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홍도는 사암과 규암의 층리(層理)와 절리(節理)가 잘 발달돼 섬 전체가 홍갈색을 띠고 있다.
홍도 해식단애.
파식애(波蝕崖)와 파식대(波蝕臺) 등 해식단애(海蝕斷崖)로 깎아지른 절벽과 기암괴석이 즐비한 해안은 독특한 자태를 자랑한다.
홍도 해변.
수많은 해식동(海蝕洞), 크고 작은 바위섬(岩島), 남쪽의 남문바위와 북쪽의 독립문 바위 등 두 개의 바위문(岩門), 명경지수(明鏡止水) 같은 맑고 푸르른 바다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가 보이는 각도에 따라서는 저마다 또 다른 멋을 나타낸다.
독립문바위.
여기서 독립문 바위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야겠다. ‘독립문’이란 이름은 아마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독립공원에 있는 ‘독립문’에서 따 온 것 같은데, 그 독립문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서 세워진 것이 아니라 1895년 청일전쟁 승리 후 1896년 일본이 이완용 등 친일파를 앞세워 국민성금으로 위장해 청나라로부터 독립시켜줬다는 명분으로 건립된 것이다. 독립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승전문(勝戰門)이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때 손수 보수(補修)까지 했고, 1936년에는 아예 문화재로 지정까지 해버린다.
홍도 부부탑.
홍도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들어와 살았을까? 문헌에 의하면 처음 홍도에 발을 들인 건 1480년 김해김씨 김태성이라는 어부가 고기 잡으러 왔다가 홍도2구인 석기미(석금)마을에 정착한 거라고 한다.
홍도 2구 석기미(석금)마을.
홍도 연혁에는 처음 섬에 들어온 사람은 1679년(숙종 4) 제주고씨가 입도조(入島祖)로 되어 있다. 혈족이 남아 있어야 입도조로 인정한다는 것으로 지금도 홍도1구 마을에는 고씨의 12대손 몇 명 살고 있다고 한다.
홍도 등대.
홍도2구 마을 언덕에는 일제강점기인 1931년 2월 대륙진출을 꿈꾸는 일본이 침략전쟁에 참여하는 자국함대의 안전항해를 위해 세운 홍도등대가 있다. 등탑의 높이는 10m로 높지는 않으나 보통 원형으로 만들어진 다른 등대와 달리 사각형 콘크리트구조로 내부에는 등탑으로 올라가는 주물 사다리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유람선은 홍도2구 마을 앞바다에서 잠시 정박한 후 홍도2구 어민들이 잡아온 생선으로 즉석 회를 판매한다.
홍도 깃대봉 연리지.
두 시간 반 정도의 홍도 유람을 마치고 깃대봉(367.8m)을 오른다. 깃대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에서 시작해 중턱의 제1·2전망대를 조금 올라가면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연리지(連理枝)가 나온다. 전에는 연리지를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지금은 남자와 여자 사이 또는 부부간의 사랑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홍도 깃대봉 연인의 길.
조금 더 올라가면 내연발전소와 깃대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더 지나면 ‘연인의 길’이다. 사계절 푸른 동백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길은 아늑한 숲의 정취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길이다. 더욱이 연리지를 지나 이 길을 거닐면 연인들은 사랑이 맺어지고, 부부의 경우 금실이 더욱 좋아진다고 하여 연인의 길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홍도 깃대봉 숨골 재.
연인의 길을 걷다보면 ‘숨골 재’라는 곳이 나온다. 옛날에 주민이 절구공이 감으로 쓸 나무를 베다가 실수로 그 나무를 이곳에 빠뜨렸다. 다음 날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던 중 물에 떠 있는 나무가 있어 확인해보니 어제 빠뜨린 나무였다. 이때부터 이곳을 ‘숨골 재 굴’이라 부르다가 지금은 숨골 재라 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왔는데, 지금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주민들이 숨골 재 일부를 나무와 흙으로 메웠다고 한다.
홍도 깃대봉 숯가마 터.
홍도에는 18기의 숯가마가 있었다고 한다. 깃대봉을 중심으로 참나무 자생지가 많아 숯가마가 형성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홍도 사람들은 숯을 팔아 식량과 소금을 사거나, 빗물을 받아 놓은 항아리나 쌀독 등에 넣어 나쁜 물질 제거에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홍도에서는 1940년대까지 숯을 만들다가 그 후로 폐쇄했다. 깃대봉에 있는 숯가마는 1925∼1935년 사이에 정숙이라는 사람이 숯을 구웠다고 해서 ‘정숙이 숯굴’로 부르고 있다.
홍도 깃대봉에서.
드디어 깃대봉 정상으로 오른다. 깃대봉(365m)은 한국 100대 명산으로 홍도의 최고봉이며, 해안절경과 조화를 이뤄 홍도의 수려한 경관을 돋보이게 한다. 정상에서 둘러보니 동남쪽으로는 흑산도와 가거도 등 다도해의 섬들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띠섬, 탑섬 등 부속 도서를 조망한다. 서쪽으로 계속 가면 중국의 상하이에 이른다고 한다. 깃대봉에서 북서쪽으로 내려가면 홍도2구인 석기미(석금)마을로 내려가지만 해걸음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 나온다.
홍도 청어미륵.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홍도 청어(靑魚)미륵’이라는 귀여운 돌 한 쌍을 만난다. 홍도에서 흔히 청어미륵 또는 죽항(竹項)미륵이라고 하는 돌이다. 과거 홍도주변 어장이 매년 청어파시로 문전성시를 이룰 때 배에 청어는 들지 않고 둥근 돌만 그물에 걸려들어 바다에 던졌는데, 어느 날 한 어민의 꿈에 그 돌을 전망 좋은 곳에 모셔다 놓으면 풍어가 든다고 하여 그대로 하니 그 후부터 만선이 됐다고 한다. 그 후 청어 선주들은 그 돌을 믿고 청어미륵이라 부르게 됐으며, 어장을 나가기 전 이 돌 앞에서 풍어를 빌었다고 한다.
홍도의 늦은 오후.
홍도주민들의 소박한 민간신앙을 엿보고 낙조전망대까지 내려오니 아직 시간은 좀 남았지만, 태양은 오늘을 결산하려고 두 다리를 쭉 뻗는다.
아침에 뜨는 해는 화려한 오늘 하루를 기약하지만, 저녁에 지는 해는 풍성하고 알찬 내일을 저축하는 의미다. 길게 옆으로 누운 햇살에 보람찬 내일을 기원한다.
한편 섬에 있는 산을 오를 때는 정해진 길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선상유람을 하면서 홍도 해변을 보았듯이 해식단애(海蝕斷崖)로 깎아지른 절벽들이 삥 둘러 있어 길을 잘못 드는 순간 위험한 사고는 순식간에 올 것 같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