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보성 녹차밭을 둘러보고 우리나라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던 초의선사가 계셨던 대흥사로 가는 것도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인연(因緣)인가?
두륜산 대흥사 일주문.
초의선사가 대흥사 동쪽 계곡으로 들어가 1824년에 암자를 짓고, 40여 년 동안 홀로 지관(止觀)에 전념하면서 불이선(不二禪)의 오묘한 진리를 찾아 정진했던 일지암(一枝庵)으로 향한다. 지금의 일지암은 초의선사 입적 후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70년대에 복원된 것이라고 한다.
초의선사 좌상.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는 조선 후기에 활동한 승려이자 서예가다. 법명은 의순(意恂), 법호는 초의(草衣)·일지암(一枝菴), 자는 중부(中莩), 속성은 장(張)씨, 아명은 우순(宇恂), 본관은 흥덕(興德)이다. 전남 무안군 삼향면 왕산리에서 부친 장주팔(張籌八)과 모친 무안박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모친이 큰 별이 품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그를 낳았다고 한다. 초의선사는 대흥사 대종사를 지냈다.
꽃무릇.
일지암으로 올라가는 길모퉁이에는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하다가 끝내 만나지 못해 흔히 ‘상사화(相思花)’라고 부르는 꽃무릇이 활짝 피어 반겨준다.
일지암 가는 길.
시간은 오후 4시를 훌쩍 넘겨 해걸음을 해야 하기 때문에 괜히 마음만 급해진다. 산길 오르는 내내 산새들의 맑고, 투명한 합창이 이어진다. 바위에 부서지며 일으키는 물보라가 해는 짧아지고, 갈 길이 먼 나그네의 등을 밀어준다.
일지암 대웅전.
가련봉과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올라가면 일지암이다. 일지암은 해남 두륜산 자락에 위치한 단촐한 암자로, 한국 차 문화 중흥의 상징인 곳이다. 제일 높은 곳에 대웅전이 있고, 그 옆으로 초가인 일지암이 있다. 그 사이에 자우홍련사(紫芋紅蓮社)가 있다.
일지암 자우홍련사.
자우홍련사는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다. ‘자줏빛 토란과 붉은 연꽃’이란 뜻의 이 건물은 초의선사의 살림채로 연못에 평석을 10개∼13개 쌓아 올린 네 개의 돌기둥이 누마루를 받치게 만든 건물이다. 추사로부터 ‘자우산방(紫芋山房)’이란 당호를 얻었다고 한다.
일지암.
이곳에서 초의선사는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등 당대의 명사, 시인, 예인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다서(茶書)의 고전인 ‘동다송(東茶頌)’을 저술하고, ‘다신전(茶神傳)’을 정리했다. 동다송은 우리나라 차를 예찬한 31송으로 구성됐다. 차의 효능과 산지에 따른 품질, 만들고 마시는 법 등을 적은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차에 관한 책이다. 다신전은 찻잎의 채취(採茶)에서부터 차의 위생관리(茶衛)에 이르는 22절목으로 구성됐다. 우리나라 남종화의 비조(鼻祖) 소치 허련(小癡 許鍊)은 초의선사의 제자다.
두륜산 연봉들.
달리는 말 등에서 찬밥 먹듯 서산에 기우는 해를 보며 다른 유물들을 살피지도 못하고 돌아서는데, 멀리 발아래 탁 트인 자연의 풍광과 두륜산 봉우리들이 서운한 마음을 달래준다.
두륜산(頭崙山, 703m)은 전북 진안의 주화산에서 백두대간을 빠져나온 호남정맥은 남으로 뻗어 나오다 월출산에서 광양 백운산으로 꺾이는 지점인 호남정맥 팔꿈치 부분인 해남 땅 끝을 향해 흘러와 정기가 뭉쳐 우뚝 솟은 산이 두륜산이다. 두륜산은 전라남도 도립공원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