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들어갈 때는 일주문이었지만 나올 때는 뒷간 옆으로 해서 ‘천년불심길’로 접어들어 조계산 큰굴목재로 향한다. 산 너머에 있는 송광사로 가기 위해서다.
조계산 천년불심 길.
‘조계산(曹溪山, 887m)’은 백두대간 호남정맥으로 이어져 솟아 있는 산이다.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예로부터 ‘소강남(小江南)’이라고 불렸고, ‘송광산(松廣山)’이라고도 한다.
조계산 편백나무 숲.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폭포·약수 등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1979년 12월 전라남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조계산은 동쪽에 선암사(仙巖寺), 서쪽에 송광사(松廣寺)를 거느리고 있다. 송광사는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절이며, 삼보사찰 중 하나인 승보사찰(僧寶寺刹)이다. 조계산이라는 이름도 조계종(曹溪宗)의 중흥도량 산으로 되면서 송광산에서 이름이 바뀐 것이다.
순천시 전역은 제30차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조계산도립공원구역은 순천만·동천하구습지보호지역과 함께 핵심구역이다.
조계산 숯 가마터.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숲 가마터가 나온다. 이 숲 가마는 송광사와 선암사 양 사찰에서 주관해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 주던 옛 산업현장인 동시에 역사의 흔적이다.
양 사찰에서는 산 전체를 여러 구역으로 나눠 일 년에 한 골짜기에서만 숯을 구워 나무를 보호했다. 조계산에는 이러한 숯 가마터가 백여 곳이 넘는다. 숯가마는 참나무가 많은 곳이면 전국 어느 산에도 있었으나, 특히 조계산에는 사찰림으로 보존이 잘된 참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호랑이 턱걸이 바위.
‘호랑이 턱걸이 바위’도 있다. 옛날 이 바위 위에는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턱을 걸치고 엎드려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심성을 꿰뚫어 보는 영물이어서 악한 사람인가 선한 사람인가를 구분할 줄 알았다.
착한 사람이 올라오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주었고, 악한 사람이 지나가면 안 피하고 해치려고 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이 호랑이를 ‘산신령’으로 불렀으며, 호랑이가 턱을 걸치고 있는 바위라고 해서 ‘호랑이 턱걸이 바위’로 부르게 됐다.
조계산 큰 굴목재.
숯가마 터를 지나면서부터 가파른 돌계단이 시작된다. 힘들어 심장이 터질 듯이 숨이 차면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며 숨을 다시 고르고 또 오르면 큰 굴목재에 도착한다. 이곳은 조계산에 있는 3개의 굴목재 중 한 곳으로, ‘굴목재’라는 지명의 어원은 우리말 ‘골막이’에서 유래한다. 골막이는 양쪽의 골짜기를 가로막고 있는 줄기에 나있는 문과 같은 통로(길)를 의미한다. 골막이는 굴막이 굴맥이를 거쳐 굴목재로 변한 것 같다.
큰 굴목재에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보리밥집이 있다. 30년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이 집의 보리밥은 굴목재를 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목표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다.
배도사 대피소.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계곡 골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보리밥으로 시장기를 때우는 기분을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상추와 돌나물, 참나물, 버섯 등의 산채는 이 집에서 직접 기르거나, 조계산에서 딴 것들이다. 점심 후 발걸음은 송광굴목재로 옮긴다. 송광굴목재로 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다.
조계산 두꺼비.
송광굴목이재부터 송광사까지는 줄곧 내리막으로 계단도 있고 너덜길도 있어 조금 지루하다. 중간에 대피소도 두 개나 있다.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에게 놀란 두꺼비의 느린 발걸음도 빨라진다.
쉬엄쉬엄 한 시간쯤 내려가면 시원한 계곡물소리가 마중을 나온다. 바위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생명들은 질긴 목숨을 운명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다. 계곡에 걸린 몇 개의 다리를 건너면 송광사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