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민통선 이북 ‘초평도’ 자연의 보고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민통선 이북 ‘초평도’ 자연의 보고 한탄강과 임진강(34)  
  • 기사등록 2024-01-28 08:44:19
  • 기사수정 2024-01-28 08:44:48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숲길을 따라 올라선 곳은 장산전망대다. 전망이 좋아 여름이면 사람들이 가득해 들어설 자리가 없는 곳이었다. 날씨가 쌀쌀하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가롭다. 

 

장산전망대 너와정자.(2018년 6월)

장산전망대는 탁 트인 임진강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고, 강 건너 멀리로는 도라산, 개성공단, 가정동마을, 송악산, 대성동마을, 마식령산맥줄기까지 관찰할 수 있는 임진강 최고의 숨은 명소다. 저 멀게만 느껴지는 우리 땅! 이제 장막을 걷어치우고 다가 갈 날만 기다려 본다. 

 

초평도 지도.

전망대에서 임진강을 바라보면 동쪽에서 둘로 갈라지고 갈라진 물은 서쪽으로 흐르다 다시 만나는데, 그 사이에 초평도가 있다. 초평도(草坪島)는 여울에 밀려온 토사가 켜켜이 쌓여 이루어진 하중도(河中島)로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의 북부에 위치한다. 이 섬의 면적은 약 1.77㎢로 여의도 면적(2.9㎢)의 약2/3에 해당한다. 섬 전체가 민통선 북쪽에 위치해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로 남아 있다. 

 

재두루미.

겨울철에는 천연기념물 두루미(202호), 재두루미(203호)를 비롯해 고니·가마우지·부엉이·올빼미·원앙·해오라기 등의 새들의 천국이고, 멧돼지도 자주 볼 수 있다. 원래 대부분 논이었던 이 섬은 한국전쟁 후 사람이 살지 않게 되면서 습지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환경부가 2012년 초에 임진강하구 습지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초평도를 제외해 논란이 일었다. 

 

장산전망대에서 본 초평도.(2021년 5월)

초평도는 지뢰가 많이 묻혀있어 아무도 이곳에 들어갈 수 없다. 홍수 시에는 지뢰가 떠내려가기도 하고, 불발탄이 떠내려 오기도 한다. 간혹 군인 사격장으로 사용됐는데, 유탄으로 2009년 2월에는 큰 화재가 발생해 섬 전체의 약 30%가 초목이 불에 타기도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전쟁의 아픔을 보듬은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져 동·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됐으나, 규제가 좀 풀리자 이곳을 개발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장산리에서 임진각 방향으로 들어서면 문산읍 마정리다. 마정리(馬井里)는 조선시대 파주군 마정면 지역이다. 옛날 안개가 자욱한 어느 날 새벽 햇살 기둥이 우물에 꽂히자 그 안에서 갑자기 용마(龍馬)가 뛰어나왔다고 하여 붙은 지명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마정면의 장지리 전부와 마정리 일부, 신속면의 내벌리 일부지역을 병합해 마정리라고 했다. 마정리는 파주군 임진면에 소속됐으며, ‘말우물(馬井)’이라고도 한다. 

 

문산읍 마정리 지도.

육안으로 봐도 비옥하게 보이는 마정리 들녘에는 월동(越冬)하기 위해 날아온 겨울철새 기러기가 무리지어 망중한을 즐긴다. 단체로 비행할 때는 우연히 먼저 날게 된 기러기를 꼭지점으로 맨 앞에 세운 ‘ㅅ’자 형태로 날아간다. 맨 앞에 나는 기러기는 대장이 아니다. 체력 소모가 심해지면 다른 기러기와 계속 교대하는데, 그래야 힘이 덜 들어서 오래 날 수 있다. 한자로는 ‘안(雁)’ 또는 ‘홍(鴻)’이라고 쓰며,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본 따 만든 진법이 ‘안행진(雁行陣)’이다. 

 

기러기.

기러기는 금슬이 좋기로 유명하다. 기러기는 처음으로 짝짓기를 한 암수 한 쌍은 한쪽이 죽어도 다른 기러기와 짝짓기를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옛날에는 기러기가 청혼 예물로 쓰였으며, 전통 혼례에서도 신랑이 기러기 인형을 주는 풍습이 있었다. 기러기가 금슬이 좋고 일부일처제이긴 하지만, 배우자가 죽으면 또 다른 짝을 찾는다고 한다. 

 

기러기 고기는 육질과 맛이 소고기와 비슷해 궁중요리에서 썼다. 거위는 기러기 중 회색기러기와 개리를 가금(家禽)으로 길들인 것이라고 한다.

 

매.

마정리 들녘에는 겨울이면 몽골 등 북방에서 날아온 독수리가 찾아오는 곳인데 아직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대신 매가 보인다. 

 

통일대교 원경.(2021년 5월)

제1호 국도(목포∼신의주)는 들녘 한가운데를 지나 통일대교(統一大橋)를 통해 임진강을 가로지른다. 길이 900m의 이 다리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서 군내면을 잇는 다리로 기존 판문점의 자유의 다리를 대체하기 위해 개통했다. 

 

통일대교는 1993년 자유로(自由路)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까지 도로 신설, 확장 공사가 추진되면서 건설돼 1998년 6월 15일에 준공했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은 준공 다음날인 6월 16일에 이 다리를 이용해 소떼 500 마리를 트럭 50대에 나눠 싣고 방북했다. 그 당시 소떼를 싣고 달리던 트럭소리가 우리의 발길을 따라오는 것만 같다. 그러나 이곳은 민간인출입통제구역으로 사전허가가 필요하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1-28 08:44:19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기사 이미지 <포토>‘어도를 걸을 때’
  •  기사 이미지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