침부터 전남 나주를 출발해 화순 만연사와 담양 명옥헌, 장성 필암서원, 고창의 읍성과 선운사, 정읍 무성서원을 간만 보고 지나쳤다. 호남평야 지평선을 차창으로 바라보며 금강을 넘어 조금 늦은 오후 무렵에 서천 문헌서원에 도착하니 들어가는 문은 닫혀 있다. 

 

문헌서원 목은 이색 좌상.

문헌서원(文獻書院)은 고려 말 학자인 가정 이곡(李穀, 1298∼1351)과 목은 이색(李穡, 1328∼1396) 부자를 배향하기 위해 만든 조선시대의 서원으로 충청남도문화재자료(제125호)로 지정됐다. 1594년(선조 27년)에 건립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돼 1610년(광해군 3년)에 한산 고촌으로 옮겨 다시 세웠다. 이듬해인 1611년 문헌서원으로 사액됐고, 이종덕(李種德)·이종학(李種學)·이종선(李種善)·이맹균(李孟畇)·이개(李塏)·이자(李耔) 등 한산이씨(韓山李氏) 팔현(八賢)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문헌서원 홍살문.

1871년(고종 8년) 서원철폐령에 따라 문을 닫았으나, 그 후 처음 문헌서원이 있던 곳에 설단(設壇)하고, 분향해 오다가 1968년 현 위치에 재건했다. 

 

문헌서원 목은 이색 묘.

서원 왼쪽 기린산자락에는 셋째 아들(종선)이 여주에서 이곳으로 영구(靈柩)를 모셔온 이색의 묘소가 있는데, 묘 자리는 당시 무학대사가 잡아 주었다고 한다. 그 아래로는 감로수(甘露水)가 넘치는 우물이 있다. 장판각에는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의 문집 55권, 목판각 975매가 보관돼 있다. 

 

문헌서원 진수당.

문헌서원 효정사.

시간이 늦어 문이 닫힌 관계로 서원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나 안내도에 있는 배치도를 살펴보니 문헌서원도 다른 서원과 마찬가지로 홍살문을 지나면 서원의 입구인 외삼문인 진수문(進修門)과 강학공간인 진수당(進修堂), 제향공간으로 내삼문인 경현문(景賢門)과 효정사(孝靖祠)가 일직선상으로 배치된 전학후묘(前學後廟) 구조다. 강당인 진수당 앞에는 원생들의 생활공간인 동재[존양재(存養齋)]와 서재[석척재(夕惕齋)]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목은 이색 신도비.

서원 밖 왼쪽으로 돌아가면 목은 이색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433년(세종 15)에 세운 대리석 신도비(神道碑)가 있고, 그 뒤에는 영정을 모신 영당(影堂)이 자리한다. 

 

문헌서원 목은 이색 영당.

이색 초상의 유래에 관해서는 허목(許穆)의 ‘목은화상기(牧隱畵像記)’에 자세히 전하는데, 허목 당시에는 원본인 정장 관복본이 전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옮겨졌다가 되찾아 왔으나, 훼손이 심해 여러 번 이모(移模)하는 등 여러 곡절을 거쳤다. 이곳의 영당은 1755년에 새로 옮겨 그린 것이라고 한다. 

 

가정(稼亭) 이곡은 한산이씨 시조인 이윤경(李允卿)의 6대손으로 찬성사 이자성(李自成)의 아들이며, 이색의 아버지다. 고려 말기의 학자로 1333년(충숙왕 복위 2)에 원나라 제과(制科)에 급제한 후, 원제(元帝)에게 건의해 고려에서의 처녀 징발을 중지시켰다. 충렬·충선·충숙왕의 실록 편찬에 참여했으며, 죽부인을 의인화한 가전체(假傳體) 작품 ‘죽부인전(竹夫人傳)’이 있고, 저서에 ‘가정집(稼亭集)’이 있다. 

 

문헌서원.

목은(牧隱) 이색은 1328년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에서 태어나 13세의 어린 나이로 성균관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영민했다. 그 후 아버지가 계시는 연경으로 가서 원나라 국자감(國子監)에 입학해 주역(周易)을 배웠다. 23세에 귀국해 여러 관직을 지내다가 성균관 대사성에 임명돼 대학자로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여말선초(麗末鮮初)의 어수선한 시기에 고려 왕조의 절개를 위해 태조 이성계의 영입을 거절하다, 1396년 5월 7일 여주 신륵사(神勒寺) 부근 제비여울에서 선상유람 중 갑자기 별세했다. 

 

문헌전통한옥호텔.

문헌서원에는 ‘문헌전통한옥호텔’이 있어 체험을 통해 목은 이색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선비 체험을 하면서 일상의 잡념을 비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숙박을 하면서 문헌서원의 전통 한식 밥상을 맛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원 주변으로 천년솔바람길이 조성돼 있어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자연을 사색하며 호연지기(浩然之氣)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12-28 08:00:01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오대산 ‘복수초’ 개화…봄 ‘성큼’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