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27>종이박스, 한국은 ‘돈’, 캐나다는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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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보고 27>종이박스, 한국은 ‘돈’, 캐나다는 ‘돌’
  • 기사등록 2022-06-06 16:16:49
  • 기사수정 2023-11-14 23: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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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베리어】“길가에 널린 종이박스를 수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너무 아깝다. 한국에서는 많은 어르신들의 용돈 벌이로 거리의 종이박스가 남아나지 않는다는데, 여긴 전혀 딴판이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록키산맥을 지나 450km 떨어진 작은 타운 ‘베리어(Barriere)’에서 아내와 함께 ‘보틀 디포(Bottle Depot)’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교포 A씨(67)의 말이다.


▲‘보틀 디포’에 게시된 재질별 분류방법을 알려주는 안내문.


A씨에 따르면 토론토 등 대도시에서는 중간 수집 체계에 의한 종이박스 재활용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시골지역은 재활용을 위한 자원 수집 체계가 전무한 상태다. 박스를 모아 갖다 줘도 돈을 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 입구 등에 종이박스 수거함이 있지만, 넣을 수는 있어도 돈을 받아 갈 수는 없다.


종이박스 소규모 수거에 대한 보상이 따르지 않음에 따라 대량수거 또는 최종 재활용하는 업체만 배를 불리게 되는 현실이다.

▲베리어 ‘보틀 디포’에 수거된 종이박스.


A씨가 운영하는 디포에서만 수집되는 종이박스가 평균적으로 일주일(여름철)에 3개 벌크 분량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아무리 많은 양을 갖고 와도 돈은 지불하지 않는다. A씨도 모은 종이박스를 정부 산하 청소업체에 무상으로 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거리만 생기고, 돈은 되지 않는 박스만 디포로 가져오면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작업장 공간만 차지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박스에 캔을 담아오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종이박스를 받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처치 곤란한 박스를 장작 불쏘시개로 사용하거나, 그냥 소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무인 박스 수거함도 있지만, 귀찮아서 아무 곳에나 놓고 가기도 한다. A씨 디포에도 야간에 몰래 박스를 버리고 가는 주민들이 있다.


A씨는 “거리에서 캔과 페트병을 수집하는 사람은 많다. 서로 보이지 않는 구역을 정해놓고 싸우기도 한다”며 “반면 종이박스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한국과는 상대적으로 크게 비교된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작은 마을 ‘베리어’의 편의점 옆에 설치된 ‘종이박스 무인 수거함’. 보상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용하는 사람이 드물다.


A씨는 “한국에서는 종이박스가 고물상에 갖다 주면 즉시 ‘돈’을 받는 귀한 대접을 받지만, 캐나다에서는 흔하고 값어치 없는 ‘돌’로 치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성 미주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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