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낙안읍성 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를 지키고 있는 전통마을이다. 108세대가 실제로 생활하고 있어 남부지방 특유의 주거양식을 볼 수 있다. 부엌, 토방, 툇마루 등이 원형대로 보존돼 있다.
낙안읍성 은행나무.
중요민속자료인 가옥 9동과 전남문화재자료인 임경업 비각, 전남유형문화재인 객사, 마을의 목신(木神)인 은행나무(전남기념물) 등의 문화재가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땅은 넓고 백성이 많이 살며 한 지방이 평평하게 뻗쳐 있어 남방의 형승지로는 이곳이 제일이다”라고 한 낙안 풍광을 뒤로하고, 다음 행선지로 간다.
순천시립뿌리깊은박물관.
낙안읍성 동문을 나오자 2011년 개관한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표지가 손짓한다. 이 박물관은 월간지 ‘뿌리깊은나무’를 창간한 출판인 한창기(韓彰璂, 1936~1997)의 기증 유물 65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 800여 점을 순환 전시한다. 연면적 1736m²규모로, 전시동과 김무규 고택, 야외전시장으로 이뤄졌다. 전시동은 상설전시실, 한창기실, 기획전시실로 구성돼 토기, 옹기, 도자, 고문헌, 가구, 지도, 회화, 의복 등의 소장품을 전시한다.
순천시립뿌리깊은박물관 전시실.
상설전시실 ‘뿌리깊은나무’에는 고조선시기인 청동기 시대부터 광복 이후 시기까지를 아우르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삼국시대 토기, 옹기, 민속품부터 은제유개병, 납석제사리합, 바라, 금구, 청자, 백자, 조선시대 고문헌, 문방구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소장 유물을 선별해 고서·목가구·민화·소설·유기·지도 등 매년 2회 주제 전시를 개최한다. 야외 전시실에서는 석조 불상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 중인 옹고집전.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에 따르면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낙관이 있는 ‘창해낭구도(滄海浪鷗圖)’, 조선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의 장례식을 담은 국장행렬도인 ‘정순왕후국장반차도(貞純王后國葬班次圖)’ 등이 알려져 있다.
김무규 한옥.
박물관의 일부인 김무규 고택은 1922년 구례군 구례읍에 지어진 중요무형문화재 구례향제줄풍류 보유자 김무규(金茂圭, 1908~ 1994)의 한옥을 2006년 옮겨 지은 것으로 전형적인 조선시대 양반 주택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순천시립뿌리깊은박물관 석물공원.
생각지도 못한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을 덤으로 본 것은 이번 여행의 보너스다. 더욱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우리 것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한창기 선생의 정신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외래 상업문화에 밀린 토박이 민중문화에 물길을 터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1976년 3월 ‘뿌리깊은나무’ 잡지를 발행했는데, 1980년 7월 신군부에 의해 통권 50호로 폐간됐다.
이곳을 왔다는 행운인가? 나오는 길에 순우리말 ‘생각’이라는 뜻의 옛말 ‘혜윰’이라는 찻집을 만나 차를 마시고 ‘보성녹차밭’으로 향한다.
보성녹차밭 지도.
보성녹차밭은 활성산(活城山, 466m) 자락에 온통 푸른 이랑들이 펼쳐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차밭인 대한다원(大韓茶園)을 말한다. 이곳은 1939년 일본인에 의해 개원한 다원이었으나,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을 1957년에 대한다업주식회사가 설립하면서 이 차밭을 사들여 1962년부터는 홍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후 다른 회사도 들어와 차밭의 규모는 점점 커졌다. 일본인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이곳은 차의 산지로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 지리지’ 등에 기록돼 있었다.
보성녹차밭 삼나무 숲.
매표소에서 녹차 밭으로 들어가는 삼나무 길은 피톤치드가 넘쳐난다. 차밭 조성과 함께 삼나무, 편백나무, 주목, 향나무, 은행나무 등 약 300만 그루의 관상수와 방풍림으로 심었는데, 삼나무 숲 가운데로 난 길은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 돼 우리나라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삼나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언덕으로 약 580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는 차밭이 넓게 펼쳐진다. 계단과 길을 따라 전망대까지 올라 녹차 밭 풍경을 둘러본다.
보성녹차밭.
1969년에 전라남도가 녹차 생산을 농특산업으로 지정하고 일본산 개량 차나무를 많이 심으면서 차밭은 더욱 넓어져 우리나라 최대 차 인공재배지로서 자리를 굳혔다. 차나무가 잘 자라려면 날씨가 따뜻하고 연평균 강우량이 1500㎜ 이상 되어야 하는데 이곳은 강우량은 좀 모자라지만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교차하는 곳이어서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끼어 습기를 보충해 준다고 한다.
보성녹차밭.
차는 가공 방법에 따라 서양 홍차와 같은 발효차와 중국 우롱차 등의 반 발효차, 그리고 찻잎을 증기로 찌거나 가마솥에 덖은 후 손바닥으로 비벼서 만드는 차들이 있다. 이곳 보성에서 나는 차는 대량 생산을 위해 증기로 쪄서 만든다.
보성군에서는 1985년부터 해마다 봄철 곡우가 지나면서 시작되는 차 수확 철에 맞춰 다신제(茶神祭)를 시작으로 찻잎 따기, 차 만들기, 차 아가씨 선발, 다례시범 등 전국에서 유일한 차 문화제인 보성 다향제가 열린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