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풍어·풍년 기리는 ‘오매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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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풍어·풍년 기리는 ‘오매향나무’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16)  
  • 기사등록 2024-04-06 07: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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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자갈길을 걸어 경정3리 오매마을로 접어든다. 이 마을은 16세기경 안동 권씨가 들어오고 그 뒤 김해 김씨가 들어와 개척하면서 살기 시작했다.

 

오매향나무.

어느 날 우연히 지나가던 풍수쟁이가 남쪽에는 오두산이 있고, 앞에는 매화산이 있으므로 까마귀 오(烏)자와 매화나무 매(梅)자를 따서 ‘오매(烏梅)’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때 권씨가 마을 앞 동신바위에 향나무와 소나무, 대나무를 심었는데,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다른 나무는 다 죽고 향나무만 살아 마을의 풍어와 풍년을 기리는 나무가 됐다. 동신바위를 뒤덮은 한 그루 향나무는 경상북도 지정(1982년 10월 29일) 보호수다.

 

경정리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오전이 후딱 지나간다. 칠보산휴게소로 이동해 점심을 하고 영해면 괴시(槐市) 마을로 이동한다. 

 

괴시마을 안내도.

괴시마을은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의 출생지로, 조선시대 전통가옥들로 둘러싸인 마을로 원래 이름은 ‘호지촌(濠池村)’이었다. 당시 목은이 중국 사신으로 다녀와서 자신의 고향이 중국의 괴시(槐市)와 비슷하다고 해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1260년경부터 함창(咸昌) 김씨가 처음 터를 잡은 후 수안(遂安) 김씨, 영해 신씨를 거쳐 1630년(인조 8) 무렵 영양(英陽) 남씨가 정착하면서 영양 남씨 집성촌이 됐다.

 

자귀나무.

마을 어귀에는 자귀나무 꽃이 활짝 피었다. 자귀나무는 해가 지고 나면 펼쳐진 잎이 서로 마주 보며 접혀지기 때문에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로 ‘합환수(合歡樹)’라고도 한다. 원래 나무를 깎을 때 쓰는 자귀의 손잡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나무여서 ‘자귀나무’라고 했으며, 소가 잘 먹어서 ‘소쌀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괴호서숙.

석류.

후학을 가르치던 괴호서숙(槐濠書塾)이라는 당호가 있는 집 정원에는 살구가 무르익어 떨어지고 석류(石榴)는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다. 

 

‘口’자형 집.

마을의 연못에는 연꽃이 맺기 시작했고, 자두도 얼굴을 붉힌다. 전통가옥으로 구성된 마을가옥의 구조는 대부분 ‘口’자형으로 이곳 지역 특성을 나타내는 것 같다. 시간에 쫓겨 마을 전체를 자세히 볼 수 없음이 아쉽다. 

 

목은기념관.

마을 높은 곳에 있는 목은기념관을 대충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축산면 경정리 해안으로 다시 돌아온다.

 

대게원조마을 비석.

축산면 경정2리에는 차유마을이 있다. 고려 제29대 충목왕2년(1345년)에 초대 영해부사로 부임한 정방필(鄭邦弼)이 관할지역인 지금의 축산면 경정리 자연마을이며 대게의 산지인 이곳을 방문할 때, 수레를 타고 고개를 넘어왔다고 하여 수레 차(車)자와 넘을 유(踰)자를 써서 차유마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잡은 게의 다리모양이 대나무와 비슷해 ‘대게’로 불리었으며, 이 마을의 내력에 따라 영덕대게의 원조(元祖) 마을로 명명해 표석을 세웠다.

 

축산해변과 등대.

영덕대게원조비 옆에는 정자도 있고 풍등(風燈) 체험장도 있다. 풍등(風燈)이란 경상도 지역에서 동짓날 저녁에 행하던 민속놀이로 등싸움 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출발의 신호로 띄우는 대형 풍선을 이르던 말이다. 지금은 본인의 소원이나 가족의 안녕을 비는 뜻으로 하늘 높이 날릴 수 있는 체험이기도 하다. 

 

영덕불루로드 다리.

축산해변을 맨발로 자박자박 걸으며 바닷물에 피로를 씻는다. 영덕불루로드다리를 지나 축산천(丑山川)과 만나는 지점에서 여정을 마감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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