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송광사 고향수 새싹에서 본 ‘희망’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송광사 고향수 새싹에서 본 ‘희망’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산사·서원을 따라(31)  
  • 기사등록 2024-10-27 08:00:01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오늘 오후부터 송광사에서 템플스테이(Temple Stay)에 들어갔다. 전통 사찰에 머물면서 스님의 일상을 체험하고, 한국 불교 전통문화와 수행 정신을 느끼는 ‘산사체험’을 한다. 

 

템플스테이를 시작한 필자. 송광사 성보박물관 앞.

템플스테이는 사찰 안내 등 입재식(入齋式)이라고 부르는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해 발우공양, 예불, 참선, 포행(산책) 등으로 구성된다. 사찰에서 지급되는 승복(僧服)으로 갈아입고, 바로 일정에 들어간다. 템플스테이는 FIFA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외국인 관람객들의 숙박시설 부족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송광사 지도.

첫 일정으로 담당스님으로부터 사찰 안내를 받았다. 보통 사찰은 남쪽 방향이 많다. 

 

송광사 앞 신평천.

송광사(松廣寺)가 조계산 서쪽 기슭에 자리를 잡고 남향을 향하지 못한 이유는 조계산의 골바람이 강하고,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천자암산에서 발원해 송광사 앞으로 흐르는 신평천 물의 흐름이 사나워 이를 피하기위해 가람을 비껴서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천의 바닥 암반을 재단(裁斷)해 물의 흐름을 곡수(曲水)처리로 완화시켰다. 

 

칙령 남여혁파 바위.

사찰로 가는 길옆에는 양산 통도사의 무풍한송로 길옆처럼 바위에 이름이 각자(刻字)돼 있다. 우측에 얹혀있는 바위에는 ‘칙령남여혁파(勅令藍輿革罷)’라는 글귀가 보인다. 이는 왕의 칙령으로 ‘남여(藍輿)를 탄 채 절에 드나드는 것을 금’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남여(藍輿)란 뚜껑 없는 의자 형태의 작은 가마를 말한다. 이 글 좌우에 이하영(李夏榮)과 강석호(姜錫鎬)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하영은 을사오적(乙巳五賊)의 한 사람이고, 강석호는 내시로서 고종의 두터운 신임을 이용해 권력과 재물을 탐한 사람들이라는 설명이다. 

 

송광사 일주문.(조계문)

사찰에서 제일 먼저 발길이 닫는 곳은 일주문인데, 이곳에서는 이를 ‘조계문(曹溪門)’이라고 한다. 이 문은 사찰 불사(佛事)를 할 때 제일 나중에 짓는 건물로 마지막 정성을 다해 짓기 때문에 일주문을 보면 그 절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송광사의 조계문은 한 단 높은 위치라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화려한 다포계 공포가 더욱 돋보인다. 청색 바탕에 화려한 금색으로 쓴 현판도 인상적이다. 이 일주문은 신라 말에 처음 세웠고 여러 차례 개축했다. 그동안 세 차례의 화재와 전란을 무사히 넘겨 조선후기 모습을 온전하게 보인다고 한다. 

 

송광사 육감정과 계담.

일주문을 지나기 전에 절 안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 있다. 임경당(臨鏡堂) 아래 계담(溪潭)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있어 건너본다. 신내천을 보로 막아서 만든 계담(溪潭)과 나란히 서 있는 육감정이란 전각이 눈길을 끈다. 육감정(六鑑亭)은 요사채인 임경당(臨鏡堂)에 딸린 부속건물이다. 육감정에 올라 명경지수를 바라보면 ‘정신까지도 밝은 거울처럼 비칠 것’이니 그래서 여기를 육감정(六鑑亭)이라고도 했다는 것이다. 

 

송광사 고향수.

개울을 건너기 전 일주문을 지나면 ‘고향수(枯香樹)’를 만난다. 이 나무는 ‘말라 죽은 향나무’라는 뜻으로 보조국사 지눌스님께서 송광사에 처음 오실 때 짚고 오신 지팡이를 꽂으시며 시를 남겼다. 그 뒤 지팡이에 잎이 피어 자라다가 보조스님께서 입적하시자 이 향나무도 말라버리므로 ‘고향수’라고 했다.

 

너와 나는 같이 살고 죽으니(爾我同生死 이아동생사)

내가 떠날 때 너도 떠나고(我謝爾亦然 아사이역연)

너의 푸른 잎을 다시 보게 되면(會看爾靑葉 회간이청엽)

나도 그런 줄 알아라(方知我亦然 방지아역연) 

 

송광사 고향수 새싹.

800여 년 전에 죽은 이 나무에서 기적이 일어나는 것 같다. 고향수 뒤로 돌아서니 죽어 말라붙은 나무에서 여린 순이 솟아나는 것이 아닌가. 분명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날 것만 같다. 혹시 남북통일이라도 되려나...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10-27 08:00:01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오대산 ‘복수초’ 개화…봄 ‘성큼’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