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한국전쟁 때 중공군 수장시킨 ‘파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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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한국전쟁 때 중공군 수장시킨 ‘파로호’ 휴전선 155마일을 걷다(6)  
  • 기사등록 2025-02-16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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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한겨울 체감온도가 영하 50도를 기록한다는 적근산(赤根山, 1073m)은 더 높이 고개를 들고 철원과 김화와 ‘철의 삼각지’를 이룬 북녘땅 ‘평강고을’을 바라보며 처절했던 한국전쟁의 피를 더 붉게 물들인다. 

 

화천.

승리전망대를 나와 ‘말재(마현령 馬峴嶺)’를 넘어 화천 땅으로 진입한다. 

 

북한강 화천 구간.

말재(마현령)는 5번 국도가 통과하는 곳으로 철원에서 화천과 춘천으로 가는 길목이다. 화천으로 접어드니 수량이 많고 강폭이 넓은 북한강이 기다린다. 북한강은 금강산 ‘옥발봉’에서 발원해 소양강과 홍천강을 만나 청평을 거쳐 양평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합수돼 서울을 가로질러 서해로 흐른다.

 

화천수력발전소.

일제강점기 때 ‘화천댐’이 건설돼 파로호가 형성됐다. 산허리로 도수(導水) 터널을 뚫어 낙차를 이용한 ‘화천수력발전소’는 10만kw/h 이상을 발전한다. 파로호는 원래 ‘화천호’였으나 한국전쟁 때 중공군 3만여 명을 이곳에 수장시켜 ‘오랑캐’를 무찔렀다’는 의미로 당시 대통령 이승만이 파로호(破虜湖)라고 명명 했다고 한다. 

 

북한강 뜬 다리.

북한강변 자생수박.

북한강 호안을 따라 산길과 ‘뜬 다리(浮橋)’를 걸으며, 화천수력발전소를 지나 ‘꺼먹다리’까지 다다르니 더운 해가 길가의 자두와 수박을 익히며 길게 눕는다. 

 

화천 꺼먹다리.

‘꺼먹다리’는 화천댐이 준공되면서 건설된 다리다. 철근콘크리트 교각 위에 나무로 만든 상판에 타르를 검게 칠해 꺼먹다리라고 한단다. 

 

토고미마을 자연학교.

토고미마을에서 곤한 잠을 자다 새벽비 오는 소리에 눈을 뜬다. 엊저녁까지만 해도 전혀 비가 올 기미가 없었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소리다. 아가리 쩍 벌리고 하늘만 쳐다보는 저수지마다 기다리던 마음이 너무 처연했는데, 그 갈증 좀 풀어 줬으면 한다.

 

해산령.

오늘은 파로호를 북으로 비껴 서 있는 해산령 고개에서 비수구미계곡을 따라 평화의 댐까지 행군한다. 비는 걷기에 좋게 내리고 빗소리에 숲은 합창하며, 나무는 춤을 춘다. 

 

망태버섯.

보기 힘든 망태버섯도 망토를 걸치고 반긴다. 목말랐던 청다래도 얼굴을 내민다. 평지가 산 같은 강원도 땅을 오르내리는데도 숨이 고른 것 같고 옷이 젖어도 발걸음이 가볍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평화의 댐에 도착한다. 

 

평화의 댐.

댐 높이 260여 미터의 괴물은 아직도 공사를 하고 있는지 꼭대기에서는 뭔가 분주하다. 조성된 ‘평화의 종 공원’에는 나무로 정교하게 만든 ‘염원의 종’은 언제쯤 울릴 것인가? 그것을 기다리는 것 또한 헛된 꿈인가? 

 

반지공원.

속내를 아는지 화합을 강조하는 쌍가락지는 비바람에 맞춰 그네를 탄다. ‘DMZ 아카데미’ 건물은 문이 닫혀 있고 떨어지는 빗방울은 점점 더 굵어진다. 앞으로 어떻게 변신할지 알 수 없지만 이 댐의 향방이 무척 궁금하다.

 

법장사 가는 길.

화천시내로 들어와 점심을 하고 화악산 자락의 법장사를 찾았는데 땅임자와 분쟁 중으로 빗속에 어수선하다. 

 

해수관음보살 입상.

갓 바위로 올라가는 돌계단도 더 미끄럽고 대웅전 쪽 마당도 더 어둡게 비치는데 아래에 해수관음보살 입상만 인자하게 중생을 굽어본다. 절 앞의 겟세마네 기도원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목욕동계곡의 너럭바위.

화악산 법장사 앞으로 흐르는 ‘목욕동계곡’의 평상 같은 너럭바위를 적시는 계곡 물소리는 제 세상을 만난 양 기운차게 세상을 노래한다. 그리고 17세기 후반 관리이며, 학자였던 ‘곡운 김수증(金壽增)’이 벼슬을 그만둔 후, 사내면 영당동에 농수정사(籠水精舍)를 짓고 용담천 아홉 굽이에 주자(朱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 떠 이름 붙인 곳이 ‘곡운구곡(谷雲九曲)’이다. 평양사람 조세걸에게 이곳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그리게 했는데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고 한다.

 

화음동정사 지.

물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니 ‘화음동정사’ 터가 있어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 본다. 화음동정사(華陰洞精舍)는 김수증이 이곳 절경을 이룬 계곡을 이용해 정사를 짓고, 후학을 가르치며 은둔하던 곳이다. 건축물은 전부 소멸되고, 바위에 새긴 글자와 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성리학 입장에서 집을 짓고, 태극도(太極圖) 낙서(洛書) 복희(伏羲) 팔괘(八卦) 등 음양소식도라는 성리학의 세계관을 주거형태로 남긴 것이 특이하다.

 

천년장승.

산속이 깊고 자연환경이 뛰어난 화천에는 산천어가 여기저기에서 뛰어노는 것 같고 수달이 눈에 잡히는 것 같다. 광덕산 길가의 장승도 다음에 와서 오늘 비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을 꼭 보고 가라고 한다. 너무 가물어 흙먼지가 풀풀 날리던 대지가 감로수 같은 물을 마시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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