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야(瓦也) 연재>태고의 신비 간직한 ‘우포늪’
기사 메일전송
<와야(瓦也) 연재>태고의 신비 간직한 ‘우포늪’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산사·서원을 따라(18)  
  • 기사등록 2024-09-14 09:11:59
기사수정

【에코저널=서울】창녕에서 숙면을 하고 아침 7시경 조반을 끝낸 후 자동차는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있는 도동서원으로 가기 전에 갑자기 일정을 바꿔 경남 창녕군 ‘우포늪’으로 간다. 

 

우포늪 표지석.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은 일억 사천만 년 전에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으로 가까운 곳에 와서 그냥 지나친다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이거야말로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다. 

 

우포늪 위치도.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은 낙동강의 배후습지로서 4개의 늪(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으로 이뤄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자연내륙습지로 한반도지형의 탄생시기를 같이한다고 한다. 화왕산(757.7m) 북쪽에서 발원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오는 토평천이 가로지르고, 우기나 홍수 때에 충분한 수분을 토양 속에 저장했다가 건기 때 주변에 물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천연 늪으로 각종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다. 

 

우포늪 오리. 

우포늪 입구의 숲길을 따라 가면 대대제방이 나온다. 대대제방 길 아래로는 경지정리가 잘된 전답(田畓)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제방 안쪽 호수에는 물새들이 아침 기운을 받으며, 여유롭게 헤엄을 친다. 한 무리의 새들은 편대를 이뤄 활공(滑空)하고, 한 무리의 새들은 어디서 왔는지 수면 위로 날렵하게 안착한다. 저 수면 위에 조용하게 앉아있는 것 같은 새들도 물속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물갈퀴를 움직이리라. 

 

우포늪 가시연꽃.

우포늪은 가시연꽃, 노랑어리연꽃, 마름 등의 수생식물을 비롯해 약 500여종의 관속식물, 400여 종의 식물성플랑크톤, 20여 종의 포유류, 180여 종의 조류, 20여종의 양서류와 파충류, 30여종의 어류와 800여 종의 곤충 등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4계절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먹이 때문에 많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돼 국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우포늪.

이렇게 습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우포늪은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로 생태계보전지역 중 생태계특별보호구역(1997년 7월)으로 지정됐다. 국제적으로도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지정(1998년 3월)됐고,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1999년 8월)됐다. 습지의 중요성으로 인해 천연보호구역으로도 지정(천연기념물 제524호, 2011년 1월)됐다. 

 

우포늪 제방 밑의 대대리들녘.

우포늪이 이렇게 국내·외적인 습지보호지역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질곡(桎梏)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0∼1940년대에는 홍수방지와 농경지를 확보해 쌀을 수탈하기 위해 대대제방을 쌓았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개발을 목적으로 매립공사가 진행되다가 비용과 기술력 부족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목포늪 주변에 생활쓰레기매립장이 만들다 중단했다고 한다. 

 

우포늪.

우포늪은 강원도 대암산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고원습지인 용늪에 이어 민간환경단체의 노력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 람사르습지에 등록되어 국제적인 습지가 됐다. 예전에 비해 사람의 간섭이 줄어들자 습지의 훼손도 줄어들었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수와 종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새들도 다양한 종류의 텃새와 철새들이 진객(珍客)으로 찾아온다. 

 

우포늪의 철새들.

우포늪에 올 때마다 한 가지 걱정거리가 떠오른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라는 말은 수초 등 수 생태계가 잘 발달돼 있어 별로 염려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문제는 외래어종들에게 쉽게 점령당하는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외래종들은 흐르는 물보다는 고여 있는 물에 적응을 빨리해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하기야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바로 도태될 것이고, 적응해 살아남으면 폭군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포늪.

양질의 모피(毛皮)를 얻기 위해 외국에서 들여왔던 뉴트리아가 왕성한 번식력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배스와 불루길이란 물고기도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영양(단백질)을 공급하려고 수입해 왔다. 이제는 물의 흐름이 약하거나, 고여 있는 호소(湖沼)등에는 이들 외래어종들이 점령군이 되어 안방까지 차지하며 토종민물고기의 씨를 말린다. 

 

우포늪.

물기가 많은 습지(濕地)는 많은 종류의 생명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반면, 물기가 없는 마른 땅은 생명이 쉽게 살아가지 못한다. 이러한 생명의 보고인 우포늪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자랑이며, 자부심이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개발행정이 판칠 때도 용케 살아남아 있는 게 지금 이곳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큰 선물이다. 그래서 더 많은 생명들이 공존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보전해 나가는 길이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글-와야(瓦也) 정유순

현 양평문인협회 회원

현 에코저널 자문위원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등 수상

관련기사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4-09-14 09:11:59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동해 품은 독도’ 촬영하는 박용득 사진작가
  • <포토>‘어도를 걸을 때’
  •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 상고대 관측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