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미워도 다시 한번’ 촬영지 묵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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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미워도 다시 한번’ 촬영지 묵호항 태양, 파도와 함께 걷는 ‘해파랑길’(28)  
  • 기사등록 2024-05-18 08:34:40
  • 기사수정 2024-05-19 0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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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지난번 동해 추암의 촛대바위를 서둘러 보기 위해 지나쳤던 ‘해가사의 터’를 찾아간다. 

 

해가사의터.

‘해가사의 터’는 <삼국유사 수로부인전>에 나오는 ‘해가’라는 설화를 토대로 삼척의 증산해수욕장 남쪽 끝에 임해정이란 정자를 짓고, 수로부인 공원을 조성했다. 2006년 4월에 세워진 ‘사랑의 여의주 드레곤볼’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소원을 비는 모든 이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드레곤 볼.

드레곤볼에는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純貞公)이 강릉태수(江陵太守)로 부임하는 도중 임해정(臨海亭)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해룡(海龍)이 나타나 수로부인(水路夫人)을 끌고 바다로 들어가자 남편인 순정공이 마을사람들을 동원해 막대로 언덕을 치며 해가(海歌)를 지어 부르니 용이 수로부인을 모시고 나타났다”라는 내용의 설화가 새겨져 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해가(海歌)의 내용

龜乎龜乎出水路(구호구호출수로 :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掠人婦女罪何極(약인부녀죄하극 : 남의 아내 앗은 죄 그 얼마나 큰가)

汝若悖逆不出獻(여약패역불출헌 : 네 만약 어기고 바치지 않으면)

入網捕掠燔之喫(입망포략번지끽 :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

 

거북바위(?).

아침부터 소원을 빌러오는 사람들로 해가의 터 수로공원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거북이 바위’인지 ‘물개 바위’인지 분간이 헷갈리는 바위는 동해바다를 향해 고개를 쑥 내밀고 해가를 부른다. 

 

남한산성의 정동방 표지석.

삼척의 증산해변에서 파도가 혀를 날름거리는 둔덕 끝을 건너면 동해시 추암해변이다. 추암해변에는 “남한산성의 정동방(正東方)은 이곳 추암해수욕장입니다”라는 표지석이 서 있다.

 

추암해변.

터덕거리며 모래밭을 지나 추암 촛대바위와 해암정을 둘러본다. 추암해변은 해안절벽과 크고 작은 바위섬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촛대바위도 세조 때 한명회가 반한 능파대도 그대로고, 버겁게 찾아와서 부서지는 파도소리도 그대로인데, 살갗에 와 닿는 바람결은 더 차가워졌다.

 

촛대바위.

동해시는 1980년 4월 지방행정구역 개편 때 당시 명주군(현 강릉시) 묵호읍과 삼척군(현 삼척시) 북평읍을 합쳐서 동해시로 승격한 곳이다. 초기에는 두 지역의 미묘한 지역감정으로 주민통합의 어려움도 있었으나, 동해시 청사를 두 지역의 경계지점에 새로 짓고 통합 노력을 해 온 결과 북평지역은 시멘트산업을 중심으로 비철금속공업지역으로 성장했다. 묵호지역은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어업의 전진기지 구축으로 새로운 지역문화를 창조해가고 있다.

 

해안철책길.

북평공업지역과 동해항을 건너 뛰어 용정동 범주아파트 앞에서부터 철길을 따라 묵호항으로 향한다. 해안 쪽으로는 휴전선보다 더 강한 철책이 접근을 가로막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의 상징인가? 언제쯤 내 나라 내 땅을 남의 눈치 안 보고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을까? 서해안도 걸어보았고, 휴전선도 걸어보았지만 드리워진 철책은 내 마음의 날개를 꼼짝 못 하게 짓누른다.

 

철도.

해안을 따라 북으로 뻗은 철길은 어디서 멈춰있을까? 북으로 쭉 뻗어나가 옛 발해의 영토 연해주까지 이어줬으면 하는 마음만 간직한다. 감추·한섬·고불개해변을 등지고 묵호항으로 접어든다. 

 

묵호항 뒷골목.

‘고불개해변’은 도심과 가깝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작은 어촌마을이 있어 다른 유명 관광지와 다르게 소박하고 한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파시(波市)를 이뤄 화려했던 시절에는 미녀들이 다 모였다는 뒷골목은 추억만 간직한 채 쓸쓸하다.


묵호항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삼척 일대의 무연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처음 개항했다. 

 

묵호항여객선터미널.

1941년 국제무역항이 되면서 대규모 확장공사를 통해 부두와 방파제 등의 보강이 이뤄졌다. 해방 이후 동해안 제1의 무역항으로 시작해 현재는 동해안의 어업기지로 바뀌었다. 동해항의 보조항만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묵호∼울릉 간 정기여객선이 운항하고 있다.

 

묵호야시장.

묵호항활어센터.

묵호항 바로 옆에 있는 동문산의 묵호등대는 1968년 제작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 촬영지로 유명하다. 2003년 5월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영화의 고향’ 기념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이곳은 휴게시설들이 연중 개방돼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들르지 못하고 까막바위 앞에 당도한다. 다만 한여름 밤에 펼쳐지는 오징어 배들의 불빛을 화려하게 머릿속으로 그려 본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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