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충남 사찰 대본산 공주 ‘마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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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충남 사찰 대본산 공주 ‘마곡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산사·서원을 따라(51)  
  • 기사등록 2025-01-05 08: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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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요즘은 도사가 아니라도 축지법(縮地法)을 자주 쓴다. 교통이 발달됐기 때문이다. 논산의 사계종가에서 공주 마곡사까지 60㎞ 이상 거리를 단숨에 달려왔다. 

 

유네스코세계유산 마곡사.

공주시 사곡면소재지까지는 그런대로 평탄한 길이었는데, 이곳을 벗어나 마곡사 가는 산길로 접어들면 금세 산굽이가 이어져 차창의 흔들림이 심해진다.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 불릴 만큼 봄의 경치가 으뜸인 마곡사의 가을 맛은 어떨까? 

 

마곡사는 2018년 7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곱 개 사찰 중의 하나다. 

 

태화산 마곡사 일주문.

태화산(泰華山, 614m) 동쪽의 사곡면 운암리에 있는 기슭 맑은 계곡을 끼고 위치한 마곡사는 조계종의 충남지역 70여 사찰을 대표하는 대본산으로 643년(백제 의자왕 3) 자장율사(慈裝律師)가 창건했다고 하나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다. 1172년(고려 명종 2)에 보조국사가 중창해 크게 일어선 절이다. 절의 이름은 신라 보철화상(寶撤和尙)이 법문을 열 때 모인 대중이 ‘삼밭의 삼대 같이 많았다’고 해서 마곡사(麻谷寺)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마곡사 지도.

마곡사는 가람배치가 좀 독특하다. 태극도형으로 흐르는 마곡천(麻谷川)을 중심으로 북측에는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오층석탑(보물 제799호) 등 부처님의 공간인 극락세계(極樂世界)를 상징한다. 하천 남쪽으로는 영산전(靈山殿) 및 명부전과 국사당이 있어 주로 저승세계를 관장하는 전각들이 있다. 두 공간을 극락교(極樂橋)를 통해 연결하고 있다. 

 

마곡사 해탈문.

마곡사의 정문인 해탈문을 지날 때 속세를 벗어나 불교 세계의 경내로 들어서면 먼저 저승 세계로 대표적인 전각이 영산전이다. 절 한쪽에 조용하게 자리 잡은 영산전(靈山殿)은 세조(世祖)가 ‘만세(萬世)가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곳’이라 극찬했을 정도다. 풍수지리에서 천하의 ‘대혈(大穴)’ 자리로 태화산에 있는 군왕대(君王垈)의 맥이 흐르는 영험한 기도 터로 알려졌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군왕대제 기간에는 입시와 고시 준비생과 영전(榮轉)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자비도량참법(慈悲道場懺法) 법회에 동참한다고 한다.

 

마곡사 영산전.

보물(제800호)로 지정된 영산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과거칠불이 모셔진 자리 뒤로 현겁천불이 봉안돼 있어 천불전이라고도 한다. 과거칠불(過去七佛)은 석가모니불이 탄생하기 전의 일곱 부처며, 현겁천불(現劫千佛)의 현겁(賢劫)은 ‘세상이 개벽해 다시 개벽할 때까지의 기간’이다.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앞은 겹처마며, 뒤는 홑처마다. 지붕의 길이도 같지 않은 매우 독특한 건축물이다. 세조가 김시습(金時習)을 만나러 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靈山殿(영산전) 편액만 써주었으며, 타고 온 가마도 놔두고 갔다는 일화가 있다. 

 

마곡사 천왕문.

영산전을 나와 천왕문으로 들어간다. 천왕문(天王門)은 해탈문에 이어 마곡사의 두 번째 대문으로 조선 후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한다. 건물 안쪽에는 동서남북의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상이 안치돼 있다. 사천왕은 천상계(天上界)의 가장 낮은 곳인 사천왕천(四天王天)의 동서남북 네 지역을 관할하는 신적 존재다. 부처님이 계신다는 수미산(須彌山) 중턱 사방을 지키면서 인간들이 불도(佛道)를 따라 사는지 살펴 그들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마곡사 극락교.

명부전 등 저승세계의 전각들을 뒤로하고 극락교(極樂橋)를 건너면 우측으로 범종루가 우뚝하다. 

 

마곡사 범종루.

범종루(梵鐘樓)는 불교의식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범음구(梵音具)로, 범종, 법고, 목어, 운판 등 불전사물(佛殿四物)이 있다. 부처님의 말씀에 비유해 경배의 대상으로 삼으며, 소리를 듣는 순간 삼계중생이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신앙적 의미와 시간 또는 특별한 사건이 있음을 알리는 실용적 의미다. 종소리는 명부세계의 중생을, 북소리는 모든 축생들을, 목어소리는 물속 생물을, 운판소리는 날짐승을 제도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마곡사 오층탑.

범종루를 지나 마당 한가운데에 있는 오층석탑은 일반적인 탑과는 달리 상륜부에 금속으로 된 라마식의 탑 모양을 얹고 있어서 특이하다. 이런 청동제의 보탑은 풍마동(風磨銅)이라고 하는데 원나라의 영향으로 라마교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보물(제799호)로 지정됐다가 2024년 10월에 국보로 승격됐다. 탑신이 8.7m로 홀쭉하게 뻗었고, 지붕돌의 처마가 좁아 상승감을 강조했다. 1층 몸돌 남면에는 자물쇠 모양이, 2층 몸돌에는 네 면에 부처가 새겨져 있고, 5층 지붕돌에 풍탁(風鐸)이 달려 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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