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의병장 이종문 세운 ‘하목정’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의병장 이종문 세운 ‘하목정’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산사·서원을 따라(19)  
  • 기사등록 2024-09-15 08:00:01
  • 기사수정 2024-09-15 23:21:55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대구광역시 달성군 하빈면 하신리에는 ‘하목정(霞鶩亭)’이란 건물이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 이종문(李宗文)이 1604년(선조 37)에 세웠다. 

 

하목정 입구.

‘霞鶩亭(하목정)’이란 정호는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이곳에 머문 적이 있어 그 인연으로 이종문의 장남 이지영(李之英)에게 직접 써 주었다고 한다. 

 

일반 백성들의 주택에는 서까래 위에 덧서까래인 부연(附椽)을 달지 않는 것이 관례였으나, 인조의 명으로 부연을 달았다. 

 

하목정 안내.

하목정 이름은 초당사걸(初唐四傑)로 오언절구에 뛰어났던 당나라 시인 왕발(王勃)의 ‘등왕각서 滕王閣序’ 중 ‘지는 노을은 외로운 따오기와 가지런히 날아가고(落霞與孤鶩齊飛 낙하여고목제비)/가을 물은 먼 하늘색과 한 빛이네(秋水共長天一 色 추수홍장천일색)’라는 시구에서 따 왔다. 붉게 물든 노을 속으로 검은 점으로 날아가는 따오기와 정자 이름에서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초당사걸은 당나라 초기의 시인 4인방이다. 

 

하목정.

이종문(1566~1638)의 자는 학가(學可)이고, 호는 낙포(洛浦)다. 본관은 전의(全義)이며, 교위(校尉) 이경두(李慶斗)의 아들이다. 1588년(선조 21) 생원에 합격, 1592년 임진왜란에 서사원(徐思遠)·손처눌(孫處訥) 등과 더불어 팔공산(八公山)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서면대장(西面大將)’으로 왜적과 항전해 초유사 김성일(金誠一)의 표창을 받고, 그의 추천으로 수령이 되어 세 고을을 다스렸다. 가는 곳마다 치적(治績)이 나타났다고 한다. 

 

인조의 하목정 편액.

이종문은 만년에 벼슬에 나가지 않고 지역 유림들과 강학하며 여생을 보냈다. 1638년(인조 16) 6월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니 향년 73세였다. 사후 그는 승정원 좌승지(左承旨)에 증직(贈職)됐다. 후손들은 그의 유문(遺文)을 수습해 낙포집(洛浦集)을 편찬했고, 1897년 전성세고(全城世稿)에 다른 이들의 문집과 함께 엮어 간행됐다. 

 

하목정.

하목정은 대구광역시유형문화재 제36호로 지정된 뒤 2019년 12월 30일 보물 제2053호로 승격했다. 앞면 4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사랑채로 이용됐던 이 집은 전체적으로 ‘T’자형 구조로 돼 있어 처마곡선도 부채 모양의 곡선으로 처리됐다. 내부에는 김명석·남용익 등 많은 사람들이 쓴 시의 편액이 걸려있는데, 대표적인 시가 한음 이덕형(漢陰 李德馨)이 남긴 ‘제하목정(題霞鶩亭)’이란 시다. 

 

하목정 사당과 배롱나무.

하목정 뒤에 있는 사당(祠堂)은 지영의 증손인 전양군 이익필(全陽君 李益馝)을 제향(祭享)하는 곳이다. 무인이었던 이익필은 1728년(영조 4) 이인좌가 난을 일으키자 도순무사 오명항(吳命恒)과 토벌에 나서 분무 3등공신이 됐다. 나라에서 불천위(不遷位)로 정해 사당에 영정을 모시고 영원히 제사를 지내게 했다. 사당 앞뜰에는 400년 된 배롱나무 5그루가 있는데 여름에 백일동안 붉게 물들이는 광경은 장관을 이룬다. 

 

낙동강 성주대교.

하목정이란 이름은 정자 아래로 흐르는 낙동강에 따오기들이 아침 안개를 가르고, 나르는 모습이 연상된다. 현재 하목정나루에서 성주군 선남면 소학리를 연결하던 나루터는 물길이 바뀌어 옛 풍경은 찾을 길 없고, 대구와 성주를 연결하는 국도 제30호의 성주대교가 1975년에 개통됐다. 

 

하목정 상사화. 

교통량이 늘어나자 1995년 기존 다리에서 남쪽으로 약 10m의 간격을 두고, 왕복 2차선 다리가 새롭게 건설했다. 옛 풍경은 멀어져갔고, 대신 앞마당에 핀 상사화처럼 만날 수 없는 옛날만 그리워한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9-15 08:00:01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