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대웅보전은 송광사의 중심 건물이다. 1951년의 화재로 재가 된 뒤 1961년에 주지 금당(金堂)이 중창됐다. 그 당시에는 내부에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을 1구(軀) 봉안했으나, 지금은 석가모니불과 연등불·미륵불 등의 삼존불을 봉안했다.
송광사 대웅보전.
현재 송광사는 건물 50여 동의 사찰로 작지 않은 규모지만, 이미 고려 명종 때부터 건물 80여 동을 갖춘 대가람이었다. 한국전쟁 이전만 해도 그 규모가 유지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건물이 많았기에 송광사에는, 비가 오는 날에도 비를 맞지 않고 자유롭게 경내를 오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송광사 진여문.
대웅보전 뒤 계단을 올라 진여문(眞如門)을 통과하면 설법전과 수선사에 이른다. 그중 수선사는 최초에 조계총림의 방장(方丈)인 보조국사의 거실이었다고 한다. 조선 말에는 조사당(祖師堂)으로 이용됐다. 현 건물은 1968년에 착공해 1969년에 낙성된 정면 6칸·측면 4칸의 건물이다. 이 건물은 수행자들이 이용하고 있고, 이들 중에는 외국인 승려 여러 명이 함께 정진하고 있어 일체 외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송광사 관음전.
관음전(觀音殿)은 본래 성수전(聖壽殿)이었다. 1903년 고종황제의 성수망육(51세)을 맞아 임금이 이름을 지어서 편액을 내린 황실 기도처로 건축됐으나, 1957년 옛 관음전을 해체하면서 관세음보살님을 옮겨 모시고 있다.
송광사 관음전 벽화 문신도.
관세음보살 좌우에 그려진 태양과 달은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를 상징하고 있다. 내부 벽화에는 문신(文臣)들이 허리를 굽히고, 불단을 향해 서 있다. 내·외벽에는 화조도 산수화 등이 그려져 일반 사찰의 벽화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송광사 비사리구시.
송광사에는 천자암에 있는 쌍향수(雙香樹), 보조국사의 발우였던 놋그릇인 능견난사(能見難思)와 더불어 3대 명물 가운데 하나인 ‘비사리구시’라는 큰 용기가 있다. 이는 송광사 인근의 보성군 문덕면 내동리 불갑사 근처 마을에 있던 느티나무 고목으로 18세기 후반에 만들었다고 전한다. 그 용량은 2600여 리터로 많게는 쌀 7가마 분(약 4천 명분)의 밥을 담을 수 있다고 하며, 스님들과 이곳에 오는 불자들을 위한 밥을 담아 두는 용도로 사용됐다. 처음에는 태풍을 맞아 쓰러진 싸리나무로 만든 밥통으로 전해졌다.
바쁘게 너른 사찰 경내·외를 돌아다니며 안내를 받다 보니 벌써 저녁 시간이다. 식당으로 가서 발우공양(鉢盂供養)에 들어간다. 발우(鉢盂)는 승려의 밥그릇이고, 공양(供養)은 식사를 말한다. 발우는 모두 4개로 구성됐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어느 뷔페식 식당처럼 각자 빈 그릇에 자기가 먹을 양 만큼만 담아서 공양하면 되는 것 같다.
송광사 종고루.
발우공양이 끝나고 저녁 6시 30분부터는 종고루(鐘鼓樓)에서 저녁 예불을 위한 의식에 들어간다. 이는 범종(梵鐘)·법고(法鼓)·목어(木魚)·운판(雲版), 이른바 사중사물(寺中四物) 혹은 불전사물(佛殿四物)이라 불리는 이 네 가지를 울리는 것이 쇳송에 이어지는 예불의 절차다. 이들 네 가지 법구는 보통 한 곳에 설치되는데, 이를 단층집이면 ‘범종각(梵鐘閣)’ 또는 2층의 다락집이면 ‘범종루(梵鐘樓)’라고 한다. 먼저 법고를 울리고 나면 그 뒤를 이어서 범종을 치고, 그것을 받아서 운판과 목어를 차례로 짧게 두드린다.
송광사 법고.
법고(法鼓)는 절에서 사용하는 큰 북으로 ‘법을 전하는 북’이라는 뜻이다. 법,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해 중생들의 번뇌를 물리치고, 해탈을 이루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법고는 자연사한 소의 가죽으로 만든다고 율장(律藏)에 기록돼 있는데, 이는 산 생명을 함부로 죽일 수 없기 때문이고, 또 암소와 수소의 가죽으로 한 쪽씩 대는 것은 음과 양의 조화를 위해서다. 법고는 그 소리를 듣고 땅 위에 사는 짐승들이 해탈하기를 염원하면서 친다고 한다.
송광사 법고 동영상 캡처.
북채로 마음 심(心)자를 그리며 10분 남짓 울리는 동안 혼자서는 힘에 부쳐 번갈아 치는 것 같다. 커다란 법고를 치는 일은 보기와는 달리 힘든 일이나 법고의 울림은 씩씩하고 힘차다. 굵은 저음의 소리가 아래로 깔리면서 멀리 퍼져간다. 특히 낮 동안 알맞게 팽창했다가 가벼운 습기가 도는 가을날 저녁에 듣는 법고 소리가 더 좋은 것 같다. 날씨나 계절에 따라 소리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송광사 운판.
운판(雲板)은 그 이름 그대로 뭉실뭉실 피어나는 구름 모양으로 만든 쇠판이다. 그 겉을 북채 모양의 가는 막대로 쳐서 소리를 낸다. 치는 시간이 채 1분이 되지 않는다. 소리 또한 별다른 감흥이나 특징이 없는 것 같으나, 실용성보다는 상징성이 강한 것 같다. 구름이 하늘에 떠 있으므로 허공을 나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해탈을 바라면서 울린다는 것이다.
송광사 목어.
목어(木魚)는 나무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법구다. 배에 해당하는 부분을 파내고 그 안쪽의 좌우를 나무 막대로 두드려 소리를 낸다. 목탁의 원형도 목어다. 목탁의 손잡이는 물고기의 꼬리, 가운데로 길게 갈라진 틈은 입, 그 끝에 뚫린 양 옆의 동그란 구멍은 두 눈이 변해서 된 것이다. 물속의 모든 생명들이 목어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해탈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다. 물고기는 잠을 잘 때도 눈을 뜨고 있으므로 그를 본받아 잠을 쫓고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뜻이다.
송광사 범종.
범종은 절에서 쓰는 종을 말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범종각에 걸린 큰 종을 가리킨다. 아침예불 때 28번 종을 울리는 것은 욕계(欲界)의 6천(天), 색계(色界)의 18천, 무색계(無色界)의 4천, 합해 28천의 하늘나라 중생들이 들으라는 것이고, 저녁예불 때 서른세 번 치는 것은 서른세 번째의 하늘, 33천의 천상세계에까지 그 소리가 들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