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영랑생가를 둘러보고 길을 따라 탐진강 하구에 놓여있는 구 목리교를 건넌다. 탐진강(耽津江)은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과 영암군 금정면의 경계에 있는 국사봉(國師峰, 613m)에서 발원해 장흥군과 강진군을 흘러 남해로 흘러드는 강이다.
목리교.
탐진강은 전라남도의 3대 강의 하나로, 유역에는 용반평야·부산평야·장흥평야·강진평야를 형성하고 있다. 장흥군 유치면·부산면·장흥읍을 지나면서 유치천·제비내·부산천 등과 합류해 강진군의 군동면·강진읍을 지나 강진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탐진강.
탐진강은 길이 51.5㎞. 유역면적 862.5㎢. 일명 ‘예양강(汭陽江)’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탐진강은 수령천(遂寧川), 예강(汭江) 등으로 표시한 문헌도 확인된다. 지명유래는 신라 문무왕(文武王) 때 탐라국 고을나(高乙那)의 15대손 고후(高厚)·고청(高淸) 등의 형제가 내조할 때 구십포(九十浦)에 상륙했다는 전설에 연유해 탐라국의 ‘탐(耽)’자와 강진(康津)의 ‘진(津)’자를 합해 ‘탐진’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탐진강 하구 기수역.
탐진강은 발원지에서 계곡을 따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흐르면서 다른 샛강들의 물을 받아들이면서 큰 몸짓으로 조용히 바다로 들어간다. 이렇게 흘러 들어가면서 강물은 하구(河口)에서 바닷물을 만나는데, 이곳이 기수역(汽水域)이다. 이곳에서 바닷물은 먼 여행에서 돌아오는 민물을 따뜻하게 맞이하면서 바다로 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의 장이며, 서로 소통하는 공간이다.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살아가는 생물들의 상호 적응하는 교육의 장이며, 쉼터다. 먼 바다로 나가서 산란하는 뱀장어나 연안 바다에서 산란하는 참게 등은 바다로 나가기 전에 기수역에서 바다에 적응하고, 숭어나 황어 황복·우어 등은 산란을 위해 민물로 들어오기 전에 기수역에서 민물 적응을 하면서 들어온다. 기수역은 해양생물과 민물생물의 교류의 장이며, 생태계의 보고다.
강진만 갯벌.
빗살무늬토기를 엎어 놓은 속 깊은 모양을 닮은 강진만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공원이다. 갯벌에 갈대밭이 무성하게 조성되고, 묵은 갈대는 땅을 뚫고 솟아나는 새싹들에 의해 스스로 몸을 낮추며 터를 내어준다. 그 옆으로는 숨구멍이 숭숭 뚫린 것은 칠게·짱둥어·갯지렁이 등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있다는 증거리라. 식물, 조류와 어류, 곤충, 양서류와 파충류 등 1131종의 생물들이 어우러져 서식하는 건전한 생태공원이 형성된다.
강진만 지도.
봄 가뭄으로 물이 부족하다는 남도에 내리는 빗방울은 마른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단비다. 기왕에 오는 김에 해갈이 되도록 내렸으면 좋으련만 길을 걷는 나그네를 생각해서인지 오락가락만 한다.
백조(고니) 다리.
큰고니 조형물.
갈대밭 위로 조성한 데크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멀리 바라보이는 곳에 큰고니가 날개짓하며 비상(飛翔)하는 조형물이 발걸음을 빠르게 한다. 그 다리 입구에는 큰고니 가족들이 나들이하는 조형물이 있다. 큰고니는 흔히 ‘백조(白鳥)’라고도 불리는데 일설에는 일본식 표기라는 이야기도 있다.
강진만과 칠량천의 합류.
자연에 취해 한참을 걷다 보니 칠량면을 지나친다. 칠량면(七良面)은 강진만 동쪽에 있는 곳으로 3면이 산으로 둘러싸였고, 반계천(磻溪川) 등 여러 하천이 서부와 중앙 일대에 평야를 이루면서 강진만으로 유입한다. 고려 때부터 강진은 청자로 유명한 곳이지만, 칠량면은 조선 말경인 1800년대 후반부터 옹기를 생산하기 시작해 대중적인 그릇과 옹기를 만들어 도자기산업을 바꾼 곳이다. 칠량옹기는 주로 고온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단단해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아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팔려나갔다고 한다.
칠량면 봉황리 옹기가마.
플라스틱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옹기산업도 퇴색한다. 옹기 굽는 가마의 연기로 자욱했던 칠량의 옹기가마는 대부분 사라지고, 현재는 옹기 혁명을 이룬 봉황리(鳳凰里)에서 일부 명맥만 유지한다. 이후 양식업이 활발하게 일어나 바지락을 주로 생산하게 됐으나, 1980년이 지나면서 북쪽에 위치한 송로리(松路里) 일대에는 간척지가 전개되면서 갯벌의 바지락 생산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강진만 죽도.
칠량면 앞바다에는 무인도인 죽도(竹島)가 있는데 예전 이곳에서 생산한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었다. 죽도 일대는 낚시로도 유명한데 강진에 유배(流配)왔던 정약용도 이곳에서 자주 낚시하며, 시간을 보냈다.
칠량천의 은어도 칠량면의 자랑거리다. 문화재로는 강진 염걸장군묘소(康津廉傑將軍墓所, 전남기념물 36), 강진 송정리 지석묘군(松汀里支石墓群, 전남기념물 66), 강진 삼흥리 도요지(三興里陶窯址, 전남기념물 81), 명주리 요지(明珠里窯址) 등이 있는데, 들러보지는 못했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