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오늘은 휴전선이 아니면서도 조강(祖江)을 사이에 두고 분단의 현실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김포 갑곶진에서 파주까지 보충하기 위해 걷기를 시작한다.
한강(조강)포구 지도.하늘은 새벽부터 흐리더니 싸락눈이 떨어진다. 지금 걷는 길은 평화누리 길 2코스로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있는 문수산성 남문에서 애기봉으로 가는 조강철책길이다. 조강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서해안으로 흐르다가 유도를 지나 예성강을 가슴으로 안고, 서해바다로 흘러간다. 김포반도 북단과 북한의 개풍군 사이를 흐르는 게 조강이다.
한강(조강)포구.
휴전선(군사분계선)은 육지에 그어진 선으로 파주 사천강 일대부터 강원 고성을 잇는 경계선의 거리로 155마일이다. 조강 사이에는 군사정전협정에 의한 휴전선은 없다. 남·북의 군사적 필요에 의해 철책을 치고, 방어적 목적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한강하구 일대는 민간선박의 출입과 왕래를 보장하는 수역이다.
문수산성.
남문에서 문수산성 길을 따라 올라간다. 여름 내내 푸르렀던 낙엽들은 수북하게 쌓여 소금을 버무린 듯 그 위에 싸락눈이 날린다. 그나마 바람이 불지 않아 추위는 견딜 만하다. 문수산성은 숙종 때 석성으로 축성됐으나, 고종3년 병인양요(丙寅洋擾) 때 프랑스 함대와 대치 중 성벽 일부가 무너졌다. 그 자리에 마을이 생기고, 문수산 쪽으로 성루를 복구했다. 문수산 정상 전방 400미터 앞에서 홍예문을 지나 애기봉 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못내 아쉽다.
홍예문에서 청룡회관으로 가는 계단 길을 따라 월곶면 고막리를 지나 문수산 자락의 조강리 언덕을 넘어 마을에는 서리 맞은 고욤이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 감(홍시) 맛을 대신한다. 오늘따라 바람 한 점 없어 수면이 고요한 농업용저수지인 조강저수지가 흐린 하늘과 마을을 호수에 담아준다. 농로와 수로를 따라 가다가 왼쪽에 하얀 비석이 보이는데, 옛날 조강포(祖江浦) 자리를 알리는 표지석이다.
조강저수지.
오늘따라 바람 한 점 없어 수면이 고요한 농업용저수지인 조강저수지가 흐린 하늘과 마을을 호수에 담아준다. 농로와 수로를 따라가다가 왼쪽에 하얀 비석이 보이는데, 옛날 조강포(祖江浦) 자리를 알리는 표지석이다.
조강포 표지석.
애기봉 아래의 조강포는 고려와 조선시대에 큰 포구였다. 강 건너 개풍군 조강포와 상호 배로 왕래하며 번성했었다. 강을 건너기 위한 사람들과 장사꾼들이 모였고, 세곡(稅穀)을 실은 조곡선(租穀船)이 한강을 거슬러 한양으로 가기 위해 물때를 기다리며 잠시 쉬어 가는 곳이었다. 옛날 포구자리는 논으로 다 변해 표지석만 외진 길가에 외롭게 서 있어 찾아오는 이 귀하다.
애기봉입구 구호.
조강포에서 오솔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니 애기봉으로 가는 버스가 기다린다. 아마 개별 출입이 제한됐나 보다. 그곳을 지키는 병사의 신분확인이 끝나고 애기봉휴게소까지 버스로 이동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우리는 조국의 총끝! 칼끝!’이라는 자극적인 구호가 접경지역임을 실감 나게 한다.
애기봉.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했던 애기봉정상에는 전망대 건물이 들어섰고, 조강 건너 북녘땅은 구름에 가려 희미하다. 북서쪽으로 예성강 포구가 가물거리고, 북동쪽으로 임진강 물살이 아른거린다. 애기봉은 휴전선 서쪽 방향에 위치하고 김포반도의 북단에 있는 곳으로 북녘땅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최단거리 전망대로, 병자호란 때 평양감사와 애첩인 애기와의 슬픈 사연이 서려 있는 곳이다.
김포들과 철새.
애기봉을 내려와 허기를 채우고 오후부터는 철새도래지 부근인 하성면 후평리에서부터 평화누리길 3코스(애기봉입구∼전류리포구) 한강 철책 길을 걷는다. 후평리 철새도래지는 김포 하성면 석탄리와 시암리, 파주 교하면 신남리와 문발리 신촌리 등지와 묶여 천연기념물 250호 한강하류재두루미도래지로 지정된 수도권 최대 철새도래지다. 이외에도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도 만나 볼 수 있다고 한다.
한강변 철책.
임진강과 합류지점인 파주가 강 건너에 보이고, 한강 따라 남으로 내려올수록 오두산이 훤히 보인다. 한강의 철책은 2중, 3중으로 예나 변함이 없지만, 접경지역으로 접근하는 조건은 상당히 완화된 것 같다.
하동천생태탐방로 안내도.
억새풀이 우거지고 포장이 잘된 철책 길까지는 질퍽한 논길을 걸어야 했다. 논뻘이 묻은 신발을 억새에 털어내고 포장길을 걸으니 전류리포구 간판이 보인다.
하동천.
가끔 자동차들이 철책 길을 한가로이 달린다. 전류리포구를 지나 한강 지천인 하동천 생태공원을 거닐 때는 어둠의 그늘이 다가온다.
전류리 포구.
철새도래지 표지판.전류리포구는 김포대교에서부터 북방어로한계선까지의 고기잡이가 가능한 한강 최북단 어장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으로 생태계의 보고다. 군사보호구역으로 군부대에서 허가를 받은 27척의 어선만이 눈에 잘 띄는 붉은 깃발을 달고 조업을 한다고 한다. 이곳은 2007년에 일반인에게 개방됐으며, 봄에는 황복과 웅어, 여름에는 농어와 자연산 장어, 가을에는 새우와 민물참게, 겨울에는 숭어가 제철이라고 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