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에코저널=서울】해인사의 ‘해인(海印)’이라는 말은 화엄경의 해인삼매에서 비롯됐다. ‘해인삼매(海印三昧)’는 일심법계의 세계를 말하며, 부처님 정각(正覺)의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곧 있는 그대로의 세계, 진실된 지혜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객관적인 사상의 세계이니 바로 영원한 진리의 세계다. 우리들 마음의 번뇌망상(煩惱妄想)이 비로소 멈출 때 우주의 갖가지 참된 모습이 그대로 바다(海)에 비치(印)는 경지를 해인삼매라고 했다.
해인사 일주문.
해인삼매는 오염됨이 없는 청정무구한 우리의 본디 마음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마음이 명경지수의 경지에 이르러 맑고, 투명해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그대로 비치는 세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러한 모습을, 한없이 깊고 넓으며 아무런 걸림 없는 바다에 비유돼 ‘참 지혜’는 무량한 시간, 무한한 공간에 있는 일체의 모든 것이 본래의 참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해인사 당간지주.
세계문화유산(대장경판전) 표지석.
이 해인삼매에 빠지기 위해 일주문을 지나면 당간지주가 나오고 ‘세계문화유산 해인사고려대장경판전’ 표지석이 보인다. 해인사 사찰(寺刹)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지 못했지만, 우리가 보통 ‘해인사팔만대장경’으로 알고 있는 ‘해인사고려대장경판’이 국보 제 32호로 지정돼있다. 해인사 장경판전은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등은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해인총림.
조금 더 들어가면 해인총림(海印叢林) 전각이 보인다. 총림(叢林)은 강원(講院)과 선원(禪院)·율원(律院)·염불당(念佛堂)·종무원(宗務院) 등을 갖춘 종합수련원으로, 1967년 해인총림이 가장 먼저 설립됐다. 초대 방장은 성철(性徹)스님이다. 1969년에 조계총림(송광사)이 세워졌고, 1984년 이후에는 영축총림(통도사), 덕숭총림(수덕사), 고불총림(백양사), 팔공총림(동화사), 금정총림(범어사), 쌍계총림(쌍계사) 등 총 8개의 총림이 세워졌다. 방장(方丈)은 종합수행도량의 최고 어른이다.
해인사 구광루.
사천왕문과 해탈문을 지나면 너른 마당이 나오고, 구광루가 딱 버틴다. 구광루(九光樓)는 정면 7칸, 측면 4칸 규모의 중층 맞배지붕 건물로 해인사 개창 당시에 창건됐다고 하나, 1817년(순조 17) 정축년 대화재 때 소실됐다. 이후 1819년(순조 19)에 중건됐고, 이후 1949년 중수했다. 1993년에 현재의 규모로 재건축됐다. 원래는 기능상 재식시(齋式時) 법요(法要)를 집행하던 곳이었으나, 현재는 아래층의 경우엔 홍보를 위한 홍보시설과 서점 등으로 쓰인다. 위층은 설법과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구광루마당에 그려진 해인도.
구광루 앞마당에는 해인도(海印圖)가 그려져 있다. 해인도는 신라(新羅) 때 의상대사가 팔만대장경의 정수(精髓)인 화엄경의 가르침을 도상으로 형상화했다.
해인도.
해인도를 합장하고 일심(一心)으로 출입로를 따라 천천히 한 바퀴, 세 바퀴, 다섯 바퀴, 일곱 바퀴 등 홀수로 돌면서 평소에 염송하는 ‘나무석가모니불’·‘나무관세음보살’·‘나무아미타불’ 등 명호를 외우면 팔만대장경의 진리와 함께 하게 된다. 부처님과 보살님의 가호를 받아 지혜와 복덕을 얻게 되어 마침내 무량한 공덕을 성취하게 된다고 한다.
해인사 대적광전.
구광루 왼쪽 계단을 올라가면 해인사의 본전(本殿)인 대적광전 영역이다. 해인사(海印寺)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 본사로 2009년 12월 21일 사적(제504호)으로 지정됐다. 신라 제40대 애장왕(哀莊王) 때의 순응(順應)과 이정(利貞)이 당나라에서 돌아와 가야산(伽倻山)에 초당(草堂)을 지은 데서 비롯된다. 그들이 선정(禪定)에 들었을 때 마침 애장왕비가 등창이 났는데 그 병을 낫게 해주자, 이에 감동한 왕은 가야산에 와서 원당(願堂)을 짓고 정사(政事)를 돌보며 해인사의 창건에 착수하게 했다.
해인사 금강계단.
순응이 절을 짓기 시작하고, 이정이 이었다. 그 뒤를 결언대덕(決言大德)이 이어받아 주지가 됐다. 918년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王建)은 당시의 주지 희랑(希郞)이 후백제의 견훤(甄萱)을 뿌리치고 도와준 데 대한 보답으로 이 절을 고려의 국찰(國刹)로 삼아 해동(海東) 제일의 도량(道場)으로 삼게 했다.
해인사 법보단.
해인사는 화엄경(華嚴經) 중심 사찰이기 때문에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신 대웅전이 없고, 화엄세계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大寂光殿)이 주 법당이다.
해인사 비로지나불.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은 영원한 진리를 상징하고, 빛으로 세상을 구원한다는 뜻으로 태양을 가리키는 부처님이다. 빛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니 전각에 빛 광(光)자가 들어간다. 우주만물을 모두 간직한 연화장(蓮花藏) 세계를 의미해 ‘화엄전(華嚴殿)’이라고도 한다. 전각의 뒤편에는 대방광전(大方廣殿), 양옆으로는 금강계단(金剛戒壇)과 법보단(法寶壇)이란 편액이 걸려있다.
해인사 대방광전.
대적광전 뒤의 계단을 오르면 해인사를 법보사찰(法寶寺刹)로 만들어준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이 있는 법보공간(法寶空間)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