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슨 권리로 철새를 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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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성 기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개발에 눈먼 인간들이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갈대를 불태우고 폭죽을 터트리면서 철새추방 시위를 벌인다.


생태계 파괴와 밀렵, 환경악화 등 갖가지 수난을 받던 철새들이 이젠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두루미, 저어새 등 천연기념물 28종과 멸종위기종 10종, 환경부지정 보호종 32종의 철새와 텃새가 서식하는 천수만.


16일 천수만 B지구 철새들의 집단서식지에서는 여름철새들이 알을 낳고 부화하는 산란기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들에 의해 한바탕 대소동이 빚어졌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과 태안군 남면 주민들은 이날 오전 11시 부석면 가사리에서 생존권 사수라는 명목으로 집회를 갖고 가사천변에 불을 놓는 등 철새 퇴치운동을 벌였다. 이들 주민들의 기습공격에 놀란 왜가리 등 철새들은 혼비백산해 달아나야 했다.


이날 시위는 천수만 지역의 관광레저도시 조성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지역주민들의 개발 욕구를 부추겨 야기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민들은 환경부의 천수만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지정이 천수만 개발을 차단하고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태안군은 남면과 태안읍일대 B지구 420만평에 스포츠파크와 골프장, 생태공원 등을 갖춘 관 광레저형 기업도시를 건설을 추진중이다. 서산시는 부석면 일대 B지구 175만평에 숙박시설과 생활체육공원, 생태공원, 간척문화공원, 대중골프장 등을 갖춘 '복합 웰빙레저단지'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은 환경부의 천수만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지정이 이같은 사업 추진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는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인간사회에서 야기된 갈등이 서식지 파괴로 더 이상 물러설 곳조차 없는 죄 없는 철새들에게 향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이유에 어떻든 철새들에게 분풀이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만물을 보호할 책무를 갖는다. 따라서 철새를 울릴 권리는 전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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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05-05-17 11: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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