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백골부대, “고향땅 찾겠다”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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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오늘은 아침부터 무덥다. 초복이 이틀 남았다. 철원 갈말읍 토성리 고인돌도 뜨겁게 달궈진 것 같다. 연한 줄기로 부여잡은 호박도 더워 힘겹다. 

 

토성리 고인돌.

고인돌은 고조선 청동기시대의 유물로 넓은 평상처럼 덮게 돌이 놓여 있다. 거의 타원형 사각으로 이뤄진 고조선 덮게 한 변의 길이가 대략 3∼4m 정도다. 이곳에서 무늬가 없는 토기와 돌로 만든 화살촉 등 20여점의 유물이 발굴됐다고 한다. 

 

계유정란을 일으킨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자 관직을 버리고 전국을 떠돌아다니던 ‘매월당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의 흔적이 있는 ‘복계산(福桂山, 1057m)’으로 간다. 

 

매월대 폭포.

복계산에는 높이 40여m나 되는 바위를 깎아 세워놓은 것 같은 바위에서 아홉 선비가 바둑을 두며 단종의 복위를 꾀했다는 ‘매월대(梅月臺)’가 산 중턱에 있다. 기암절벽으로 떨어지는 ‘매월대폭포’는 날이 가물어 물줄기가 가늘어도 튀는 물방울은 시원하다. 

 

복계산 안내도.

녹음이 푸르다 못해 익어버린 복계산은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산행지로 과거 출입을 통제했다. 민간인통제선이 북상해 해제되면서 알려지게 된 곳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여름철에는 피서지로 각광 받는 계곡이다. 오늘도 찾는 사람이 줄을 선다.

 

자승리 포장도로.

계곡을 빠져나와 철원군 서면 자등리 길을 걷는다. 아스팔트 위로 치솟는 복사열은 땀을 더 짜내지만, 휴전선이 가까워서 그런지 도로를 달리는 차량도 드물어 걷기에 편하다. 길가 냇물은 흐르는 소리가 시원해 징검다리 보를 건너 샛길로 접어 들어섰으나, 다른 물길이 길을 막는다. 일부는 맨발로 물속으로 뛰어들고 일부는 도로로 다시 나와 더위와 씨름한다. 길옆에는 농익은 앵두가 주렁주렁 열려 바닥난 기를 되살려준다. 

 

백골부대 상.

휴전선 155마일 정 중앙지점에 있다는 ‘승리전망대’로 가는 길목에 제3사단의 상징인 ‘백골’ 조형물이 뜨거운 하늘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솜처럼 부드럽게 하늘을 수놓는다. 백골부대는 평안도 출신 ‘서북청년단원’들이 자진 입대해 “죽어서라도 백골이 되어 고향땅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철모에 백골을 그려 넣어서 유래됐다고 한다. 

 

승리전망대.

승리전망대 가는 길가에 서있는 ‘지뢰지대’라는 푯말이 오싹하게 다가온다. 전망대에 올라 GP GOP OP 등의 설명과 안내병사의 손끝을 따라 북을 바라보니 북녘땅의 오성산(1062m)이 보인다. 

 

북한의 오성산 전파타워.

하늘에서 내려 보면 다섯 개의 별처럼 보인다는 오성산은 북한에서도 중요 거점지역으로 중요한 지점이란다. 북방한계선 ‘저격능선’ 너머 ‘하소리협업농장’의 들녘에도 벼가 자라고 망원경에는 ‘아침리마을’이 어른거린다. 분명 그곳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

 

끊어진 금강산 철도.

서울에서 금강산으로 내 달리던 43번 국도가 훤히 보이고, 옛날 금강산 전철 자국이 선명하다. 평강에서 추가령지구대를 따라 뱀처럼 꾸불대며 흘러 내려오는 ‘화강(花江)’이 휴전선으로 단절된 남과 북을 어렵게 소통하는 듯하다. 화강은 원래 ‘남대천’이란 이름으로 김화와 철원을 거쳐 한탄강으로 흘러갔다. 북한과 이름이 겹치고, 봄이면 꽃이 화사해 바꿨다고 한다. 

 

화강.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화강은 ‘물 반 물고기 반’으로 물고기가 너무 많아 그곳을 지키는 병사들은 매운탕을 먹고 싶으면 그릇에 물을 떠서 고추장을 풀어 끓이기만 하면 된단다. 그만큼 자연이 깨끗하다는 얘기다. 

 

누구나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사람 손을 타면 자연이 훼손되고, 환경은 파괴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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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2-1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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