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라인강 수질개선, 환경재난이 ‘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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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라인강 수질개선, 환경재난이 ‘도화선’
  • 기사등록 2018-03-29 07:40:12
  • 기사수정 2023-11-18 17: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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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프랑크푸르트】중부 유럽 최대의 강으로 꼽히는 라인강의 수질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한 도화선은 환경재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라인강 보호위원회(ICPR·International Commission for the Protection of the Rhine) 안나 슐츠(Dr Frau Anne Schulte-Wulwer-Leidig) 국장은 “지난 1986년 발생한 스위스 바젤의 산도즈(Sandoz) 화학공장 화재사고가 라인강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연안국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별대책지역수질보전정책협의회(이하 특수협) 유럽 환경정책 시찰단’은 28일 오후 2시(현지시각),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에서 차량으로 1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코블렌츠(Koblenz)의 ICPR 사무국을 방문, 안나 슐츠 국장으로부터 라인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알아봤다.



안나 슐츠(사진) 국장은 국제 하천인 라인강 보호를 위한 협의체인 ICPR을 찾은 특수협 시찰단에게 “산도즈 화학공장 사고로 인해 30만톤의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 수은, 염색제 등이 라인강에 유출돼 50만 마리의 물고기가 죽었고, 지하수의 취수를 중단하는 긴급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안나 국장은 “과거 라인강에는 다양한 어종들이 서식했는데, 산도즈 사고로 어류가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다”며 “1986년은 구 소련의 체르노빌사고도 발생한 ‘재난의 해’로 기억된다”고 밝혔다.


안나 국장은 “산도즈 사고는 결론적으로 당시 지지부진하던 수질오염 저감 노력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ICPR의 활동도 이 시기 이후부터는 대폭 영역을 넓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현재까지 라인강으로 유입되는 생활하수 처리시설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시설도 현대화시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재난’이 발생한 뒤 더욱 체계적으로 ‘환경보호’가 전개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91년 경북 구미시 소재 두산전자에서 발생한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은 정부가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비롯해 ‘환경개선비용부담금법’, ‘자연환경보전법’ 등을 제정하고.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발족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여론이 악화되자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발표도 하게 됐다.


안나 국장에 따르면 ICPR은 라인강 하류에 위치한 네덜란드가 다국가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제안해 출범했다. 네덜란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각종 공장폐수와 생활하수에 의해 오염된 라인강 물이 하류에 위치한 자국으로 흘러 내려오자 상류에 위치한 나라인 스위스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1950년 ICPR이 출범하게 됐고, 독일을 비롯한 라인강 유역 5개국이 1963년 ‘베른 협약’(라인강 보호협약)에 서명해 공식화됐다. ICPR은 1999년에는 유럽연합(EU)에서 공식기구로 승인받았다.


ICPR에 참여하는 나라는 모두 9개국이다. 독일,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5개 국가가 정식 회원국(협약체결국)이고,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리히텐슈타인, 벨기에 등 국가는 참관국으로 참여한다. 나라의 규모나 협약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9개국 모두 똑같은 투표권을 갖는다.


ICPR의 의사결정은 회원국 만장일치제도다. 단 한 나라의 반대가 있으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 따라서 특정 안건에 대한 논의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수협 우석훈 정책국장은 “협의체에서는 말 그대로 구성원 사이에서 진정성 있는 논의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부가 주민들의 요구를 귀담아듣고 이를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없는 한 우리나라도 후진국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ICPR 회원국은 우리나라 4대강사업(691.5km)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뤄진 것에 대해 크게 놀라고 있다. 1986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라인강(400km) 복원,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4년 동안 복원되는 하펠강(90km) 등과 비교하면 크게 대조되기 때문이다.



▲ICPR 조직도.


ICPR은 회원국 대표들이 참여하는 가장 상위조직은 총회 밑에 전략그룹과 사무국을 두고 있다. 홍수과를 비롯해 수질·오염배출과, 생태과, 프로젝트과 등 크게 4가지 그룹으로 나눠 목표를 설정,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라인강의 심볼로 회귀성 어종인 연어의 회귀를 연구하는 것을 비롯해 식수연구와 강 오염도 저감 연구, 라인강 하류 수질 모니터링 등이 이뤄진다.


ICPR에 소속된 라인강 연안국가들이 협력해 6년에 1번씩 프로젝트를 설정, 추진한다.


ICPR은 라인강 곳곳에 56개의 수질측정망을 운영하고 있는데, 독일, 스위스,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유역에 위치한 모든 국가가 정보를 공유한다. 또 독일과 스위스 국경지점, 독일과 네덜란드 국경 등에는 양국의 연구원이 함께 근무해 수질오염을 감시한다. 수질측정소는 이상경보 발령시 역추적이 가능하다. 실제로 1996년에는 네덜란드에 위치한 측정소에서 농약이 검출돼 독일의 모젤 농가에서 사용사실을 추적, 확인하기도 했다.


안나 국장은 “라인강은 1320km 가량을 흐르는데, 선박운항이 가능한 구간은 825km”라면서 “라인강 지류에는 6천만명 가량이 생활하며, 라인강을 원수로 식수를 사용하는 인구는 3천만명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ICPR 안나 슐츠 국장이 슬라이드 화면을 통해 직선하천(좌측)의 자연형복원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ICPR은 홍수조절 기능을 지닌 저수지도 확충하는 한편 라인강 주변 15%에 불과한 자연습지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강변의 조화롭지 못한 시설을 철거하고, 자연상태로 복원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안나 국장은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계속 노력하다 결국은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데, 자연은 이미 예전에 더 좋은 환경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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