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칠만암 ‘용마’ 전설…‘기다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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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칠만암 ‘용마’ 전설…‘기다림의 미학’ 한탄강과 임진강(3)
  • 기사등록 2023-10-14 08:35:18
  • 기사수정 2023-12-23 08: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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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휴전의 아픔으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한탄강의 발원지 ‘평강’과 접경지역은 민족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저축해 놓고, 정자연을 출발해 약 6㎞ 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칠만암’이다.


가는 도중에 지뢰로 들어갈 수 없는 강변은 밀림이 무성하고, 숲 사이로 보이는 강물은 누런 탁류(濁流)다. 민둥산이 많은 북한에 많은 비가 내린 뒤 토사가 그대로 흘러 내려와 황하(黃河)를 방불케 한다. 물의 청탁(淸濁)을 보고, 남과 북의 물을 구분하게 한다. 장맛비는 하늘이 뻥 뚫린 양 쏟아붓는다.


                                       ▲칠만암.


칠만암(七萬巖)은 주변 경치가 수만 개 현무암 바위를 한곳에 모아 놓은 것처럼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데서 유래됐다.


마치 금강산이 떠내려 온 것 같은 칠만암은 한탄강의 정자연, 송대소, 직탕폭포, 고석정, 순담과 더불어 철원지역을 대표하는 명승지다. 조선 광해군 때 명나라 구원병 좌영장으로 출정해 후금(後金) 군대와 용맹스럽게 싸우다가 전사한 충무공 김응하 장군(1580∼1619)이 청년시절 무예를 닦던 곳으로 용마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


‘김응하 장군의 용마’ 이야기에 의하면 철원 출신 김응하(金應河) 장군이 고향에서 무예훈련을 할 때 용마(龍馬)의 용맹을 시험하기로 한다. 칠만암을 향해 쏜 화살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먼저 그곳으로 달려가 입으로 화살을 받아오게 하는 것.


활의 시위를 힘 있게 당긴 후 말을 몰아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화살이 보이지 않자 칼을 뽑아 말의 목을 내리치고 만다. 그리고 돌아서려는 순간, 화살이 말 궁둥이에 와 꽂혔다. 이는 장군의 말이 화살보다 먼저 온 것으로 ‘기다림의 미학’을 잊은 장군의 경솔함을 지적하는 것 같다.


                               ▲한탄강 단애와 숲.


칠만암 전체 화강암 군락의 크기는 약 300m에 달하며, 가장 큰 화강암은 약 50m에 달하는데, 일제침략기 때는 인근 학교의 단골 소풍지였다. 여름만 되면 원근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더위를 피해 천렵을 하며 하루를 보내던 장소였으나, 한국전쟁 후 비무장지대가 생기면서 출입이 통제돼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다.


화강암은 현무암 용암이 넘치기 전 원래 한탄강 기저에 있던 것이 물과 바람에 침식돼 드러난 것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아쉬움을 간직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직탕폭포로 향한다.


                                  ▲한탄강 직탕폭포.


동송읍 장흥리(長興里)에 있는 직탕폭포(直湯瀑布)는 한탄강 양안에 장보(長洑)처럼 일직선으로 가로 놓인 높이 3∼5m, 길이 80m의 거대한 암반을 넘어 물이 거세게 수직으로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이뤄 사람들은 이곳을 철원8경의 하나고,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라고도 한다. 이 폭포는 여러 번의 화산 분화 시 흘러내린 용암이 여러 겹 쌓인 것으로, 상층의 용암층이 수직 절리를 따라 떨어져 나감에 따라 계단 모양의 수직 단애가 형성된 것이다.


직탕폭포 위에는 현무암으로 놓은 다리가 있다. 현무암(玄武巖)은 모든 지질시대에 걸쳐서 유문암(流文岩)과 같이 광범위하게 산출된다.


오늘날 화산에서 분출되는 용암(鎔巖)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의 암석으로 제주도에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철원에도 더 까맣고. 더 단단하고. 무거운 현무암이 기암절벽과 주상절리를 이뤄 한탄강의 절경을 이룬다.


현무암이 늘어선 강변길을 걸을 때는 좀처럼 평행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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