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윤관 장군 묘역, 왕릉에 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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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야(瓦也) 연재>윤관 장군 묘역, 왕릉에 버금 휴전선 155마일을 걷다(2)  
  • 기사등록 2025-02-02 08:00:01
  • 기사수정 2025-02-02 09: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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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저널=서울】오늘은 적성면 두지리 삼거리에서 임진강변을 따라 활보를 시작한다. 장남대교 밑으로 어제 들렸던 두지나루 황포돛배가 아침 햇살을 머금는다. 

 

연천호로고루(漣川瓠蘆古壘).

두지나루 황포돛대.

강둑을 따라 걷던 길이 갑자기 막혀 절벽 같은 둑 밑으로 밀어낸다. 강 옆 밭에는 ‘마’의 새싹이 돋아나와 고개를 쳐든다. 어린잎이 자색으로 고구마 순 같았는데, 다른 도반께서 ‘마’라고 일일이 가르쳐 주신다. 모든 생물들의 아주 어릴 적 모습은 치장하지 않아도 귀엽고, 예쁘다. 

 

번지점프대.

밭 끝을 지나자 묵은 갈대가 새순에게 자리를 양보하는지 옆으로 누워 발길을 더디게 한다. 강 건너에는 번지점프대가 손짓 하는데, 우리는 길 없는 길을 만들어 가며 거친 길을 걷는다. 

 

다시 강둑으로 올라갈 때는 늘어진 밧줄을 타고 유격훈련 받듯이 절벽을 기어오른다. 마을에서 밭일하던 할아버지가 “어디서 왔냐?”고 물으신다. 걸어가는 우리를 신기하듯 바라보신다. 

 

임진강.논에서는 벌써 모내기가 시작됐고, 밭에는 봄갈이한 싹들이 고개를 내민다. 임진강변을 따라 두 시간 넘게 걸었다. 잠시 목을 축이며 숨을 고른 후 다시 숭의전으로 향한 먼 길을 재촉한다.

 

숭의전.숭의전은 조선태조의 명으로 처음에는 고려태조와 7왕을 제사 지내던 사당이다. 나중에는 태조, 현종, 문종, 원종 4왕만 봄·가을로 제사를 모셨다. 문종 대에 이르러 고려 충신 정몽주 등 16분의 제사를 모시도록 하고, 고려 왕족 후손들로 하여금 관리하도록 했다고 한다. 안내판에는 조선 초기 고려 왕족 후손들의 수난사가 눈물겹게 쓰여 있다. 

 

연천당포성.

연천당포성 임진강.

어제부터 ‘평화누리 길 8코스’에서 시작해 11코스 초입까지 걸었다. 숭의전은 평화누리 길 11코스 시작점으로 오후에도 ‘연천당포성’까지 약 2km 정도 걷는다. 이성은 삼국시대의 연천호로고루와 마찬가지로 강안평지성(江岸平地城)성이다. 고구려가 축조했고, 고려와 조선조까지 성으로 이용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성벽 위의 어린 팽나무가 외롭게 전설을 지키고 있다. 멀리 남쪽으로 감악산(675m)이 뚜렷하게 보인다.

 

묘역 표지석.

이제 다시 파평으로 가서 고려 때 윤관 장군 묘역으로 간다. 윤관은 여진을 정벌하며 동북9성을 쌓고 오랑캐의 침입을 막았던 인물로 ‘파평윤씨(坡平尹氏)’ 중시조라고 한다. “함흥 광포에서 거란에 포위돼 탈출할 때 잉어가 무리를 지어 다리를 놓아 강을 무사히 건너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이 있어 지금도 ‘파평윤씨’들은 잉어요리를 금한다고 한다. 

 

윤관 묘역.

묘역은 왕릉에만 있는 무인석(武人石)을 비롯한 석물들이 화려하게 묘지를 지키고 있다. 둘러쳐진 담장도 꽤 높다. 입구의 화려한 철쭉도 겹꽃으로 보기 드문 꽃이다. 아마 후손들이 자랑스러운 조상을 기리기 위해 무척이나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윤관 묘역 가까이는 ‘용미리 마애이불입상(龍尾里 磨崖二佛立像)’이 있다. 자연 암반을 이용해 우람하게 새겼는데, 머리 위에는 돌갓을 얹어 토속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왼쪽의 불상은 둥근 갓을 쓴 ‘원립불(圓笠佛)’로 목이 둥글고, 두 손은 가슴 앞에서 연꽃을 쥐고 있는데 남상(男像)을 상징한다. 오른쪽 불상은 4각 갓을 쓴 방립불(方笠佛)로 손을 합장하고 있으며, 여상(女像)을 상징한다고 한다. 

 

장지산 용암사 일주문.

고려 때 선종은 후손이 없어 원신궁주를 셋째 부인으로 맞이했으나, 원신궁주마저 아기가 없어 걱정하던 차에 궁주의 꿈에 나타난 장지산(長芝山) 아래 큰 바위에 불상을 새겼더니 아들을 낳았다는 전설이 있다.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해서 예불객의 발길이 계속 이어진다. 

 

하얀 모란.

아마 ‘장지산 용암사’도 불상의 관리를 위해 이때 세워지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입구의 ‘하얀 모란’은 활짝 웃으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소원이 이뤄지라고 비는 것 같다.

 

한국전쟁 후 70여 년간 휴전선에 가려진 우리의 역사와 유물들이 더 흥미롭고 기대를 크게 한다. 서해안과 휴전선은 우리나라 생태 축을 연결하는 중심으로 자연환경에 미칠 영향이 대단하다. 뭇 생명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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