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새들도, 구름도 자유로이 오고 가는데, 아직도 남·북 간에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이곳에서는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펀치볼을 빠져나온 발길은 인제군 서화면으로 내려와 서화천(瑞和川) 길을 걷는다.
서화천.
서화천은 인북천이라고도 하며 소양강으로 흘러 북한강 따라 한강으로 유입된다. 물이 깨끗한 서화천에는 1급수의 지표어종인 묵납자루, 쉬리, 꺽지, 무지개송어, 참갈겨니 등 많은 어류 종(種)들이 서식해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오늘도 곳곳에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가령촌교.
가령촌교를 건너 ‘복사꽃 피는 마을’ 안내판을 따라 천변을 걷는다. 야생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것을 보니 봄에 피는 복사꽃이 화사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어른들이 열매에 기름을 매끈하게 메겨 손바닥 안에 굴려서 손 운동을 하던 ‘가래’ 열매(일명 개호두)가 뚝뚝 떨어진다.
서화천 풍경.
해가 산마루에 걸릴 즈음 서화면 서흥1리마을에 당도한다. 이곳이 바로 용늪이 있는 대임산자락이다. 오는 도중 곳곳에 평화누리길 조성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라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가을의 전령 쑥부쟁이와 구절초, 백당나무 열매들은 초가을 맛을 만끽하기에 충분했고, 잔잔한 강물에 비친 흰 구름과 함께 오늘을 추억 속으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다.
만해마을 금강관.
어제는 인제군 북면 용대리 만해마을에서 별을 세며 밤을 보냈다. 새벽에는 바람이 살 속을 살며시 자극하는 가을바람이다. 어제저녁 자동차 불빛에 붉게 반사되던 것은 주민들이 가로수로 심어 놓은 ‘마가목’ 열매였다. 만해마을에는 문학관, 기념관, 한국시집박물관, 여초서예관(如初書藝館) 등이 있으나, 지나가는 새벽바람처럼 스쳐간다.
장수대 전경.
한국전쟁 때 설악산 전투에서 희생된 장병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한옥 건물을 짓고, 붙여진 이름이 ‘장수대(將帥臺)’다. 건물의 규모(48평)로 보나 우수성으로 보아 근래에 보기 드문 훌륭한 산장으로, 노송이 우거진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방마다 자물통이 잠겨 있고,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대승폭포.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점봉산 봉우리는 맑은 가을하늘과 앙상블로, 대승폭포 쪽 바위산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장수대에서 대승폭포까지는 불과 1km가 안 되지만, 올라가는 경사는 가파르다. 대승이라는 총각이 절벽에서 석이버섯을 채취할 때 “대승아! 대승아!” 죽은 어머니가 애절하게 부르는 소리에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이 있는 대승폭포(780m)는 금강산구룡포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더불어 조선의 3대 폭포라고 히는 데, 물줄기는 가늘게 88미터 수직으로 떨어진다.
점봉산 능선.
가파르게 장수대로 다시 내려와 여기까지 온 김에 한계령까지 구경한다. 한계령 바람은 역시 추위를 타게 하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과 차량이 북적댄다. 점봉산 능선의 바위는 부부싸움을 한 사람처럼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모습이 정겹다. 한계령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는 천불동계곡의 낙석으로 출입통제 팻말이 눈에 띈다. 한계령 고개사이로 떠 있는 뭉게구름은 가을색이다.
십이선녀탕.
다시 내려와 십이선녀탕길로 접어들어 대승봉 쪽으로 올라간다. ‘십이선녀탕 계곡’은 열두 개의 물웅덩이와 열두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우뚝 솟은 솔밭길이 너무 상쾌하고, 잘 익은 도토리가 머리위로 떨어지며 가을을 노크한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지금까지 쌓여 온 세월의 때가 말끔히 씻어 내려간다.
용대전망대와 매바위인공폭포.
남교리 마을 쪽에서 진부령 옛길을 따라 용대리 삼거리 쪽으로 내려온다. 용대리자연휴양림을 지나 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용대리 ‘매바위인공폭포’가 시원하게 물을 떨어뜨린다.
한겨울에는 폭포수가 그대로 얼어붙어 빙벽(氷壁)을 타는 등반객들이 몰려와 땀을 뻘뻘 흘린다고 한다. 주변의 가게마다 이곳 명물인 황태를 파는 가게가 줄을 잇는다. 인공폭포 앞 용대리전망대 광장에서 이번 일정을 마감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