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재인폭포는 지난달에 한 번 다녀가서 그런지 벌써 오래된 지인 같다. 멀리서 눈인사만 나누고 한탄강 길을 따라 나선다.
백년초.
재인폭포 앞 넓은 밭에는 백일홍이 화사하게 피어 눈이 부시다. ‘백일초’라고도 부르는 백일홍(百日紅)은 꽃이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이고, 멕시코 원산의 귀화식물이며,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백일홍은 원래 잡초였으나, 들꽃을 개량한 본보기의 하나로 현재의 모습이 됐다. 백일홍의 꽃말(흰꽃)은 ‘순결’이다.
노란(황화)코스모스.
다음 밭에는 노란(황화)코스모스가 반긴다. 노란(황화)코스모스는 꽃잎 끝이 톱니처럼 갈라져 왕관 모양에 노란색과 오렌지색을 띠는데, 개화 기간이 길어 초여름부터 가을철 서리 내릴 때까지 핀다. 국화과 코스모스속으로 한해살이 풀이며, 노란색, 황색, 주황색의 꽃이 핀다. 꽃은 가지 끝에 한 개씩 머리 모양으로 달린다. 이 꽃은 들판에서 자라는 식물로 씨앗을 뿌려주면 어디서든 잘 자란다. 바람 따라 한들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한탄강주상절리.
재인폭포의 현무암 아래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고생대 데본기 지층인 미산층이 놓여 있다. 미산층은 석회질층과 규산질층이서로 교대로 나타나는 퇴적암이 약한 변성작용을 받아서 형성된 변성퇴적암이다. 밝은 색의 두 층이 서로 밴드 형태를 보여주면서 교대로 나타나는 것으로 현무암과 쉽게 구분한다. 데본기는 고생대의 6개의 기 중 제4기다. 명칭의 유래는 이 시기의 암석이 처음으로 연구된 곳인 잉글랜드의 ‘데번(Devon)’ 주의 이름이다. 이때부터 양서류와 절지동물도 본격적으로 육지에 진출해 생태계를 형성한다.
한탄강댐물문화관.
오후에는 한탄강댐으로 이동해 먼저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물문화관을 둘러본다. ‘한탄강댐물문화관’은 ‘물에 관한 체험, 놀이는 물론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열려 있는 공간’이다. 1층은 한탄강의 유래와 생성과정을 설명한다. 놀이를 통해물을 배우고, 체험하는 친수(親水)공간이다. 2층은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즐기는 놀이터와 쉼터, 전시, 관람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문화(文化)공간으로 이뤄졌다.
한탄강댐.
한탄강댐은 환경을 최대한 고려한 홍수조정 댐으로 한탄강 하류와 임진강의 상습적인 홍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01년 만들었다.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와 포천시 창수면 신흥리를 잇는 길이 705m, 높이 85m, 저수 용량 3억1100만 톤, 홍수 조절 용량 3억 500만톤 규모의 댐이다. 당초 다목적댐으로 계획됐으나, 지역주민들과 환경 단체의 강력 반발로 홍수조절용댐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고문리.
한탄강댐이 건설되면서 연천읍 고문리 마을이 수몰됐다. 수몰지역에 살던 고문리 주민들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포 사격장이 있는 산에서는 포탄 고철을 주워 팔아 자식을 위해 포탄밥을 지어야 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살던 마을이었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포탄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밥이었다. 칼끝처럼 날 선 포탄밥 고철은 그들이 짊어져야 할 고단한 삶의 무게였다.
고문리 용하마을.
하지만 산물도 강물도 많은 지역에서 오히려 먹을 물이 없어 ‘물’고생을 하면서 살다가 2016년 한탄강댐이 생기면서 강물에 터전을 내준 사람들이 살았던 수몰지구다. 고문리(古文里)는 1895년(고종 32) 지방관제 개정에 따라 연천현 현내면 무수동리를 고문리로 이름을 바꾸고 군내면에 편입됐다. 1945년 광복과 동시에 38선 북쪽에 위치해 북한 땅이 됐다가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에 수복지구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불탄소.
한탄강댐 하류로 내려와 용하(龍河)마을을 지나면 ‘불탄소’라는 곳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과거에 하늘로 승천하려다가 실패한 이무기가 살고 있는 깊은 연못이라고 한다. 왼쪽으로 병풍 같은 주상절리를 끼고 곡선을 긋는 구간으로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맨드라미.
길옆으로 천인국(天人菊), 맨드라미 등 가을꽃들이 가는 세월이 아쉬운 듯 더 활짝 피어 세상을 유혹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