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아니라던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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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아니라던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약속’
  • 기사등록 2024-10-24 21:43:15
  • 기사수정 2024-10-27 13: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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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영풍 석포제련소의 실질적인 오너로 알려진 영풍그룹 장형진 고문이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본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제련소에 쌓여 있는 아연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잔재물(자로사이트 케이크) 처리를 비롯한 환경문제 지적사항 개선을 약속했다.

 

앞서 팔순을 앞둔 영풍그룹 장형진(1946년생) 고문은 환경부 본부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8일, 해외 출장을 핑계로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장형진 고문의 ▲‘고령과 지병을 앓고 있다’,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와 ▲‘영풍 기업의 존립을 위해 예정된 해외출장이라 출석이 힘들다’는 상반된 내용이 함께 포함된 불출석 사유서 제출에 대해 의원들은 출석거부 의사로 판단, 환경부 마무리 국감일인 오늘 재차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영풍그룹 장형진 고문이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본부 국정감사에 증인선서를하고 있다.

오늘 국감에서 장형진 고문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다툼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며 지난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하지 못한 부분부터 사과했다. 또 본인이 일흔 살 되던 10여년 전부터 영풍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의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장 고문이 “영풍 주식이 하나도 없다”고 말해 위증문제도 불거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장 고문은 “ ‘주식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 것은 갖고 있는 주식이 너무 적어서 말한 과장된 표현”이라며 “1.98%의 영풍 주식을 갖고 있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울산 동구)이 “지난 10년 동안 대표이사라고 불리는 ‘바지사장’을 내세웠기 때문에 석포제련소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자, 장 고문은 “ ‘바지사장’이라는 표현은 그분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박했다.

 

김태선 의원(우측)이 영풍그룹 장형진 고문에게 질의하고 있다.

김태선 의원이 그동안 “석포제련소의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알고 계시냐”고 묻자 장 고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정확히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김태선 의원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결국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전북 완주·진안·무주군)이 “성실하고, 정확하게 답변해 달라”고 장 고문에게 당부했다.

 

김태선 의원은 “고용된 대표이사들이 다 구속되고 있다. 미안한 마음은 없느냐”며 “사망사고 반복되는 이유가 실질 오너인 장 고문이 방관했기 때문이다. 책임을 통감하지 않느냐”고 묻자 장 고문은 “송구하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이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분들 유가족들을 찾아가서 무릎 꿇고 비셔야 한다”고 말하자, 장 고문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7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 이전을 위한 TF를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장형진 고문은 “경북도와 환경부 등과 많은 논의를 거쳐 정부안에 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위상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비례대표)은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해 핵심 오염원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며 “장형진 고문은 영풍의 실질적인 오너인데 반성의 기미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위상 의원은 “석포제련소는 습관처럼 불법을 자행해 판단력을 상실한 거 같다. 정부 제재에는 소송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학영 의원(우측)이 영풍그룹 장형진 고문에게 질의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경기 군포시)은 지역주민들은 “대기오염, 수질오염의 원인이 석포제련소라고 한다.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장 고문은 “절반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경기 안양만안)은 “오너 입장에서 나오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1970년∼1980년대 기업인의 역할도 인정하지만 과(過)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득구 의원(우측)이 영풍그룹 장형진 고문에게 질의하고 있다.

강 의원은 “대표와 현장소장이 구속되고, 중대재해로 사망한 사람도 있다”며 “석포제련소는 ‘이전’, ‘폐쇄’, ‘혁신적인 환경 개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은 “장형진 고문의 말은 시종일관 앞뒤가 틀리고, 논리도 맞지 않아 참 답답하다”며 “2007년까지 쌓여 있던 제련 잔재물 60만톤 중 23%만 처리됐다. 내년 6월까지 잔재물 처리가 완료되지 않으면 조업정지가 된다. 1400억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아시냐”고 묻자, 장 고문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임이자 의원(좌측)이 영풍그룹 장형진 고문에게 질의하고 있다. 

임이자 의원은 김완섭 환경부장관에게 “잔재물을 치우지 못하면 조업정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임이자 의원은 “환경부가 석포제련소에 오염토양 정화명령 이행 등 103가지를 이행하라고 한다”며 “실질적인 오너로서 이행을 약속해 달라. 새로 태어나는 영풍이 되길 바란다”고 말햇고, 장 고문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이 “이제 돌아가셔도 좋다”고 말하자, 장 고문은 “한마디 해도 되겠냐”며 “핑계를 대는 것도 아니고, 피하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살아왔다. 누구 괴롭히거나,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 석포제련소는 올해까지 4천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 2천억원을 더 투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안호영 위원장은 “기업에서 반드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면 국민들도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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